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하고 싸워야 하는 건데, 이건…"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17일 대구 중구 대중교통전용지구는 행정당국과 경찰이 충돌할 것만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았다.
오전 7시부터 기동대 20개 중대 1천300여명과 교통경찰·일반 직원 200여명 등 1천500명과 시청·중구청 직원 500여명은 560m 거리에 한데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방패를 든 경찰 기동대와 경광봉을 든 공무원들이 각자 미리 정해둔 골목 출입로 곳곳에 배치되며 일대는 북적였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직원들에게 "몸으로 막다가, 교통지도 차량으로 골목을 잘 막아야 한다"라며 "행정대집행 중에 경찰에 연행될 수도 있으니 마음을 단단하게 먹어라"고 말했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들어서는 시민은 노상에 가득 찬 경찰과 공무원에 놀라며 멈칫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여러 시민이 취재진을 향해 "이게 무슨 일이고", "오늘 여기서 뭐 하나요"라며 어리둥절해했다.
이른 아침 문을 연 한 커피숍은 블라인드로 대중교통전용지구 쪽으로 난 창문을 통째로 가려놓기도 했다.
대구시와 중구는 대구퀴어문화축제 행사 개최를 위한 도로 점용을 불법으로 간주하며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이 부스나 무대 설치를 하지 못하도록 사전에 행정대집행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전날 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퀴어축제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게 아니라 하더라도 도로 불법 점거를 하지 말라고 하고 있는데, 자기들 축제를 못 하게 막는다고 선전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반해 경찰은 퀴어축제는 헌법과 관련 법률에 따라 최대한 보장해야 할 정당한 집회라며 행사 개최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대중교통전용지구로 향하는 시내버스 등 모든 차량을 우회시키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현장에 동원된 한 경찰관은 "지금 공무원들하고 이렇게 유례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에 어이가 없다"라며 "우리야 퀴어문화축제 관리를 위해 매년 이곳에 나왔지만, 공무원들은 이렇게 나왔던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퀴어문화축제 주최 측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무대 차량, 물품·현수막 차량을 이용해 대중교통전용지구에 진입한 뒤 부스 40여개를 도로에 차릴 예정이다. 정오에는 퍼레이드 차량과 공연 준비 차량도 이곳에 도착한다.
경찰은 행정 당국이 행정대집행을 할 경우에는 경력 투입 등을 최대한 자제하되 양측이 서로 마찰할 때 행정상 '즉시강제'를 발동해 현장에서 조처를 내리기로 했다.
한편 이날 중구 동성로 일대에서는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단체들의 집회도 예정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