[블루인터뷰] '해적' 김남길, 편견의 껍질을 한꺼풀 벗겨낸 순간

입력 2014-08-05 10:16  

배우 김남길(33). 날카롭고 섬세하며 차가울 것 같으나 실상은 전혀 달랐다. 조금은 허당기가 있고 약간은 아줌마 같으며 성격은 모남이 없다. 신은 그에게 날카로운 ‘이미지’만 줬나보다. 그래서 우리는 김남길을 그렇게 기억하는 것일 테고. 그런 면에서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이하 ‘해적’, 이석훈 감독, 하리마오 픽쳐스 제작)은 그에게 조금 특별하다. 김남길의 모든 것이 작품 속에 함축된 것만 같다.



김남길은 ‘해적’에서 전설의 산적단 두목 장사정을 연기했다. 장사정은 고려 무사 출신으로 뛰어난 무술 실력과 두둑한 배짱을 가진 인물. 자칭 ‘송악산 미친 호랑이’ 장사정은 사실 제대로 도적질 한 번 성공하지 못한 허당으로 산적 이미지를 와장창 깨버린다. 그런데 그 모습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사랑스럽다. 우리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진짜 김남길의 모습이 스크린에 수놓아진다.

◆ “사람들이 모르는 이미지, 숨긴 건 아냐”

김남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그랬다. 강한 눈빛에 무거운 이미지,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카리스마랄까. 지금껏 작품에서 보여준 모습이 어느덧 김남길의 성격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래서 ‘해적’은 어쩌면 김남길의 재발견이다. 이 영화를 위해 그 동안 다른 성격만을 보여준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단다. 살짝 미소를 짓는 그 모습, 만족스러워 보였다.

“사람들이 느끼는 제 이미지가 있어요. 사람들은 ‘해적’의 모습을 보며 의외라고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지금껏 보여준 모습 때문인 것 같아요. 배우를 시작할 때는 그런 게 있었어요. 어떤 배우의 이름을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래서 양조위나 장첸의 연기 색을 많이 따왔었죠. 그런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었기에. 어쩌면 ‘해적’은 김남길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 조금 다르게 다가갈 거예요. 어떻게 봐주실지 정말 궁금해요.”

이석훈 감독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그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으니 관객이 느끼는 것과 다를 바 있었겠나. ‘장사정 역할에는 김남길이 딱’이라는 주변인들의 말에 이석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자신이 알고 있는 김남길과 장사정은 완전히 다른 이미지였기에. 그러나 김남길은 이석훈의 생각마저 바꿔버렸다. 장사정에는 김남길이 딱이라고. 어떤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장사정이 완성됐다.

“감독님도 처음에는 매치가 잘 안되셨대요. 그런데 점점 저를 믿어주셨죠. 대중이 생각했던 것처럼 저에 대한 의외성을 발견하셨나 봐요. 장사정이 무사일 때는 무척이나 진지하지만, 뒤에 가서 산적 두목이 되면 완전히 성격이 바뀌잖아요. 진중한 느낌에서 완전히 허당의 모습으로. 관객들이 방심했을 때 제대로 터질 수 있는 웃음. 감독님과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어요.”



◆ “관객 수 연연하지 않아, 어떤 작업이냐가 중요해”

2010년 4월 개봉된 영화 ‘폭풍전야’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도전 작, 군 제대 후 첫 영화였다. 그게 바로 ‘해적’이었다. 흥행에 대한 강박증은 있었을까.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조금 덜 했다면 몰라도.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변해 간다는 그의 모습이 어쩐지 좋았다. 흥행에 대한 강박증이 조금 줄었다는 김남길. 스크린 성적이 꼭 좋아야만 좋은 배우는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한다. 그 말도 무조건 틀린 것은 아니다. 어떤 작품을 하느냐,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사람에 대한 평가가 변하기도 하니까.

“관객 수가 많이 들어서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들도 있지만, 배우 자체만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배우들이 있잖아요. 물론, 잘되면 좋죠. 스태프가, 감독이, 배우가 표현한대로 잘 봐준다면 그만한 선물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가 의도한대로 관객들이 잘 읽어나가기만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영화는 어디에 있을까요. 음... 10명 중 2~3명이 좋다고 하고 나머지 7~8명이 나쁘다고 해서 그 영화가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적 편차가 워낙 심하니까. 그런데 뭐랄까. 나이가 좀 들어서 그런지 편해졌어요. 내가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다고 이야기를 하니 드는 생각은 그랬다. 도대체 나이가 얼마나 들었냐고. 그런데 20대 느지막이 작품 활동을 시작해서 이제는 군대를 거치고 30대 중반이 됐으니 그럴 만도 하구나 싶었다. 왜 사람은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가는 순간, 30대의 인생을 살면서 조금 더 성숙된 인간으로 바뀐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궁금해졌다. 도대체 인간 김남길은 무엇인지, 어떤 원동력으로 살아가는지 말이다.

“연기는 한 달, 두 달, 뭐 1년 연습해서 달라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이가 들면서 확실히 깊어지는 것 같아요. 중후한 느낌을 흉내 내보기도 하지만 전혀 다르죠. 20대 때는 그랬어요. 조금 더 나이가 들면 달라지지 않겠냐고. 그런데 그 나이가 되니까 ‘마흔이 넘으면 좀 더 달라질까?’라는 생각이 드는 거 있죠? 하하. 나이를 먹었다고 말하는 건 그 때보다 조금은 더 유해진 것들에 대한 표현이에요. 많이 듣고, 배우고, 보면서 배우 김남길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지는 시기. 아직도 전 멀었나 봐요.(웃음)”

배우 김남길이라는 이름, 그리고 사람 김남길이라는 이름. 시간이 갈수록 얼마나 더 깊어질지, 얼마나 더 매력적일지.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min@blu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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