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노조'를 고수하는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동자 임금 단체협약을 거부한 후 북유럽 전역에서 사면초가 상황에 몰리고 있다. 스웨덴과 덴마크에 이어 핀란드에서도 거대 노조가 집단 보이콧을 벌여 테슬라의 차량 운송을 거부했고, 주요 주주인 북유럽 연기금과 공공펀드가 보유 주식을 매각하거나 투자 철회 경고를 보내고 있다.
덴마크의 대규모 연기금 중 하나인 펜션덴마크(PensionDanmark)는 전날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않자 보유 중인 테슬라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 통신과 미 경제매체 CNBC 등이 보도했다.
펜션덴마크는 주식 매각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로이터는 매각 금액을 6천880만달러(약 905억원)로, 현지 매체 프리헤스브레베트는 5천800만달러(약 763억원)로 보도했다.
펜션덴마크는 "테슬라가 어느 나라에서도 (노조와) 협약 체결을 거부하고 있다는 점과 현재 갈등이 덴마크로 확산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우리는 투자자로서 이 회사에 영향을 미칠 기회가 거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이것이 테슬라를 투자 제외 목록에 올린 이유"라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또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은행 투자관리(NBIM)도 테슬라가 노동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NBIM은 로이터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투자 대상 기업이 노동권을 포함한 기본적 인권을 존중하기를 기대한다"며 "지난해 우리는 테슬라에 노동자 단결권을 존중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을 요청하는 주주 제안을 지지한 바 있다"고 밝혔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NBIM은 테슬라의 7대 주주로, 0.88%(약 9조원 상당)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덴마크의 또 다른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AkademikerPension)도 이날 테슬라를 감시 대상 목록에 올렸다고 밝혔다. 이 연기금은 테슬라 지분 1천800만달러(약 237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아카데미커펜션의 최고경영자(CEO)인 옌스 뭉크 홀스트는 "적절한 근무 조건이 기업에서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고 위험을 줄인다는 것을 테슬라 경영진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유럽 노조의 테슬라에 대한 집단 보이콧도 확대되고 있다.
핀란드 운송 노조 AKT는 오는 20일부터 핀란드의 모든 항구에서 스웨덴으로 향하는 테슬라 차량과 부품의 하역·운송을 전면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스모 코코 AKT 위원장은 "우리가 사측과 단체협약을 맺고 노조끼리 서로를 지지하는 것은 북유럽 노동시장 모델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7일 스웨덴의 테슬라 수리점 10곳에서 일하는 정비사 130여 명이 사측의 임금 단체협약 체결 거부에 맞서 파업에 들어가면서 사태가 시작됐다.
이들이 소속된 스웨덴 금속노조(IF메탈)가 파업에 나선 후 우체국(PostNord AB) 노동자들이 포함된 서비스·통신직 노조 등 스웨덴의 9개 산별 노조가 우편물 배송과 차량 운송 거부 등 연대 활동에 나섰다.
이어 덴마크의 최대 노조인 3F가 지난 5일 스웨덴 노조의 연대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18일부터 테슬라 차량의 항구 하역과 육로 운송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스웨덴에서 노조의 파업과 관련해 제기한 소송에서도 패소했다고 보도했다. 기사에 따르면 테슬라는 스웨덴 우체국 노조가 교통국에서 발급한 신차 번호판 배송을 거부하자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소송 직후 테슬라가 직접 번호판을 가져올 수 있게 한 잠정 결정을 취소하고 노조의 봉쇄 조치를 유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스웨덴에서는 교통국이 신차 번호판을 우체국을 통해서만 배송한다.
이에 따라 유럽에서 다섯 번째로 큰 시장에서 테슬라의 차량 인도가 사실상 중단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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