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의 초저가 물량 공세가,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품질에 대한 논란도 있지만, 엄청나게 낮은 가격이 주는 매력에, 국내 소비자들이 반응을 하면서, 이커머스 시장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먼저 김예원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월 테무의 앱 이용자 수는 830만 명, 전달 대비 43% 급증했습니다.
토종 이커머스 11번가, G마켓 등을 제치고, 종합몰 3위로 올라선 겁니다.
테무의 성장 속도는 알리익스프레스보다 가파릅니다.
테무는 지난해 7월 국내 서비스를 론칭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단 기간에 알리와의 격차를 좁혔습니다.
대대적인 광고와 초저가 공세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한 겁니다.
지난해 테무가 글로벌 시장에서 마케팅에 쏟아 부은 돈만 우리 돈으로 약 2조 2,900억 원에 달하고,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광고비를 집행할 전망입니다.
국내에선 인플루언서들과 손을 잡고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 콘텐츠 광고를 펼치는가 하면, 최근엔 국내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간접광고를 송출하기도 했습니다.
알리는 중국산 제품뿐 아니라 국내 브랜드 제품을 확대하는 현지화 전략으로 사용자를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작년 10월 한국 전용 상품관을 연 알리는 신선식품뿐 아니라 삼성전자, CJ제일제당 등 대기업 브랜드까지 대거 입점시켰습니다.
한국 전용관을 키우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론 1,000억 원을 투입해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입점 판매자들에겐 판매 상품에 대한 수수료를 받지 않는 초강수도 뒀습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출혈 경쟁에, 국내 이커머스 업계는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예원입니다.
[앵커]
취재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유오성 기자 자리했습니다. 유기자 유통업계의 불안감이 상당하다고요?
[기자]
알리에 이어 테무가 국내 법인을 만들며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 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다, 곧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한 플랫폼 업체 관계자는 "이 영역에 진정한 최강자들이 들어왔다"며 "중국에서 도매로 물건을 저렴하게 떼와 국내 플랫폼에 입점시켜 팔았던 시장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질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앵커]
그런데 알리나 테무가 지금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하고 있는 건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게 지속가능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면에서 회의론도 나오는데, 이렇게 불안감이 커지는 것은 어떻게 분석해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과도한 출혈경쟁으로 지속성이 있겠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런 전략으로 중국 이커머스 기업들이 글로벌 유통시장을 평정해 나가고 있거든요.
실제 테무는 아마존이 1위를 수성해온 미국 시장을 뒤흔들고 있죠. 올 1월 테무의 미국 월간이용자수가 아마존을 넘볼 정도로 성장했는데요.
미국에 진출한 지 1년 반만에 20년간 쌓아온 아마존의 아성을 넘보는 수준이 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붓고 있는데, 지난 2월엔 미국 슈퍼볼 대회 광고비로만 540억원을 써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테무는 이달 중순 미국 시장에 오픈마켓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물류센터를 보유한 판매자들을 대거 입점시키고 이들을 통해 배송기한을 단축하는 서비스가 골자입니다.
적자를 내고 있지만 지원군인 모기업의 자금력은 여전히 막강합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 알리바바의 보유현금 100조 원, 테무의 모기업 핀둬둬는 11조 원이나 되고요. 테무가 지난해 마케팅비로 수조원을 썼다고 하는데도 모회사 핀둬둬의 현금 보유량은 지난해 74% 급증했습니다.
알리와 핀둬둬는 저렴한 해외 직구상품으로는 적자가 크다는 분석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중국 내 다른 이커머스 서비스의 수익성이 좋고 물류센터 건립이나 인건비 등에 지출을 최소화하며 이익을 높이는 비지니스 구조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한국에서도 이런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보는거군요?
[기자]
네 그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죠. 알리익스프레스가 최근 1.5조원을 투자해 국내에 물류센터를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요. 수수료 무료 전략을 앞세워 국내 브랜드 입점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테무마저 알리처럼 초저가 공산품이나 생필품, 완구류의 오픈마켓을 실시하거나, 식료품을 포함한 다양한 인기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빠른 배송을 추진하는 전략을 확대하면 쿠팡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공산이 커 보입니다.
[앵커]
국내 기업과 정부도 대책마련에 나섰잖아요?
[기자]
최근 전국 물류망 확충과 로켓배송 확대 등에 3조원 이상 투자를 발표한 쿠팡도 중국 공습에 맞선 절박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10년간 누적손실 6조원이상을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 이익이 발생했는데, 다시 투자경쟁에 내몰리게 된 겁니다.
그나마 쿠팡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11번가 등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은 적자 상태라 투자 여력이 크지 않습니다.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시장을 내주면 국내 유통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입니다.
이렇게 되자 정부가 중국 이커머스 기업에 대한 규제에 나서긴 했는데요. 국내법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취지지만, 해외플랫폼에 대한 조사나 제재가 쉽지 않아 실효성이 있는 대책이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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