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집값 참 비쌉니다. 상승폭이 주춤해졌다고는 하지만 서울은 16주 연속(한국부동산원 집계) 상승세입니다. 거래가 줄어들었다는데 좀처럼 내려오질 않죠. 그런데 저금리로 돈 풀어대던 팬데믹이 끝나고도 집값이 뛰어서 골치 아픈 건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도 마찬가집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나 외신 보도를 보면 '주택공급이 정말 심각한거냐?' 주택 공급 부족이란 표현이 부쩍 자주 오르내리기 시작했어요. 집계 기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부동산 업체 리얼터 닷컴 기준으로 미국 단일 가구수 대비 부족한 주택수가 650만채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해요.
왜 서울, 수도권도 집은 많은데 정작 반포,서초,강남처럼 살고싶은 아파트는 늘 부족하잖아요. 미국 역시 실제 지어진 집도 적지만, 뉴욕의 센트럴파크 주변, 맨해튼에 늘 수요가 몰리는 지역, 최근 개발 중인 첼시 등은 한정된 물량에 가격은 자꾸 오릅니다.
땅 넓은 미국의 지난달 전국 주택 중위가격도 지난 7월 40만 6,700달러, 우리 돈으로 5억 3천만원 정도 꾸준히 오르는 중인데, 렌트비 상승률은 더해요. 뉴욕 맨해튼 아파트 렌트 7월 평균 가격이 5,588달러, 2년 전과 비교해 거의 50% 가까이 올랐고, 이렇게 비싼데도 렌트 수요가 줄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는 중인데 정작 집주인들도 속터지는 상황이라고 하죠. 제로금리 시절 구매해둔 집 주인들은 대출 받아서 더 큰 집으로 갈아타려다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연 5% 금리 이상이면 감당 못하겠다고 두 손 드는 거죠.
그래서 아예 집을 짓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또 꿰뚤어본 인물이 있죠.
전세계 주식시장에 반짝이는 기업들을 들여다보는 바이아메리카.
오늘은 이런 주택시장에서 앞으로 호황을 누릴 거라는 주식, 워런 버핏이 시장 변화를 읽고 대거 매집에 나선 디알 호튼, 미국 주택건설회사들 이야기입니다.
영화 속 화려한 주인공들의 모습이나 뉴욕 강변을 따라 들어선 고급 콘도, 아파트가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 내 전체 인구의 70% 이상이 거주하는 주택은 싱글하우스입니다.
이런 주택들은 대부분 도심이 아니라 주변 외곽을 따라 형성되어 있는데 이건 세계대전 이후 경제 상황과 관련이 깊어요. 뉴욕 바깥 경계를 따라 동쪽, 지금 콘도로 재개발된 롱아일랜드는 첫 대규모 주택단지가 조성된 곳이에요. 우리로 치면 압구정 현대아파트 탄생과 비슷할 거 같아요.
앞뒤 마당을 끼고, 차고지도 붙어있고 구불구불 도로들을 배치한 구조에 주르륵 늘어선 주택들, 이런 구조로 지어진 곳이 '레비 타운'이라고 하는데 미국 전역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는 1947년 윌리엄 레비라고 하는 인물이 처음 시작했어요. 인종차별로 논란을 빚기도 했던 인물인데, 미국 주택사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사람입니다.
당시에 외곽에 값싼 땅에 대단지를 짓는 것에 사람들이 회의적이었지만, 마침 참전 군인을 상대로 싸게 주택을 구입할 수 있게 지원하면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게 돼요.
주택 건설기간도 짧고, 마침 자동차가 대량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돈을 가진사람들이 너도나도 교외지역이 확장하는 발판이 됩니다.
이렇게 시작되어서 미국인들의 전형적인 생활 양식이 된 주택시장, 고급 주택부터 저가 주택까지 안 짓는 집이 없는 1위 업체가 바로 오늘의 주인공, D.R 호튼입니다. D.R.호튼은 지난해 매출액 기준 미국 주택건설 시장 21%, 1위 업체입니다.
도널드 R. 호튼이 1978년 당시 3만 달러를 빌려 동부연안 델러웨어에 주택건설을 시작해 성장한 회사예요. 바짝 추격중인 2위 레나(1954년), 풀티그룹(1950)보다 출발은 늦지만 공격적인 인수합병 전략으로 미국 전역에 계열사를 늘려가는 전략으로 2002년부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1년 만에 5.5% 포인트,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린 탓에 주식, 채권, 특히 빚내서 투자하던 상업용 부동산은 고금리 대출을 갚지 못해 휘청이기 시작했죠. 하워드 막스 등 대가들이 일찌감치 이 문제를 우려해왔죠. 하지만 주택시장만큼은 다릅니다.
미국 주택건설협회(NAHB)와 웰스파고가 매년 발표하는 하우징마켓인덱스를 색깔로 나눠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한자릿수 냉각기를 지나 팬데믹 때 저금리에 막대한 돈이 풀리면서 80~90선까지 치솟는데, 이게 금리인상으로 가라앉았다가 슬금슬금 다시 오릅니다.
요즘 미국은 30년 만기 모기지금리 조차 연 7% 이상 감당해야 하다보니까 대출을 받고 싶어도 감당하기가 힘들어집니다. 렌트는 뛰고, 대출을 치솟고, 그래서 남은 탈출구가 집짓는 거라고 해요.
이런 현상들은 팬데믹때 폭발적으로 늘어난 재택근무 영향이죠. 아마존 CEO인 앤디 제시는 사흘 출근은 이제 받아들일 때가 됐다고 직원들을 재차 독촉하고 있지만 한번 달라진 업무 습관이 바뀌겠나 싶은게 요즘 상황이죠.
어쨌든 이렇게 집을 새로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 오래된 집을 다시 고쳐야 하는 사람들, 그것도 소득이 적은 사람부터 아주 부유한 사람들까지 집을 소유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주택건설회사들이 수혜를 입고 입는 겁니다.
D.R.호튼은 매출액의 대부분이 주택건설(나머지 토지개발), 이 가운데 90%가 싱글하우스, 나머지가 타운하우스입니다. 회사 본사는 전형적인 미국인 거주지 텍사스주 알링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데, 주로 일조량도 좋고 거주하기 좋아 선벨트라 부르는 미국의 동남부 부터 서남부 까지를 주된 건설 사업지로 두고 있습니다.
창업자 지분구조가 특이한데, 호튼 패밀리 일가가 형제들마다 이러저러한 합자회사를 만들어 전체 지분의 9% 가량을 소유하고 있고, 미국 주요 펀드들인 뱅가드 블랙록, 그리고 워런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지난 분기 7천억달러 가량 사들여 1.76% 지분을 보유 중인 곳입니다.
가족 증여도 하고 협력 파트너도 끌어들이고, 땅만 잘 보는게 아니라 모기지 사업으로 대출과 소유권 이전, 또 브랜드 등급을 나눠 품질과 가격 면에서 우위에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어요.
90년대부터 컨티넨탈 홈즈, 캠브리지홈즈, 포트리스 홈즈, 최근 웨스트포트까지 인수합병을 진행하면서 전국에 사업지를 두고 있고 D.R.호턴 브랜드 뿐만 아니라 고급 부동산인 에메랄드 홈즈와 익스프레스 홈즈, 프리덤 홈즈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팬데믹 당시 호황기에 비하면 자기자본이익률은 다소 떨어져있기는 해요. 회계연도2020년 기준 22%에서 지난해 34.5%까지 올랐는데, 올해 상반기엔 24.3%로 도로 내려온 상태이구요.
주택 판매를 통한 이익 회수율도 예년 수준으로 돌아서는 중이지만 나쁘게 볼 숫자는 아닙니다. 2020년 24.6%, 이것도 안정적이었지만 작년엔 무려 42.8%까지 뛰었고, 올해 상반기 31.8%를 기록 중이에요.
최근 5년간 주택판매로 86억 달러의 현금흐름을 만들었고, 이를 그대로 배당으로 주주에게 환원하는 강점을 갖고 있기도 해요. 배당면에서도 분기마다 배당을 하고 2014년 이후 꾸준히 배당성장을 지속하고 있어요. 올해 배당성장률은 10%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죠.
주택부문에서 보유 토지만 84억 8천만 달러, 건설중인 주택은 95억달러 규모이고, 지분 63%를 보유한 주거용 부지 제조업체인 포레스타(Forestar)와 함께 시장 지배력을 꾸준히 키우는 중입니다. 이런 덕분에 전체 자본에저 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같은기간 17%에서 11.1%까지 내려와 있는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죠.
상업용 부동산과 다르게 주택시장은 빠른 회복을 보이면서 이들 건설업체를 대하는 월가 시각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물론 계기는 워런 버핏이 만들었지만요. JP모건의 마이클 르하우트 애널리스트는 "연준의 금리인상 주기가 완료되면 주택건설회사들 주가에 촉매가 될 수 있다" 긍정적인 평가를 내고 있고, 시장에서 가장 빠른 회복을 보이는 업종이 될 거란 평가까지 나옵니다.
월스트리트저널 집계 기준 애널리스트 의견은 매수 10곳, 비중확대 3고, 보유의견은 8곳, 최근 주가가 재반등하면서 32%나 올랐는데 월가 평균 목표가는 145달러, 아직도 더 여력이 남은 주가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상품, 집도 예외는 아니죠. 늘 수요는 몰리고 공급은 한정된 시장, 원자재 다음으로 주택시장을 선택한 워런 버핏의 혜안,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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