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민원에 숨진 공무원, 가해자 신상도 털려

입력 2024-03-0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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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성 민원에 시달리고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가운데 이번에는 가해자 신상정보가 공개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김포시 9급 공무원 A(39)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 40분께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로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 그날 온라인 카페에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됐고 A씨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그는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다 2022년 9월 공직에 입문해 약 1년6개월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동료 공무원들은 "고인은 원만한 성격으로 주변 사람들과도 잘 지냈다"며 "최근 민원으로 힘들어하면서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고 전했다.

A씨가 숨진 사실이 알려지자 7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A씨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 카페에 올린 B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들은 B씨의 실명과 SNS 계정, 소속 직장, 사진 등을 올리면서 "공무원 신상 공개하더니 인과응보"라거나 "어떤 기분일지 똑같이 느껴봐야 한다"고 썼다.


B씨가 실제로 A씨의 신상을 유포한 당사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B씨의 것이라고 지목된 SNS 계정은 폐쇄됐다.

온라인에서는 B씨를 비난하는 누리꾼들도 있지만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실제 가해자인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이렇게 올려서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제하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가해자가 잘못됐다면 비슷한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데 마치 응징하는 듯이 신상 공개를 하는 것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에는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문제가 되는 행동을 책임질 수 있게 하는 법령과 집행 기구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질서를 넘어서는 과잉 행동이 있다고 역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자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A씨와 같은 부서 소속인 한 직원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사직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세연 김포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익명의 누리꾼들이 인터넷상에서 고인의 신상을 뒤지는 일이 애초에 없었으면 이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조 차원에서도 민원 응대 공무원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포시 관계자도 "A씨가 공무상 재해로 사망한 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종합대책 마련을 중앙정부 건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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