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정에서 여성의 경제적 기여도가 커졌는데도 여전히 여성이 더 많은 시간을 집안일과 육아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13일(현지시간)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이러한 조사 결과를 전하면서 "결혼이 집안일 빼고 평등해지고 있다"고 총평했다.
퓨리서치센터가 25∼64세 이성간 부부에 대한 정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남편과 아내가 비슷하게 버는 부부의 비율은 1972년 11%에서 2022년 29%로 증가했다.
남편 소득이 더 많은 부부는 1972년 85%에 달했지만 지난해 55%로 줄었고, 아내 소득이 더 많은 부부는 1972년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6%로 증가했다.
퓨리서치센터는 남편과 아내의 소득이 비슷한 부부를 '평등한 결혼' (egalitarian marriages)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평등한 결혼의 실상을 더 들여다보면 '대가를 받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여전히 성별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이나 가사에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평등한 결혼에서 '돈 받는 업무'에 들이는 시간은 남편 주 평균 44.2시간, 아내 41.1시간으로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여가 활동에 쓰는 시간은 남편(25.2시간)이 아내(21.6시간)보다 주 평균 3시간 반 이상 많다.
돌봄에는 아내가 주 평균 6.9시간을 들이는 반면 남성은 5.1시간을 투자했다. 아내의 가사 시간은 주 평균 4.6시간으로, 남편(1.9시간)보다 2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를 진행한 퓨리서치센터의 킴 파커는 미국 공영방송 NPR에 "여전히 불균형하다. 확실히 평등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편이 아내보다 돌봄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부부는 아내가 생계를 책임지는 유형뿐으로, 전체의 6%에 불과하다. 아내가 소득의 60% 이상을 버는 부부도 남편의 가사·돌봄 참여가 아내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에는 '사회적 시선'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퓨리서치센터가 5천15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별도 조사에서 57%는 사회가 남성이 가정보다 직장에서 하는 일을 더 가치 있게 평가한다고 답했다. 사회가 남성의 가정일을 더 높이 평가한다는 답은 7%에 불과했다.
반면 여성이 가정보다 직장에서 하는 일을 더 가치 있게 평가받는다는 대답은 20%에 그쳤다. 31%는 사회가 여성의 가정 기여도에 더 가치를 둔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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