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질소로 질식시키는 방식의 사형이 처음으로 집행됐다.
AP통신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주는 25일(현지시간) 살인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이던 케네스 유진 스미스(58)를 이같은 방식으로 처형했다.
독극물 주입을 이용한 사형이 1982년 미국에 도입된 이후 새로운 사형 방식이 도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소로 질식시키는 방식은 사형수의 안면을 덮은 인공호흡기에 질소를 공급한다. 질소 가스를 흡입하는 시간은 '최소 15분' 또는 '심장박동이 멎은 후 5분' 가운데 긴 쪽을 선택하는 것으로 정해졌다.
스미스는 사형 집행 시작 22분 만에 사망 선고됐다. 그는 몇 분 동안 의식이 있었고 최소 2분간 경련을 일으켰다.
이번 사형집행은 법정공방 속에 강행됐다. 스미스 변호인은 "스미스를 잔혹한 새 처형 수단의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며 앨라배마주의 이번 사형집행을 막아달라고 청구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이날 이를 기각했다.
다른 2명의 진보 대법관과 함께 스미스의 사형집행에 반대 의견을 낸 소냐 소토마이어 대법관은 "앨라배마주가 스미스를 처음에 죽이지 못하자 전혀 사용된 적이 없는 새 처형 수단을 실험할 '기니피그'로 스미스를 선택했다"고 비판했다.
스미스는 1988년 한 목사에게서 1천 달러에 청탁받고 이 목사의 아내를 살해한 혐의가 인정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 목사는 큰 빚을 진 뒤 아내의 생명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기획했다가 수사망이 좁혀오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미스는 애초 2022년 독극물 주입으로 처형될 예정이었으나 당국이 혈관 주사를 위한 선을 연결하지 못해 집행 직전 형이 연기됐다.
앨라배마주는 당초 질소가스가 주입되면 몇초 안에 의식을 잃고 몇 분 안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스미스를 지원해온 이들, 종교단체, 유엔 인권기구 관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스미스를 상담해온 제프 후드 목사는 "30초 안에 의식을 잃는 일은 없었다"며 "우리가 본 것은 몇 분 동안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앨라배마주 교정당국은 스미스의 경련이 무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고 반박했다.
앞서 교황청과 연계된 가톨릭 자선단체인 상테지디오는 "야만적이고 미개하다"며 앨라배마주가 지울 수 없는 치욕을 떠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유엔 인권위원회에 소속된 전문가들 역시 질소가스 사형이 고문을 금지하는 인권법규를 위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