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자체들이 잇따라 청년층 탈모 환자 치료비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이를 두고 필요한 복지 정책이라는 의견과 과도한 혈세 낭비라는 목소리가 맞선다.
부산 사하구의회는 지난 3일 부산에서 처음으로 청년들의 탈모 치료 비용을 지원하는 조례를 통과시켰다. 사하구에 1년 이상 거주한 19∼34세 청년이라면, 경구용 탈모 치료제 구매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앞서 서울 성동구는 만 39세 이하 구민에게 탈모 치료제 구매 비용의 50%를 연 20만원까지, 충남 보령시는 만 49세 이하 시민에게 탈모 치료비 전체를 연 50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는 관련 예산 편성 작업 등을 하고 있으며, 서울시에서도 청년을 대상으로 탈모 치료비를 지원하자는 조례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에 탈모를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재정으로 지원하자는 입장과 미용을 위한 치료를 세금으로 지원하는 게 맞느냐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지원을 지지하는 측은 탈모는 취업, 결혼 등 사회생활 전반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는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라고 주장한다.
사하구의회에서 조례를 대표 발의한 강현식 구의원은 "탈모는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로 발병하는 사회적 질병"이라며 "이 제도는 청년의 사회, 경제적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뿐 아니라 우울증 등 정신과 질병을 예방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탈모 증상을 겪는 청년층이 점점 늘어나는 것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3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탈모 인구수는 33만4천723명에서 33만5천437명, 34만9천797명으로 계속 늘었으며, 이 가운데 20∼34세 탈모 인구수가 7만5천227명에서 7만6천625명, 7만8천167명으로 증가했다.
탈모 증상을 겪는 최모(29)씨는 "친구를 만나는 모임에도 나가기 꺼려지는데, 치료비를 보조해준다면 더 적극적으로 탈모를 치료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탈모가 국가가 개입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의 질병인지에 대해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의 관심이 더 절실한 난치성 질환자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상황인데 탈모에 대해 먼저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실업, 주거, 보육 문제 등 청년들의 실질적인 복지를 위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오히려 뒤로 밀렸다는 비판도 있다.
부산의 한 기초의원은 "위급하고 어려운 상황에 놓인 환자를 위한 정책을 먼저 내놓아야 한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지 않고 집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에서 탈모 치료비를 지원할 경우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신청자가 몰릴 것이며, 이는 결국 지자체의 재정적 부담으로 이어질 확률이 크다고 본다.
한성호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치료비 지원과 같은 정책을 실시하면, 수요가 폭발해 필요한 예산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으로 올라간다"며 "한 지자체에서 지원하게 되면 다른 지자체에서도 잇따라 이 정책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결국 나라에서 재원을 책임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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