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최고경영자(CEO) 자오창펑이 미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한 FTX의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6일(현지시간) 미 경제지 포춘에 따르면 자오창펑은 이날 트윗에 “샘 뱅크먼-프리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기꾼 중 한 명이며 언론과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을 조작하는 데 전문가다”라고 적었다. 그는 “샘 뱅크먼-프리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을 ‘나쁜 놈들’로 그리는 내러티브를 심었다. 이것은 그가 ‘영웅’이라는 환상을 유지하는데 중요했다”고 덧붙여 비난했다.
뱅크먼-프리드는 실제로 이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어려워진 가상자산 업체들을 돕는 암호화폐계의 ‘영웅’, ‘백기사’ 등으로 불렸다.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를 즐겨입는 소탈하고 쿨(cool)한 모습은 미국인이 사랑하는 ‘혁신형 천재’의 이미지를 뒷받침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뱅크먼-프리드는) 외모로 자신을 브랜드화하면서 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FTX의 재무 불안정성이 폭로된 배경에는 샘 뱅크먼-프리드와 자오창펑의 불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미국 규제당국이 가상자산 시장을 조여오자 뱅크먼-프리드는 미국 정치권 로비에 많은 자금을 쏟아붓는 등 적극적인 정계 로비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가상자산 규제법안 작성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정작 FTX 본사는 규제를 피해 바하마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업계 1위인 바이낸스에게 규제 화살이 집중되도록 자오창펑 바이낸스 CEO가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 출신이란 점을 부각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낸스는 ‘사실상 중국 기업 아니냐’는 의심 속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집중 조사대상이 됐는데, 그런 자오창펑을 향해 지난달 뱅크먼-프리드가 “그 사람도 워싱턴에 갈 수 있지?”라며 트윗을 올린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트위터 글은 삭제됐지만, 자오창펑은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오창펑은 심지어 FTX 설립 초기에 FTX에 투자한 은인이기도 하다.
지난달 2일 미국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를 통해 `FTX가 자체 발행 가상화폐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몸집을 키웠다`는 재무건전성 의혹이 처음 제기됐다. 이에 바이낸스는 7일 “(지난 5월의) 루나 사태 때 얻은 교훈을 토대로 한 리스크 관리”라며 FTT를 전량 매도한다고 트윗을 올렸다. 이후 뱅크런(대규모 인출 사태)이 벌어졌다.
자오창펑은 이러한 바이낸스의 트윗으로 인해 FTX를 몰락시킨 뱅크런이 벌어졌다는 이야기에 대해 “건강한 비즈니스는 트윗으로 파괴될 수 없다”며 “잘못된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FTX의 운영 방식이 문제이지 뱅크런에 대한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자오창펑은 “언론이 뱅크먼-프리드가 ‘좋은 의도를 가졌으나 그저 몇가지의 실수를 저지른 사람’으로 보여지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거짓말은 결코 좋은 의도를 가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뱅크먼-프리드는 계속해서 사기 의혹에 대해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 소식을 보도한 포춘지도 샘 뱅크먼-프리드의 조작에 넘어갔던 수많은 언론 중 하나다. 지난 8월 포춘은 FTX를 창업한 지 3년밖에 되지 않은 그를 표지 모델로 선정했다. ‘넥스트 워런 버핏?’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30세의 억만장자가 위기의 순간에 암호화폐에 큰 베팅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투자 전략은 ‘그가 제국을 건설하거나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는데, 다른 의미로 후자의 예측이 들어맞은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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