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한 사람이 내장비만까지 동반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걸릴 위험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4.7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세대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용제·손다혜 교수, 이혜린 전공의 연구팀은 2017∼2020년 건강검진에 참여한 1만5천267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비만과 복부비만, 비알코올성 지방간 사이에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24일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대사질환 분야 국제학술지(Metabolic syndrome and related disord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상태를 말한다. 평소 술을 마시지 않고, 약물이나 간염 등의 원인이 없는데도 간에 많은 양의 지방이 축적돼 발병한다.
이 질환이 무서운 건 합병증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상태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0년 내 심혈관질환이 발병할 위험이 8∼9배까지 높아지고, 췌장암 발병 위험은 17%가량 상승한다는 보고가 나와 있다.
또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심부전과 치매가 나타날 위험이 각각 50%, 38%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비만은 이런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범으로 꼽힌다. 비만에 의한 지방조직 증가, 인슐린 저항성, 염증 등이 지방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서 비만 여부를 판별하는 지표로는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WC) 두 가지가 쓰인다. BMI는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이 수치가 25 이상이면 비만, 3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각각 분류된다.
BMI가 전체적인 비만도를 가늠하는 잣대라면, 허리둘레는 복부 내장 지방의 위해성에 주목한 비만 지표다. 허리둘레 수치가 남성 90㎝, 여성 80㎝를 각각 넘어서면 복부 비만으로 본다.
요즘 국내에는 전체적으로는 비만이 아닌데도 '사과형 비만' 또는 '올챙이 배'로 불리는 복부비만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번 연구에서는 연구 참여자를 비만과 복부비만 여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눠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이 결과 비만과 복부비만에 모두 해당하는 그룹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은 비만과 복부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그룹보다 4.7배 높은 것으로 추산됐다.
비만 또는 복부비만 한쪽만 해당하는 그룹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은 같은 비교 조건에서 각각 2.3배. 3.2배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 참여자들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중증도도 비만과 복부비만 모두 해당하는 그룹에서 가장 높았다.
따라서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전체적인 비만만 볼 게 아니라, 복부비만까지 고위험군으로 간주해 관리해야 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손다혜·이용제 교수는 "BMI는 정상이더라도 허리둘레가 비만인 사람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 위험이 높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방을 위해서는 체중이 적게 나간다고 마음을 놓기보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음식 섭취를 통해 내장지방을 줄여 복부비만을 함께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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