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연료비를 제때 반영하지 못한 한국전력공사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습니다.
한전에 전기를 팔아 이익을 남긴 발전 자회사들 조차도 이런 한전을 지원하기 위해 영업익을 고스란히 반납할 처지에 놓이면서 논란이 예상됩니다.
한국경제TV가 그 자료를 단독으로 입수했습니다. 산업부 방서후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방 기자, 먼저 한전의 올해 실적 전망부터 해주시죠.
<기자>
역대급 적자는 기정사실화 됐고요. 그 규모가 얼마나 될 지가 관건입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환율까지 치솟았지만 전기 요금은 그만큼 올리지 못하면서 밑지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게 현재 한전이 처한 상황입니다.
SMP(전력도매가격), 그러니까 한전이 발전소에서 전기를 사오는 가격은 최근 kWh(킬로와트시)당 255원을 넘겼는데요.
반면 한전이 가정이나 공장에 전기를 공급하는 가격인 전력판매단가는 상반기 기준 110원 정도입니다.
SMP가 170원 정도, 그러니까 kWh당 60원 남짓 손해를 보며 전기를 팔았던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적자를 냈는데,
이 갭이 더 벌어진 하반기에는 당연히 손실 규모가 더 크겠죠.
일각에선 LNG 수요가 급증하는 연말에는 SMP가 400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를 30조원, 나아가 40조원 이상까지 점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다음 달 전기 요금이 오르지 않습니까?
얼마나 오르는 지, 한전의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지도 궁금한데요.
<기자>
일단 전기 요금 체계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과 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단가로 구성되는데, 이 중 기준연료비가 다음 달부터 kWh당 4.9원 오릅니다.
이렇게 되면 월 평균 307kWh를 사용하는 4인 가구 기준으로 한 달 전기 요금이 약 1,504원 오르는 셈이고요.
이 기준연료비라는 건 직전 연도의 연료비를 바탕으로 1년에 한 번 산정하는데, 그러니까 올해 기준연료비는 작년 말에 산정했겠죠.
작년에 이걸 kWh당 9.8원 올리기로 하고 지난 4월에 이미 4.9원을 올렸기 때문에 다음 달 4.9원이 마저 오르면 기준연료비는 더 못 올립니다.
그래서 한전이 이와 별도로 또 다른 전기 요금 구성 항목인 연료비 조정단가를 4분기에 추가로 인상해야 한다고 정부에 보고했지만, 이 역시 지난 3분기에 5원이라는 한도를 다 썼습니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4.9원 오르는 것 말고는 추가 인상이 불가능한데, 정부는 이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폭을 확대하고 기준연료비도 추가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요. 오는 21일쯤 추가 인상 여부가 발표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에너지 업계에서는 올라봤자 한전의 실적 부진을 만회하긴 어렵다고 지적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당장 다음 달부터 4.9원보다는 더 오르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기자>
그렇습니다. 21일 추가 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한들 `4.9원+α`가 오르는 건데, 정부가 아직 물가 안정 카드를 버리지 않은 상황에서 이 `α`가 얼마나 되겠냐는 거죠.
한전이 최근 정부에 제출한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당 50원 수준입니다.
한번에 50원은 올려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건데, 지난 분기에도 한전은 연료비 조정단가로 33.6원을 제출했지만 5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한전이 요청한 수치보다는 턱없이 낮은 수준의 인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앵커>
한전이 그래도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여러 자구책을 내놓지 않았습니까?
<기자>
내놓긴 했습니다. 하지만 벌써부터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전이 정부에 제출한 계획을 보면요. 자산 매각(1조5,447억원), 사업 조정(2조4,765억원), 경영 효율화(2조2,321억원)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14조2천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입니다.
문제는 이 중 토지 등 보유 자산을 재평가하는 식으로 확보하는 자금이 7조원 이상으로 절반을 차지한다는 데 있습니다.
한 마디로 본업을 잘해서가 아니라 깔고 앉은 부동산이 올라서 재무 구조가 나아진 것처럼 보이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한전이 현재 계속 적자를 내고 있기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선 계속 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렇게 발행한 회사채가 올 들어 지난 달까지 19조원이 넘습니다. 매달 2조원 넘게 찍어낸 셈이죠.
무엇보다도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한전의 회사채 발행 금리도 5%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이자 비용으로 3조원 넘게 지출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그래서 한전의 자회사들까지 쥐어짜는 거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통상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 발전회사들은 영업이익이 늘게 돼 있습니다. 한전에 전기를 높은 가격으로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한국중부발전과 남동발전, 남부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등 한전의 발전 자회사 5곳은 그렇게 벌어들인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한전에 반납하게 생겼습니다.
한국경제TV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발전5사는 올해 `타사 재정건전화`를 사유로 연간 4천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해당 자료는 한국중부발전이 불과 열흘 전 작성한 자료고요.
중부발전이 작성한 자료라서 중부발전 위주로 설명이 돼 있지만 다른 발전 자회사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중부발전만 놓고 보면요. 올해 영업이익은 1,900억원 이상이지만 영업 외 비용 지출 등으로 228억원의 당기순손실이 예상됩니다.
반대로 민간 발전사들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상반기 기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고, 이 기조가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따라서 한전의 발전 자회사들이 본업으로 번 돈을 한전 지원에 상당 부분 투입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구체적인 지원 방식과 규모에 대해서는 발전5사 모두 함구하고 있습니다.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발전사들이 영업외 손실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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