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 다리 잃었지만…태권도 고수 등극

입력 2024-02-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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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청년 시절 군 제대를 한 달 앞두고 지뢰를 밟아 한쪽 다리를 잃었던 60대 남성이 장애인 태권도 세계 최고수에 등극했다.

24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부산에서 개인택시 기사로 일하는 김형배(65) 씨는 지난 20일 영국 기네스 협회로부터 '세계 장애인 태권도 최고단자' 인증서를 받았다. 2019년 6월 태권도 7단에 승단한 그가 최근 기네스 협회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1월 24일 오후 8시 부산 동부수정체육관에서 이상정 부산태권도협회 원로회의 회원(공인 9단), 송화수 세계태권도본부 국기원 자문위원(공인 9단) 등 두 명의 증인과 선후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발차기, 품새, 격파, 겨루기 등을 영상으로 찍어 영국 기네스 협회로 보냈다.

그는 1983년 제대를 한 달 앞두고 휴전선 비무장지대 수색 근무에 참여했다가 지뢰를 밟아 왼쪽 무릎 아래 다리를 잃었다. 헬기를 타고 도착한 병원에서 보름간 고통을 견딘 그는 결국 너덜너덜해진 다리를 잘라냈다. 태권도 사범과 액션 배우를 꿈꿨던 그의 꿈도 산산조각이 났다.

제대 후 3년 내내 술만 마시며 허송세월하던 그는 다시 마음을 잡고 공부해 동아대학교에 들어갔다. 부산교통공사 공채에 합격한 후에는 결혼해 1남 1녀를 둔 가정도 꾸렸다. 마흔살에는 의족을 달고 자신이 그토록 좋아했던 태권도를 다시 연마해 4~7단을 차례로 땄다. 마라톤 풀코스까지 완주하는 등 그의 도전은 끝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의족 장애인으로 태권도 최고단자라는 사실을 알고 기네스북에 뒤늦게 도전했다. 김씨는 "한쪽 다리를 잃은 후 의족 장애인이 태권도를 하는 경우를 본 적도 없었고,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위험하게 태권도를 한다고 만류했다. 그렇지만 정년까지 역무원 일을 하려면 체력이 필요해 태권도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하체 단련차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의족을 찬 다리는 물집이 생기고 상처가 났다. 상처가 나으면 다시 달리고 체육관에 나가는 일을 반복하면서 차츰 발차기가 안정되고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기네스월드레코드에 기록 보유자로 등재돼 너무나 영광스럽고 기쁘다. 의족 장애인으로 살면서 허약해진 건강과 앞이 캄캄하던 절망의 시절, 방황, 고통, 태권도 재도전 등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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