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전국의 주요 공사현장이 시멘트 부족으로 사실상 멈춰섰습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 시멘트 생산 강국, 소비력은 세계 5위권 국가로 알려져있는데요.
때 아닌 시멘트 대란,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와 자세히 들여다 봅니다.
전 기자, 현재 시멘트 부족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겁니까?
<기자>
시멘트 부족 현상은 올해 초부터 서서히 조짐이 보이더니 지난달 공사장 곳곳이 멈춰설 정도로 심각해졌습니다.
대한건설협회 조사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전국 154곳 건설 현장 중 98곳(63.6%)에서 시멘트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오늘 제가 찾은 공사현장도 시멘트 수급이 불안정해 한번에 진행할 공사를 여러 단계로 쪼개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공사도 지연되겠죠.
비용 부담 역시 크게 늘었는데요.
톤당 10만원 아래였던 시멘트 가격은 현재 12만원, 서울은 레미콘 차량이 오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다보니 6만원씩 운송료를 더 내야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절반 이상의 공사장이 멈출 정도면 말 그대로 '시멘트 대란'으로 불러야 할 것 같은데요, 시멘트가 왜 이렇게 부족한 겁니까?
<기자>
시기적인 이유와 정책적 이유로 나눠볼 수 있을텐데요, 먼저 시기적 이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 이유로 꼽히는 건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이월된 공사물량이 많았던 겁니다.
건설 공사는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방식이다보니 한 단계만 멈춰서면 뒷 공정도 완전히 멈추게 됩니다.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기간은 26일었는데 이만큼 공정이 늦춰진 거죠.
그리고 새해 들어서는 날씨가 빨리 따듯해지지 않았습니까?
보통 1~2월에는 공사가 어려워 공사현장도 멈추고 시멘트 생산량도 주는데, 예년보다 온화해진 날씨에 조기에 공사를 시작하는 현장이 늘었던거죠.
지난해에는 공사가 지연되고, 올해는 공사가 일찍 시작하다보니 단기적으로 시멘트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배경이 됐습니다.
<앵커>
정책적인 이유는 어떤겁니까?
<기자>
대표적인 이유는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이후 콘크리트에 대한 품질 기준이 높아진 것이 이유로 풀이됩니다.
시멘트 협회의 데이터를 보면요, 올해 1분기 시멘트 생산은 지난해보다 3~4% 늘었고, 재고까지 추가해서 최종 출하량은 8% 정도 늘었습니다.
그러면 시멘트를 섞어서 만드는 콘크리트 출하도 늘어야 하는데, 콘크리트 출하량은 그대로였다는 거죠.
결국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시멘트 배합비율이 기존보다 10% 정도 높아진 것이 시멘트 대란의 이유 중 하나로 풀이됩니다.
여기에 2~3년 전부터 탄소 저감 정책의 일환으로 시멘트를 만들 때 석탄 대신 가연성 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하는 추세입니다.
시멘트 생산 공정의 핵심인 연료를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보니 평년의 동절기 보수 작업보다 기간이 늘어진다는게 시멘트 업계의 설명입니다.
결국 시기적으로 공사가 몰렸고, 여기에 공정에서의 변화까지 겹치면서 시멘트 품귀 현상이 빚어진 겁니다.
[이창기 / 한국시멘트협회 부회장: (시멘트) 출하와 생산이 늘어나면 콘크리트 출하도 그만큼 늘어나야 하는데, 콘크리트 출하는 같은 수준인데 시멘트 출하가 늘어났다는 건 배합률이 (기존보다) 높아졌다…]
<앵커>
시멘트 대란에 정부도 나섰다고 하는데, 정부 차원의 대책은 어떤게 있습니까?
그리고 언제쯤 수급 불안이 잦아들지도 얘기해주시죠.
<기자>
네, 오늘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건설협회, 시멘트협회 등 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를 갖고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우선 해외로 수출되는 시멘트 물량을 내수용으로 돌리기로 했습니다.
또, 정부, 건설사, 시멘트·레미콘 업계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시멘트 생산량과 재고량 정보도 공유한다는 구상입니다.
[원희룡 / 국토교통부 장관: 당장의 공급난을 타개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방법을 노력하겠습니다만, 시멘트 업체도 생산량을 최대로 늘려서 수급난이 장기화 되지 않도록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업계에서는 시멘트 수급이 안정되는 시기로는 4월 말을 예상했는데요.
현재 시멘트 생산설비(킬른)가 전국에 36기가 있는데, 지난달까지 11~12기 정도가 보수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보수가 마무리됐고요.
다음주나 다다음주부터 성수기 수준의 생산에 나서고, 수출 물량을 내수로 돌린 것까지 합한다면 시멘트 대란은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시멘트 대란에 시멘트 관련주 주가는 어땠습니까?
<기자>
지난달 초를 기점으로 시멘트 관련주는 시멘트 대란에 힘입어 많게는 30% 정도 단기 급등했습니다.
건설사 주가가 지지부진한 것에 비해 대조적인데요.
보통 건설 경기와 건설 수주량, 착공 실적에 힘입어 건설주와 시멘트주는 함께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이례적인 상황이 빚어진 거죠.
문제는 건설 경기 자체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지표가 이어지는 상황입니다.
실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3월 건설경지 지수는 72.2p로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신규 수주 지수는 이보다 더 낮은 70.8을 기록해 최근 4개월래 가장 낮았고요.
결국 시멘트 대란이라는 이슈로 급등한 주가는 이슈가 사라짐과 동시에 급락할 가능성도 높아 투자에는 유의가 필요한 부분으로 꼽힙니다.
<앵커>
부동산부 전효성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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