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뒤처진 한국 증시'
올해 상반기 한국 증시를 둘러싼 시장의 평가입니다.
5월 29일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의 연간 수익률은 각각 +0.8%, -3.2%로 과거 10년간의 한국 증시 1년 수익률과 비교해 보면 올해 우리 증시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연초보다 소폭 상승한 것은 틀림없지만 우리 증시가 부진했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상승 동력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매번 우리 주식을 팔아치우던 외국인은 올 한 해 적극적인 매수에 나서며 순매수 금액만 19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고 외국인이 우리 주식을 30조 원 넘게 사들였던 2009년 이후 최대치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AI모멘텀의 영향으로 외국인의 유입이 활발해진 건데, 이외에도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 상향, 대한민국 수출 호실적까지 다양한 호재성 재료들이 다분했지만 우리 증시는 이를 전혀 소화해 내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국가들의 증시 상황은 어땠을까요?
G20 국가들의 올해 연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브라질, 멕시코 다음으로 사실상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글로벌 증시 대부분이 고공 행진하고 있는 데는 기업들의 실적 개선과 더불어 미 연준의 금리 인하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인데요.
여기에 더해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작용하며 개별적인 상승 부스터를 더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반해 한국의 경우 미국의 M7, 일본의 사무라이7 같은 지수 상승을 견인할 대형주가 상대적으로 적고, 여당의 총선 패배 이후 정부의 부양책 역시 동력이 크게 약해졌는데 이러한 점이 불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렇듯 외딴섬이 되어버린 한국 주식 시장 탓에 투자자들은 새로운 곳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바로 채권과 특정 ETF입니다.
올해 채권 시장의 경우 단군 이래 최대치의 순매수 금액을 보여줬습니다. 주식 시장이 부진을 겪으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들의 니즈와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겹쳤기 때문입니다.
5월 말까지만 총 19조 원 가까이 채권을 사들인 개인의 추세를 볼 때 올해 채권에 대한 개인의 순매수 금액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작년보다도 더 많은 금액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금리 인하에 기대감이 5월달에 들어서면서 다소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월 채권 개인 순매수 금액이 3조 원을 육박하는 등 채권에 대한 인기는 식지 않은 상황입니다.
채권뿐만 아니라 올해 상반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ETF 역시 확인해 본 결과 한국 증시의 부진과 연관이 깊었습니다.
개인 순매수 상위 30개 종목 ETF를 살펴보면 레버리지 상품을 제외하고 한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에 투자하는 ETF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요. 그만큼 개인 투자자들 역시도 한국 증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겁니다.
오히려 미국이나 인도 같은 해외 지수에 투자하는 상품이나 증시 상황을 관망할 수 있는 파킹형 ETF들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상황에서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배당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배당형 ETF 역시 개인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정리하자면 5월 말까지 주식시장에서는 개인 투자자금이 빠져나온 반면 채권으로는 역대급 자금 유입이 진행됐고, ETF는 해외형과 배당을 중심으로 한 인컴형으로 투자자금이 집중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경제TV 김동하 입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