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넘긴 하이트진로 사태…뒷짐진 정부

박승완 기자

입력 2022-08-22 19:19   수정 2022-08-2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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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되는 불법점거 해법은?
    <앵커>

    운송료를 올려달라며 시작된 화물노조와 하이트진로의 갈등이 폭발 직전입니다. 사 측이 파업에 참가한 기사들을 해고하자 이에 반발한 노조는 본사 옥상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유통산업부 박승완 기자와 이번 사태의 쟁점이 뭔지, 해법은 없는지 짚어봅니다. 박 기자 먼저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오늘(22일)도 협상이 열렸지만 빈손으로 끝났습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수양물류와 화물노조는 14시부터 1시간 30분간 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을 벌였는데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의 복직 문제나 손해배상소송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하이트진로 화물기사들의 파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경기 이천, 충북 청주 공장에서 부분 파업을 시작한 때부터 따지면 100일을 넘겼는데요. 석 달이 넘도록 해결 기미가 없자 노조는 지난 16일부터 본사 옥상을 점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앵커>

    화면을 보면 옥상 난간에 조합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앉아있는 게 보이는군요. 인명 피해까지 걱정되는 상황인데, 정부는 어떤 입장입니까?

    <기자>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중재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근거는 2가지인데, 화물 기사들이 회사와 근로 계약을 맺는 노동자가 아닌 `자영업자`라는 게 하나입니다. 자신들이 개입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거죠.

    화물차 기사들이 속한 화물연대가 법외노조인 점도 고용부가 손을 놓고 있는 이유입니다. 고용부는 화물연대에게 노조 설립 필증을 내주지 않았는데, 때문에 이들의 파업에는 번번이 불법이라는 꼬리표가 달라붙습니다. 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도 아니고, 그들이 소속된 화물연대도 합법적 노조가 아니라 노조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앵커>

    사태가 악화일로인데도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를 망설이는 이유가 그 때문이었군요. 그렇다면 원점으로 돌아가서, 노사 갈등의 이유는 뭡니까?

    <기자>

    기사들이 요구의 핵심은 운임 30% 인상입니다. 2009년 유가 하락을 이유로 운송료를 낮춘 이래, 현재까지 실질 인상률이 0%에 머물고 있다고 하소연합니다. 지난해 하이트진로 매출이 2조 원이 넘는데, 화물운송비로 쓴 비용이 900억 원으로 채 5%에 불과하다는 주장이죠.

    이에 하이트진로는 기름값을 뺀 이송단가를 기준으로 지난 10년간 26.3%를 올려 줬다고 반박합니다. 유류비 역시 유가 변동에 맞춰 분기마다 반영한다는 설명이고요. 올해만 놓고 봐도 이송단가가 지난해보다 5.0% 인상됐다며 노조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입니다.

    해고자 복직과 법적 분쟁도 새로운 뇌관으로 떠올랐는데요. 앞서 수양물류는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한 바 있습니다. 하이트진로는 업무방해 등 혐의로 28억 상당의 손해배상도 청구한 상황이죠.

    <앵커>

    임금 인상 폭을 두고 한쪽에선 0%라고 주장하는데 다른 쪽은 30%라면 입장 차가 크군요. 이렇게 차이가 큰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양 측 모두 정확한 근거는 내놓지 않고 있는데요. 다만 유류비를 운송료에 포함시켜 계산할지를 두고 이견이 보입니다. 하이트진로는 2008년부터 유가연동제를 적용해 운송료를 매겼는데, 이듬해 치솟은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전체 운임이 낮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노조가 2009년에 8.8% 운임 삭감이 있었고, 이것이 이어져왔다고 말하는 배경이죠. 이에 사 측은 "유류비를 제외한 부분에서 30%가량 올랐다"고 맞서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사실 앞서 CJ대한통운이나 쿠팡도 노조의 점거 농성으로 홍역을 치렀는데 `강 대 강` 대치가 잦아지는 있어요. 해법은 없을까요?

    <기자>

    다양한 원인과 해법이 나옵니다만, 우선 불법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노사 불법 시위가 일상화되며 산업 현장이 업무 마비를 겪는 경우가 수두룩한데도 공권력이 손을 놓고 있다는 거죠. 경찰은 점거 농성을 벌이면 업무방해나 공동건조물 침입 등을 적용해 엄정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는 사실상 `사후약방문`이죠.

    정부 움직임 없이 경찰이 먼저 나서기 어려운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원칙론을 강조했습니다. 지난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화가 우선`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공권력 투입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해석이 나오는데요. 불법 행위로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얻어내는 일이 반복되는 걸 막기 위함으로 풀이됩니다.

    관행적인 불법 시위를 부추기는 낡은 노동조합법도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우리 노조법을 보면 생산 등 주요 시설 점거만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노조의 사업장 점거를 허용하는 셈이죠. 전문가들은 노조의 쟁위행위를 직장 밖에서 하도록 해야 사용자의 영업권과 파업에 불참한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보장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무엇보다 어림잡아 200만 명 안팎으로 예상되는 특고노동자에 대한 법적 재정의도 절실한 상황입니다. 지금처럼 자영업자로 볼 것인지,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춰 근로자로 볼 것인지 답을 내려야 한다는 조언이죠. 하이트진로 외에도 CJ대한통운이나 쿠팡 등 플랫폼 노동자들의 쟁의행위가 잦아지는 만큼 법 제도를 어떻게 재정비하느냐에 따라 노사 협상 방향은 물론 정부의 개입 여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앵커>

    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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