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친모에게 적용된 혐의가 영아살해죄에서 살인죄로 변경됐다.
29일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 따르면 이 사건 피의자 30대 친모 A씨에 대해 적용했던 혐의가 살인으로 변경된 것은 범행이 '분만 과정'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동일한 범죄를 반복한 점에도 경찰은 주목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11월 군포시의 한 병원에서 넷째이자 첫 번째 살해 피해자인 딸을 출산했고, 수 시간이 지나 퇴원하면서 아기를 데리고 나와 집으로 갔다.
A씨는 집에서 고민하다가 생후 1일이 된 딸을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아기 시신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유기했다. 출산, 분만 후 안정, 퇴원, 귀가까지, 딸을 낳은 뒤 한참이 지난 후에 일을 저지른 것이다.
형법 251조(영아살해)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 혹은 양육할 수 없다고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전북 전주시 자택에서 출산한 아기를 화장실 변기 물에 약 30분간 방치해 살해한 20대 여성은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의 경우 집 안 화장실에서 출산한 직후 범행했기 때문에 명확하게 영아살해죄에 해당하지만,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은 출산 후 수 시간~만 하루가 지나 제3의 장소로 이동해 범행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영아살해 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게다가 A씨는 그로부터 꼭 1년이 지나 같은 범죄를 다시 저질렀다. A씨는 2019년 11월 수원시의 병원에서 다섯째이자 두 번째 살해 피해자인 아들을 낳았고 퇴원 후 마찬가지로 아기를 안고 병원 근처의 주차장으로 가 목 졸라 살해했다.
A씨는 이번에도 그 시신을 냉장고에 넣었고, 이후 경찰에 적발될 때까지 자기 손으로 살해한 넷째 자녀(1차 범행)와 다섯째 자녀(2차 범행)의 시신을 보관해왔다.
경찰은 A씨가 2년 연속으로 자신이 낳은 아기를 직접 살해하는 동일 범죄를 저지른 점에 미뤄볼 때 혐의를 살인죄로 변경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경찰은 범행 당시 경제적 어려움이 있었다는 A씨의 진술도 검증했다. A씨는 사건을 저지른 2018~2019년을 포함해 총 3년간 무직이었으나, 남편 B씨가 회사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가정에 아예 수입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A씨가 경찰에 적발될 당시 살고 있던 수원시 장안구 아파트는 A씨의 시아버지, 즉 B씨 아버지 소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 자체가 가족의 소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과연 A씨가 자신이 낳은 아기를 둘이나 살해해야 할 정도로 빈곤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
A씨 가정은 지방자치단체에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으로 등록된 사실 또한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경찰이 이번 사건에 살인죄를 적용한 것은 옳은 판단이라고 본다"며 "범행이 한 차례에 그쳤다면, 산후 우울증이든 경제적인 상황이든 여러 요소를 고민해야 봐야겠으나, 2년간 반복된 살해는 고의성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 안팎에서는 이 사건 이후 갓 낳은 신생아를 살해한 사건 피의자의 범죄 사실이 이번과 비슷할 경우 최초 형사 입건 또는 체포 단계에서부터 살인죄를 적용하게 되리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편 경찰은 남편 B씨를 방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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