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2023년, 토끼의 해인 계묘년을 앞두고 경기, 금리, 주가, 환율, 부동산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예측 방법을 다뤘다. 이달부터는 주식부터 실제로 투자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이번주에는 다섯 번째 주제로 "증시가 망해도 `돈`되는 시겔型 전략이란?", "한국의 명품 주식을 선택한다면?"이란 주제를 다룬다.
증시가 망해도 ‘돈’되는 시겔型 전략이란?
요즘 국내 증시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줄곧 주가를 비관적으로 보던 한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장이 낙관론으로 돌아서 또 다른 각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기와 기업 실적, 유동성 등을 감안하면 증시 앞날은 여전히 밝지만 최근처럼 비관론자조차 낙관론으로 돌아설 때 투자자들이 해야 할 일은 증시가 붕괴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미국 와튼 스쿨 교수인 제라미 시겔의 격언처럼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만약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여진 증시 전광판에 흥분돼 뒤늦게 주식을 사다간 큰 손실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시겔의 주장대로 성장의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시겔형 전략이란 경기와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말한다. 국내에서도 ≪주식투자 바이블≫, ≪투자의 미래≫의 저자로 잘 알려진 시겔은 그때그때의 성장과 인기에 영합하는 종목보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종목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경기와 증시 상황에 따라 성장주와 인기주에 영합하다 보면 애는 많이 쓰지만 정작 투자 수익률은 낮아지는 성장의 함정에 빠지는 우(愚)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비슷한 각도에서 `코스피 지수=3000 시대`를 맞아 개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를 짜는 데 있어서 핵심이 돼야 할 것은 지수연동 상품에 가입하는 일이다. 제 아무리 날고 기는 주식 투자자나 때때로 높은 수익을 내주는 투기형 헤지펀드라 하더라도 운용비용이 낮은 인덱스 펀드 만큼 실적을 내지 못한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해서 입증된 사실이다.
지수연동 상품을 토대로 보다 높은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자들은 시겔이 강조하는 `DIV`의 지침대로 개별 종목을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DIV 지침이란 배당(dividend)과 국제화(international), 가치 평가(valuation)의 영문 첫 글자를 딴 종목선택 전략을 말한다.
배당을 강조하는 것은 경기가 불황이거나 증시가 망하더라도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현금 흐름이 유지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국제화는 갈수록 세계가 하나의 경제로 가는 추세를, 가치 평가를 강조하는 것은 성장 기대치에 대해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기업 주식이 궁극적으로 높은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시겔의 전략을 토대로 현시점에서 가상적인 포트폴리오를 짜보자. 만약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여유자금이 있다면 그 자금의 50% 정도를 먼저 지수연동 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해외 펀드와 국내 펀드 간의 비중은 펀드 가입 전체 금액의 6대 4의 비율로 글로벌 펀드에 무게를 두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주식연동 상품에 투자한 자금을 뺀 나머지 50%는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전통적으로 배당 성향이 높은 기업 주식이나 부동산 투자신탁, 즉 리츠 상품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또 글로벌 비중이 높은 거대기업이나 사업이 다각화된 다국적 기업의 주식을 매입하는 GBK, 즉 글로벌 브로커리지를 할 것을 권한다. 이들 종목을 함께 묶어 투자할 수 있는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도 좋은 대안이다.
업종별로는 석유와 천연자원이나 제약과 필수 소비재와 같은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기업 주식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주가수익비율(PER)이 낮거나 기업 생명이 오래된 주식, 버크셔 해서웨이와 같은 세계적인 펀드들이 보유하는 주식을 참조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를 짜고 나면 다음에 해야 할 일은 `루비콘 기질`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수퍼 리치 뿐만 아니라 한국의 부자들도 돈을 벌 수 있는 확실한 투자전략으로 선택하면 루비콘강을 건너면 되돌아올 수 없듯이 어떤 위험이 닥치더라도 초지일관 밀어붙인다는 점을 일반 투자자들은 가슴 깊게 새겨둘 필요가 있다.
한국의 명품 주식을 선택한다면?
요즘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상황이 지나고 경기가 좀 풀려서 그런지 명품을 찾는 사람들이 다시 늘어난다고 한다. 주식시장에서도 10년 묻어두면 부자가 되고 20년 후에는 노후대비가 되면서 30년 후에는 자녀에게 상속도 가능한 이른바 명품 주식을 찾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뉴욕 월가에서 명품 주식을 고르는 데에는 워런 버핏의 투자이론을 많이 활용된다. 버핏은 철저하게 잘 아는 기업의 주식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독과점 지위에 있는 기업의 주식은 더 선호한다. 가격을 결정할 때 우월한 지위에 있다면 비용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주식을 사고팔 때 두 사람 모두가 `충분히 기다릴 것`을 강조한 점이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주식이라도 그 기업의 주가가 내적 가치보다 떨어질 때까지 기다려 매입하고 일단 매입한 주식은 주가가 기업가치를 반영할 때까지 기다려서 팔아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버핏의 이론대로 주식에 투자할 경우 한 나라 증시가 `기업의 자금조달과 개인의 건전한 재산 증식의 창구`로 발전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오늘날 미국 증시가 세계 증시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시점이 버핏이 활동하기 시작하던 때와 일치하는 것도 이 같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뒷받침해 준다.
국내 증권사들이 버핏의 이론을 적용해 10년 묻어두면 부자가 될 수 있는 주식으로는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LG전자·SK·한화에어로스페이스·네이버·카카오 등이 꼽혔다. 이처럼 삼성, 현대, LG, SK 등 4대 그룹과 빅테크 기업의 주식이 추천된 것은 우리 인구 구성과 독점적 지위를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으로 20년 후 노후대비가 될 수 있는 종목으로는 삼성전자·삼성물산과 같은 삼성 그룹주와 KB금융·하나금융·CJ제일제당·네이버 등 과거 배당 실적이 좋았던 종목 그리고 SK텔레콤·삼성화재 등 법정 준비금을 많이 적립해 놓은 종목이 추천됐다. 한 마디로 노후대비는 배당성향이 높은 `코스피의 개(The dogs of Kospi)`가 될 수 있는 종목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으로 30년 후에 자녀들에게 상속이 가능한 종목으로는 네이버·현대모비스·삼성전자·LG전자·SK·CJ제일제당·고려아연·한화시스템 등을 많이 꼽았다. 국내 증권사들이 이들 종목을 자녀 상속에 적합하다고 본 것은 확실한 브랜드와 시장 지배력을 갖고 있어 한 번 사면 죽을 때까지 팔지 않아도 되는 소위 `원 디시전(one-decision) 종목`이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상장된 종목을 기준으로 앞으로 부자와 노후대비, 자녀상속이 동시에 가능한 한국의 명품 주식으로는 삼성전자·네이버·LG에너지솔루션 등을 꼽을 수 있다. 요즘 들어 증시 움직임에 부화뇌동해 주식을 사고파는 투자자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10년, 20년, 30년 후에 묻어둘 종목으로 그 어떤 경우든 증권주가 꼽히지 않는 점은 증권사 뿐만 아니라 한국 증시 발전에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한상춘 한국경제TV 해설위원/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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