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주의 90대 할머니가 농장에서 일하던 20대 시절 장난삼아 계란에 메시지를 써서 보낸 것을 누군가 고이 보관한 덕분에 70여년만에 다시 보게 됐다.
25일(현지시간) 지역매체 KCCI-TV 등에 따르면 아이오와주 메이슨시티에 거주하는 메리 포스 스탄(92)은 스무살 때인 1951년 아이오와주 포레스트시티의 한 계란농장에서 일할 당시 재미 삼아 계란 한 알에 일종의 편지를 끄적였다.
"누구든 이 계란을 손에 넣는다면 내게 편지를 보내주세요"라며 "아이오와주 포레스트시티의 미스 메리 포스"라고 신원을 밝히고 '1951년 4월 2일' 날짜까지 적어두었다.
이 계란은 12개들이 포장용기에 담겨 뉴욕까지 팔려 갔고 뉴욕 시내 식료품점에서 계란 한 팩을 구입한 남성이 이 메시지가 적힌 달걀을 보고 보관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세월이 흘렀고, 이 남성은 20여년 전 집 청소를 도와주러 온 이웃인 존 아말피타노에게 이 계란을 건넸다. 호기심이 생긴 그는 메리 포스를 찾아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특이한 중고품을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그룹을 발견하고 지난 17일 이 계란의 사진을 그룹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렸다. 아말피타노는 사진에 "쉽게 볼 수 없는 계란이다. 1951년산이고 화석화됐을지언정 알이 안에 들어있다"며 계란 위에 쓰여있는 낙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낙서는) 머나먼 도시에 사는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꿈을 꾸던 아이오와주 계란농장 젊은 노동자의 외침으로 들린다"면서 "그가 아직 살아있을지 궁금하다. 찾으려 노력했으나 결실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는 "계란을 예쁘고 안전한 보관 용기에 담아두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포스팅이 기대 이상으로 큰 반응을 얻은 끝에 널리 퍼졌고, 결국 메리 포스의 딸과 연락이 닿았다.
취재진과 만난 메리 포스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계란이 어떻게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냐"고 반색한 뒤 "그들이 좋은 냉장고를 갖고 있었나 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는 70여년 전 자신이 메시지를 쓴 계란과의 '재회'를 복권에 당첨된 것과 같은 일이라며 "90년 이상 살면서 별별 일을 다 겪어 크게 놀랍지는 않지만 이번 일은 신선한 즐거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이어 "손 글씨 실력은 그때보다 지금이 더 낫다"면서 냉장고에서 꺼낸 계란 위에 이름을 써보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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