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폭탄 된 '지역조합'...농협·수협·산림조합 부실채권만 15조

전범진 기자

입력 2024-10-07 21:08  

새마을금고까지 합치면 총여신 '600조'
부실율, 3년새 4배로 '껑충'

부처별로 흩어진 규제체계에
"국감 계기로 일원화 논의 힘받을 것"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등 직능 기반 상호금융권 지역조합들의 대출 규모가 400조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연체율이 치솟으며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치권에선 지역조합들이 금융당국의 감시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있던 탓에 사태가 커졌다며 이들을 당국의 피감독대상으로 지정하자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7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농협과 수협, 산림조합 지역조합들의 총대출은 지난 6월말 기준 39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3년 6개월 전(2021년말) 대비 43조원이 급증한 수치다. 새마을금고와 합산한 전체 상호금융권의 총여신 규모는 600조원대로 추산된다.

금융권이 부동산PF 부실과 경기악화로 부실율 상승이라는 유탄을 맞은 가운데, 상호금융의 피해는 보다 심각했다. 총여신 규모가 348조5,498억원에 달하는 농협의 대출연체율은 3.81%로, 2021년말(0.88%) 대비 4배로 뛰었다. 개별 단위조합 가운데 최고 연체율은 37.61%로 집계됐다.

수협의 단위조합 평균 연체율은 2021년 1.64%에서 올 6월 6.08%로, 산림조합 단위조합은 같은 기간 1.50%에서 5.63%로 뛰었다. 세 기관 모두 대출 증가율보다 가파르게 부실율이 악화한 상태다.

개별 조합의 경영 상태도 불안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산림조합은 140곳 중 절반에 가까운 64곳(45.7%)이 적자였다. 수협은 24.4%인 22곳, 농협은 19곳(1.7%)이 적자 상태다.

쌓여가는 연체금에 각 조합 중앙회에선 행동에 나섰다. 농협중앙회는 다음달 입찰을 통해 15조원에 달하는 부실채권 중 일부를 부실채권 투자 전문기관에 할인 매각할 예정이다. 중앙회가 채권을 외부 매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권에선 이들 상호금융이 법적으로 금융사로 분류되지 않으면서 사실상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과 신협, 산림조합은 농림부가 관리하고, 새마을금고는 행안부가 관리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상호금융협위원회를 통해 ‘협의 감독’ 형식으로 간접적인 요청 정도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농협과 신협, 산림조합은 신용사업에 한해 금융위의 감독과 금감원의 감사를 받지만, 농협 다음 규모를 보유한 새마을금고는 이조차도 해당하지 않는다. 책무구조도 등 각종 금융사 내부통제 관리대책도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국회에선 지난 21대 국회 이후 상호금융권을 금융위의 피감독기관으로 지정하는 법안이 다수 제출됐다. 다만 부처별 이해관계가 엇갈리며 아직까지 상임위 단계를 넘어선 법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상호금융권의 상태가 심각한 만큼, 이번 국정감사를 계기로 변곡점이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소속 보좌관은 “이번 국정감사에 각 상호금융 중앙회 이사장들이 모두 증인으로 출석해 현재 상황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감독체계를 통일하는 논의에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방향성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열린 상호금융업권 간담회에서 "상호금융권은 특수성으로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느슨한 규제를 받았지만 '동일업무-동일규제'라는 대원칙하에 다른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며 " 분야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을 순차적으로 관계부처·유관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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