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을 때 중요한 신용점수…무슨 수로 끌어올리지? [아는 것이 힘 ②]

김보미 기자

입력 2020-09-15 16:16   수정 2020-09-20 21:28


급전이 필요한 A씨는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모처럼 은행을 방문했다. 하지만 신용점수가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당했다. 은행에서 대출 한 번 받은 적 없었기에, 신용점수만큼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 자신했던 A씨.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을까? 신용점수를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 신용등급? 신용점수? 제대로 알자
‘신용등급’이란 NICE신용평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과 같은 신용평가회사가 개개인의 신용거래 이력을 수집·분석해 점수로 나타낸 지표를 말한다. 신용 점수에 따라 1~10등급으로 나뉘는데, 일반적으로 1~2등급은 매우 우량, 3~4등급은 고신용, 5~6등급은 일반, 7~8등급은 주의, 9~10등급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신용지표는 금융기관들이 대출 승인, 카드 발급 여부를 결정하거나 대출 한도를 산정하는 데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하지만 이 같은 신용등급제도는 최근 들어 1,000점을 만점으로 한 신용점수제도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간발의 차이로 등급이 나뉘어 금융 상의 불이익을 받게 되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이다.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등 5개 시중은행이 지난해부터 신용점수 평가체계를 시범적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전금융권으로 확대돼 사용될 전망이다.

◆ 신용점수 왜 중요할까?
신용점수는 금융활동을 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일종의 꼬리표라 할 수 있다.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과 같은 금융기관들은 대출 승인 여부를 결정하고 대출금리와 한도를 산정하는 데 있어서 신용점수를 참고자료로 활용한다. 때문에 신용점수에 따라서 카드발급이나 대출이 거절되기도 하고, 같은 금액의 돈을 빌리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대출이자를 더 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실제로 은행연합회의 `은행별 가계 일반신용대출 금리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신용등급별로 대출금리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참고. 현재 신용점수체계로 바뀌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는 신용등급체계를 사용하는 금융기관들이 더 많은 만큼 편의상 신용등급으로 구분해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7월 중 취급된 가계 일반 신용대출금리의 평균치는 1~2등급이 2.74%, 3~4등급이 3.58%, 5~6등급이 5.13%, 7~8등급이 7.13%, 9~10등급이 9.47%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1금융권 시중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는 마지노선 등급이 6등급임을 감안할 때, 1~2등과 5~6등급 간 금리 차는 2.39%에 달한다.

똑같이 5,000만원을 신용대출로 빌려도(1년, 만기일시 상환 조건), 5~6등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1~2등급 구간에 있는 사람보다 119만5천원을 이자로 더 지불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대출금액이 1억원으로 늘어난다면 5~6등급 구간대 사람이 추가로 감당해야 할 이자는 239만으로 뛰어오른다. 중소기업 월급과 맞먹는 수준의 금액을 이자로 더 지불하는 셈이다. 참고로 통계청이 올해 초 공개한 `2018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세전소득은 23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 신용점수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평가항목은 상환이력, 부채수준, 신용거래기간, 신용거래형태 4가지이다.

①상환이력에는 단기 혹은 장기 연체가 발생했는지, 발생했다면 몇일이나 경과했는지, 연체가 해제됐는지, 해제됐다면 그 시점으로부터 몇일이나 지났는지 등의 내용이 반영된다. ②부채 수준에는 대출잔액이 증가했는지, 부분 상환했는지, 전액 상환했는지, 고위험업권의 대출을 일으켰는지, 보증을 섰는지 등의 내용을 체크한다. ③신용거래기간은 말 그대로 신용거래기간이 늘면 늘수록 신용점수가 올라가는 항목이고, ④신용거래형태에는 신용·체크카드 사용 개월수와 금액이 늘어나고 있는지, 현금서비스 사용이 늘어나고 있는지 등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국내 신용평가기관 NICE신용평가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는 모두 4가지 항목을 평가해 신용점수를 산출하고 있는데, 항목별 비중은 다소 차이가 있다. 연체 이력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라면, NICE신용평가는 상환이력정보 평가 비중이 가장 높기 때문에 연체 없이 대출금을 제때제때 상환하고 있다면 대체적으로 신용점수가 높게 나오는 편이다. 반면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경우에는 신용거래형태 항목에 점수 비중을 높게 두고 있어, 매달 신용카드를 한도 끝까지 채워서 사용하거나 현금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의 경우 NICE신용평가기관에 비해 신용점수가 더 낮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NICE와 KCB.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지표는 어디?
일반적으로 금융기관들은 NICE신용평가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신용점수 중에서 낮은 점수를 참고지표로 활용한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금융기관들이 신용평가사의 자료만 보는 것은 아니다. 금융기관들은 내부적으로 자체 신용평점시스템(CSS)을 따로 두고 있다. NICE신용평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서 제공하는 신용평가모형을 바탕으로 금융기관 특성에 맞게 조정해 자체 평가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취약계층 지원을 목표로 하는 은행이라면 저신용자에게 보다 유리하게 신용평가 모형을 수정하는 식이다.
◆ 신용점수 무료로 조회하는 방법도 있다고?
신용정보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신용평가사들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1년에 3번 무료로 신용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점수를 조회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NICE신용평가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있는데, 1~4월, 5~8월, 9~12월 기간에 각각 1번씩, 신청일로부터 24시간 이내 횟수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각 홈페이지 메인에서 `전국민 무료 신용 조회` 또는 `전국민 신용조회` 메뉴를 통해 조회해 볼 수 있으며, 신용 조회 여부나 횟수는 신용점수 하락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 NICE신용평가사의 NICE지키미 메인 홈페이지)

(▲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올크레딧 메인 홈페이지)
◆ 신용점수 올리려면?
신용점수 평가항목 4가지(①상환이력 ②부채 수준 ③신용거래기간 ④신용거래형태)를 바탕으로 움직이면 되는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 연체는 무조건 피해야

단기 연체든, 장기 연체든 `연체` 자체는 신용점수에 치명적이다. 대출을 실행했다면 연체 없이 제때제때 상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2. 연체 중인 대출이 있다면 오래된 대출, 이자가 높은 순으로 먼저 상환하기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적어도 장기 연체로 넘어가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 연체된 지 오래된 대출 건부터 상환하는 것이 신용점수 급락을 막을 수 있는 길이다. 더불어 카드론,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받은 고금리 대출의 경우, 1금융권에서 대출을 실행했을 때보다 신용점수가 더 많이 깎이기 때문에 해당 건부터 빠른 시일 내 상환하는 것이 신용점수 회복에 더 좋다. 일반적으로 은행과 같은 제1금융권을 제외하고 금리가 높은 순서는 대부업체, 현금서비스, 카드론, 자동차할부, 마이너스통장 순서로 이어진다. 또 대출 건수가 많을수록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비은행권에서 받은 여러 건의 대출이 있다면 은행권 대출 1건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좋다.

3. 담보대출보다는 신용대출부터 먼저 상환하기

일반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보다는 신용대출 금리가 더 높다. 2번에서 언급했듯이 금리가 높은 대출부터 상환하는 것이 신용점수 관리에 더 유리하다.

4.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으로 신용거래 이력 만들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적절하게, 꾸준히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용평가사에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결제한 이후 연체 없이 상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용카드의 경우, 대금을 밀리지 않고 오래 사용하면 신용점수가 빨리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절히 이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5.대출 받을 때에는 제1금융권부터 똑똑

주택담보대출이든, 신용대출이든 대출을 받아야 한다면 제1금융권에서부터 대출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아직 신용점수 관리의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는 대학생의 경우, 급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무턱대고 저축은행에서 대출받는 사례가 더러 있다. 물론 저축은행에서 대출받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라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부득이하게 1금융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했다면, 자연스럽게 2금융권에서 대출을 알아봐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첫 대출부터 2금융권에서 시작한다면 신용점수 급락은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리기에 조심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이다. 늘 그렇듯 점수는 떨어지긴 쉬워도 다시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저축은행 대학생 대출 관련 게시글)
6. 비금융정보 신용평가 반영 신청하기
통신요금, 공공요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아파트관리비 등을 6개월 이상 성실하게 납부한 실적이 있을 경우 관련 서류를 신용평가사에 제출하면 신용점수를 약 5~15점 정도 끌어올릴 수 있다. 다만, 현재 연체 중일 경우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체 이력 정보가 있는 경우는 신청 가능)

(▲ NICE신용평가사의 `비금융정보 시용평가 반영 서비스`)
7. 신용카드 전체 한도의 20~30% 수준에서 사용하기
신용 관리를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카드 한도가 높은 쪽이 좀 더 유리하다. 전체 한도 대비 카드 사용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신용카드 한도 소진율` 때문이다. 금융기관과 신용평가사에서는 `신용카드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하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로서 신용카드 한도소진율을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전체 한도의 20~30% 선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신용점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8. 현금서비스는 웬만하면 자주 사용하지 않기
현금서비스도 결국 대출이다. 통상 1년에 1~2회까지는 신용점수에 큰 지장이 없다고 하지만,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 이것저것 다해봤는데, 신용점수는 아직 그대로? 도대체 얼마나 걸리는 걸까?


“연체되어 있는 대출부터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데, 신용점수는 단 1점도 안 올랐어요. 도대체 언제 반영되는 거에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질문이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명확한 답은 찾을 수 없었다. NICE신용평가사와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직접 문의해 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괄적으로 답을 드리기 어렵다”였다. 대출을 1건 받았는지, 여러 건 받았는지, 그리고 1금융권에서 받았는지, 2금융권에서 받았는지, 아니면 1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고 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은 것인지, 또 연체건수가 있는지, 있다면 1건인지, 여러 건인지 등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보니 일괄적으로 “몇 일 지나면 신용점수 몇 점 오를 거에요”라고 답해줄 수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다만, 대출 상환내역이 신용평가사 전산에 반영되기 까지는 짧게는 2영업일에서 길게는 5영업일 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연체 없이 대출금을 상환한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2~5영업일 내에 신용점수가 올라간다는 의미다. 하지만 점수 상승폭은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다. 남아있는 대출 건수와 잔액, 카드론 사용 여부 등 사람마다 처해있는 조건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또 금융기관을 포함한 신용평가사들은 연체 문제가 해소됐다 하더라도 일정기간 동안 연체 이력정보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정보가 아직 남아있는 경우에는 삭제되기 전까지 지속적으로 점수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장기연체 이력 정보가 여러 건 남아있는 경우라면, 설령 대출금을 일부 상환했다 하더라도 신용점수에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참고로 연체 판단 기준은 지난 2018년 12월 27일 금융위원회에서 발표한 `개인신용평가 종합개선방안 주요 후속조치`에 따라 다소 완화됐는데, 단기연체의 경우 기존 10만원 5일 이상에서 30만원 30일 이상으로 늘어났다. 장기연체는 기존 50만원 3개월이상에서 100만원 3개월 이상으로 개선됐다. 해당 기준은 지난해 1월 14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 해당 기준은 그동안 연체가 단 1건도 발생하지 않은 사람에 한해 적용되며, 금융권 사이에서 연체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기존의 단기 연체 기준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10만원 5일 이상 연체가 되고 있는 경우, 당장 신용점수가 떨어지는 일은 없지만 5영업일부터 금융사 간 연체 정보가 서로 공유된다는 의미이다. 또 최근 5년 간 2건 이상의 연체 이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신용점수를 평가받을 때, 기존의 기준(단기 연체: 10만원 5일 이상, 장기연체: 50만원 3개월 이상)을 적용한다.
금융사와 신용평가사에서 연체 이력정보를 보유하는 기간 역시 3년에서 1년으로 줄었는데, 최근 5년간 2건 이상 연체이력을 보유한 사람의 경우에는 그대로 3년 간 금융권에서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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