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 긴축 종료 기대로 시장(채권) 금리가 떨어지고 은행의 금리 인하 경쟁이 겹치면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640∼5.801% 수준이다. 상당수 대출자에게 적용되는 하단 금리가 약 한 달 반 전보다 0.770%포인트(p) 급락했다.
이는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19%포인트(4.478%→3.859%)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 추이를 보면, 14일 현재 수준(3.640%)은 2021년 9월 말(3.220%) 이후 1년 6개월여만에 가장 낮다.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만큼, 대출금리가 사실상 통화 긴축 시작 지점으로 거의 되돌아간 셈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80∼6.060%)도 한 달 보름 사이 하단이 0.740%p 낮아졌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한 달 반 동안 0.740%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지표금리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3.820%→3.530%)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훨씬 더 많이 하락한 것은, 연초부터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난 뭇매를 맞은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0.3%p 안팎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난해 하반기 5∼6%에 이르던 은행 대출금리가 최근 크게 떨어지자, 위축됐던 주택담보대출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잔액 800조8천억원)은 2월 말보다 2조3천억원 늘어났다. 앞서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2014년 1월(-3천억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지만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주택담보대출 중 전세자금 대출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천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약 4조6천억원이 급증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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