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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0시간 근로, 득일까 독일까 [전민정의 출근 중]

전민정 기자

입력 2022-11-11 17:45   수정 2022-11-11 18:57

자료: 고용노동부

"극심한 인력난을 겪는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을 적기에 해소하기 위해 8시간 추가근로제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

지난달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밝힌 내용 인데요. 이 장관의 이 발언을 계기로 8시간을 더 일하는 `주60시간 근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 주 52시간제가 시행됐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12시간 연장근로만으로 사업을 꾸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정부가 이같은 제도 개편을 고민하게 된 건데요.

근로기준법은 주 52시간제상 1주 12시간 추가근로에 더해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특별연장근로를 확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입니다.

특별연장근로, 어떤 경우 가능한가요?

자료: 고용노동부

특별연장근로는 주52시간제에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가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 한해,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만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근로기준법 제53조 제4항)

다만 사태가 급박해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을 시간이 없는 경우에는 사후에 지체 없이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천재지변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 빠르게 수습해 사업을 정상화시킬 수 있도록 사후 인가를 허용해주는 것이죠.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 특별한 사정은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사업주가 마음대로 근로시간을 늘리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죠.

특별한 사정이란, ①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가 발생해 이를 수습하거나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②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거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③ 갑작스런 시설·설비의 장애·고장 등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 ④ 통상적인 경우에 비해 업무량이 대폭적으로 증가한 경우로서 이를 단기간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손해가 발생하는 경우 ⑤소재·부품·장비의 연구개발 등 연구개발을 하는 경우로서 고용부 장관이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 다섯가지입니다.

● 인력난에 주60시간은 `불가피` VS 건강침해·장시간 근로 고착화 `우려`



그런데, 위에서 열거한 연장근로를 위한 `특별한 사정`이 일부 사업장들에게는 빈번했습니다. 재난이나 사고,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한 경우는 많지 않지만, 늘어난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사업장을 유지하기 어려운 곳들은 많다는 거죠.

예컨대, 주조, 용접, 금형 등 뿌리산업의 경우 설비 가동이 24시간 이뤄지기 때문에 상시 인력이 필요하지만 인력난에 근로시간이 줄어든 데 따른 추가 채용이 어렵다고 토로합니다. 조선업, 건설업 등도 수주 물량에 따라 근로시간 변동 폭이 크기 때문에 전체 근로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고요.

숙박·음식점업 역시 갑작스러운 인력 이탈이나 주문량 급증 시에는 주52시간제를 지키면서 매장을 운영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고요, 소수의 인력이 연구·개발부터 제조, 마케팅까지 모두 해야 하는 벤처·스타트업의 경우도 추가연장근로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나 연장 수당이 줄어든 근로자들도 배달업 등으로 이탈하거나 알바나 투잡을 뛰어야 하는 경우까지 생겨났죠.

이 때문에 정부는 2018년 7월 주 52시간 제도를 도입하면서 직원 수 30명 미만인 업체에 한해 노사가 합의한 경우 주 52시간에 더해 1주일 8시간의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해주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입니다. (근로기준법 제53조 3항)

이 제도는 한시적이라서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일몰제에 따라 자동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되는데요.

그러나 여전히 중소기업·벤처기업·소상공인들은 현장에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고 이 제도를 유지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4월 기준 30인 미만 사업장의 인력 부족률은 3.7%로 300인 이상 사업장(1.7%)의 2배가 넘는데요, 이러한 사정 때문에 올 들어 7월까지 특별연장근로 인가는 5,800여건으로 1년 전보다 77%나 늘었습니다.

이에 고용부는 최근 8시간 추가근로제의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연중 90일까지만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특별연장근로 기한을 조선업에 이어 해외건설업종도 180일까지 늘려주기로 했고요.

그런데 논란은 여기서 시작됐습니다.

정부는 경직적 주 52시간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사업장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에선 예외 조치를 연장해주겠다는 것은 상시 주 60시간을 인정해주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근로시간을 단지 8시간 연장하는 것을 넘어 주 52시간제의 근간을 흔들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겁니다.

● 특별연장근로하면 11시간 이상 쉬어야…위반하면 2년이하 징역

출처:한국노총

대부분의 산재사고가 중소·영세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연장근로로 근로자들의 생명·안전을 보장하고 건강권을 침해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특히 주52시간제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장시간 노동 관행이 굳어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근로자의 건강보호는 필수적인데요.

이에 근로기준법(제53조 제7항)에는 사용자는 특별연장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건강검진 실시 또는 휴식시간 부여 등 고용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이때 `적절한 조치`란 ① 특별연장근로 시간(추가 연장근로시간)을 1주 8시간 이내로 운영, ② 근로일 종료 후 다음 근로일 개시 전까지 연속해 11시간 이상의 휴식시간 부여 ③ 특별연장근로기간 도중 또는 종료 후 1주 미만인 경우 특별연장근로 종료 직후 특별연장근로시간 만큼, 1주 이상인 경우 1주 단위로 하루 이상의 연속휴식 보장한다는 것입니다.

또한 특별연장근로를 하는 근로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근로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건강검진을 하는 기관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사업주가 근로자 건강 보호조치 규정을 위반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근로기준법 제110조 제1호)

● 특별연장근로하면 통상임금 1.5배 가산수당 받아야

근로기준법에서는 1일 8시간 이상 근무하거나 1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경우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돼 있는데요, 이는 특별연장근로시에도 적용됩니다.

가산임금은 근로자의 통상임금의 1.5배 수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통상시급에 연장근무 시간을 곱한 것에 다시 1.5를 곱해 가산임금(연장근무수당)을 계산합니다.

또 특별연장근로가 밤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 사이에 이뤄진 경우엔 야간근로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합니다. 야간근로수당은 통상임금의 0.5배 한 것을 의미하는데요, 통상시급에 야간근무 시간을 곱한 것에 다시 0.5를 곱하면 야간근무수당입니다.

흔히 `주휴일(사용자가 1주간의 소정근로일을 개근한 노동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 유급으로 부여하는 휴일)`에 일할 경우 8시간 근무까지는 통상임금의 1.5배 이상의 가산수당이 지급됩니다. 8시간을 초과한 시점부터는 통상임금의 2배 이상의 가산수당을 지급해야 합니다.

정부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합의를 전제로 현재 `주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 근로시간을 `월 단위`로 바꾸는 내용의 주52시간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주52시간제의 연착륙을 위해 다양한 방식의 노동시간 유연화는 앞으로도 계속 시도될 전망인데요. 본래의 주52시간제 취지에 맞게 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되거나 근로자의 건강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근로자의 자율적 선택권을 확대하고 적절한 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도움말 : 박동준 노무법인 굿컴퍼니 대표(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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