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52조 더 걷었지만...지난해 나라살림 적자 117조 '사상최대'
지난해 공무원·군인들에게 지급할 연금 등 사실상 '빚'으로 인식되는 부분까지 포함한 국가부채가 2,326조원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중앙·지방정부가 갚아야 하는 실질적인 '나랏빚'인 국가채무도 1067조7천억원으로 처음으로 1천조를 돌파했다.
또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50조원 넘게 늘었지만, 추경 편성으로 지출이 늘면서 나라 살림 적자는 120조원에 육박하며 역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식과 채권 가격 동반 하락으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이 40조원 넘는 투자 손실을 보게 되면서 지난해 국가자산 가치도 30조원 감소했다.
정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2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국가결산보고서는 감사원 결산검사를 거쳐 5월 말에 국회에 제출된다. 우리나라의 세입·세출과 재정, 국가채무 등을 확정하는 절차다.
◆ 지난해 국가부채 2,326조, 131조↑ '역대 최대'…연금부채 1,181조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부채는 2,326조2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130조9천억원(6.0%) 늘었다. 기존 사상 최고치인 2,195조3천억원을 1년 만에 다시 한번 경신했다.
국가부채는 정부가 반드시 갚아야 할 국가 채무(D1)와 공무원·군인에게 지급해야 할 연금 부담(연금충당부채) 등을 합한 것이다.
우선 국가부채에서 국공채·차입금 등 국가가 상환 의무를 갖는 확정부채는 907조4천억원으로 89조2천억원(10.9%) 증가했다.
지난해 정부의 총수입(617조8천억원)보다 지출(682조4천억원)이 커 이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발행을 84조3천억원어치 늘린 영향이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가 포함된 비확정부채는 1,418조8억원으로 41조7천억원(3.0%) 증가했다.
비확정부채는 상환일정이 정해진 부채로 지급 시기와 금액이 확정된 확정부채와 다른 개념이다.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181조3천억원으로 1년 전보다 43조2천억원(3.8%) 증가했다.
확정부채 성격인 강한 국가채무는 지난해 1,67조7천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 해 동안 늘어난 금액이 97조원에 달했다.
중앙정부의 채무는 1,33조4천억원, 지방정부의 채무는 34조2천억원이었다. 이에 따라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6%로 1년 전 46.9%보다 2.7%포인트 높아졌다.
지난해 통계청 추계인구(5,162만8천명)로 나눈 1인당 국가채무는 2천68만원으로 지난해 처음으로 2천만원을 돌파했다. 이는 2021년 1,876만원으로 1년 새 192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기재부는 "국가부채는 지급시기와 금액이 확정되지 않은 비확정부채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국가채무(나라빚)와 다르다"며 "특히 비확정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연금충당부채는 지급액만을 추정한 금액으로, 실제 지출은 연금보험료 수입으로 우선 충당하고 있어 국가가 갚아야 할 빚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 117조 적자…GDP 대비 5.4% 수준
지난해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50조원 넘게 늘었지만, 나라 살림 적자는 12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세입은 573조9천억원으로 전년도 결산 대비 49조8천억원 증가했다.
이 중 세금으로 걷힌 국세 수입(395조9천억원)이 전년 대비 51조9천억원 늘었다. 세외 수입(178조원)은 2조1천억원 감소했다.
총세출은 559조7천억원으로 전년보다 62조8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총수입(총세입+기금 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64조6천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 폭은 전년도 결산치(-30조5천억원)보다 34조1천억원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해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도 117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정부가 지난해 2차 추경 편성을 통해 수정한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110조8천억원)를 6조2천억원 웃도는 수준이다.
적자 규모는 전년(-90조6천억원)보다도 26조4천억원 늘었다.
이에 따라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코로나19 사태 첫해인 2020회계연도(112조원)를 넘어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5.4%까지 치솟았다. 세금이 1년 전보다 50조원 넘게 더 걷혔는데도 나라 살림살이는 오히려 악화했다는 의미다.
◆ 고금리 여파 연금손실에 국가자산 30조↓
고금리 여파에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면서 지난해 국가자산 가치도 30조원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국가자산은 2,836조3천억원으로 2021년 결산 대비 29조8천억원(1.0%)이 줄었다. 2020년 이후 2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했다.
이는 주요국의 강도 높은 긴축에 금리가 상승하면서, 주식과 채권 가치가 동반 하락한 영향에 국민연금기금 등이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이에 따라 공적연금기금이 보유한 유동·투자자산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자산 유형별로 보면 유동자산이 51조7천억원(9.1%), 투자 자산이 19조1천억원(1.6%) 각각 감소했다.
이중 사회보장성기금인 국민연금 41조7천억원, 사학연금 1조5천억원, 공무원연금 1조3천억원, 군인연금 1천억원 등 모두 44조6천억원어치가 줄었다.
대표 공적연금기금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 운용 수익률이 -8.22%로 연간 기준 역대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바 있다.
자산에서 부채(2,326조2천억원)를 뺀 국가 순자산은 510조원으로 2021년 670조7천억원보다 160조7천억원(24.0%) 줄었다.
정부는 이번 결산을 계기로 재정건전성에 대한 보다 엄중한 인식하에 재정준칙 법제화 등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정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정희갑 기재부 재정관리국장은 "내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2022회계연도 결산내용을 반영해 무분별한 현금지원 사업 등 도덕적 해이와 재정 누수를 철저히 차단하는 한편 예산 외 가용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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