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단속에 적발되면 무조건 도주하거나, 편의점 등으로 뛰어 들어가 소주를 마시는 이른바 '술타기' 사례가 늘고 있다.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4시 10분께 성남시 수정구 성남대로에서 음주운전을 하던 A(22) 씨가 전기 자전거를 타고 가던 B(37) 씨를 치어 숨지게 한 뒤 그대로 달아났다.
그는 체포될 당시 출동한 경찰관에게 "집에 와서 술을 마셨다"고 거짓 진술하는 등 '술타기'를 시도했다. 집 안에 있던 빈 술병 등을 경찰에게 보여주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A씨의 이런 거짓말은 곧바로 탄로 났다. 경찰은 동선 추적을 통해 A씨가 사고 전 주점 3곳에서 술을 마신 사실을 파악했고, 이어 정황 증거를 토대로 A씨를 추궁해 추가 음주 사실이 없는 점을 자백받았다.
반면 '술타기'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지난달 28일 부산 사상구 강변대로에서는 60대 남성 C씨가 모는 SUV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70대 여성 D씨를 치었다. D씨는 뒤따르던 차량에 재차 치인 뒤 결국 숨졌다.
조치 없이 달아난 C씨는 같은 날 오후 3시께 경찰에 체포됐는데, 당시 C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3%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C씨는 사고 후 미조치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음주운전 사실은 부인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오전 9시에 편의점에서 소주를 구매해 1시간여 뒤 반병을 마셨다고 주장하며 구매 영수증을 제시했다.
경찰은 C씨가 사고 전날 밤 술집을 들른 점 등을 확인하고 숙취 운전에 이은 '술타기' 수법을 의심하고 있지만, 사고 이후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는 난항을 겪고 있다.
음주 후 일정 시간이 지난 뒤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정하는 방법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위드마크(Widmark) 공식이다. 마신 술의 양과 알코올 도수, 시간당 혈중알코올농도 감소량 등을 토대로 음주 수치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통한 수치가 재판에서 인정받을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위드마크 공식이 재판 단계에서 인정된 사례가 소수에 그치고 개그맨 이창명 음주운전 사건과 같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기소했다가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난 대법원 판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트로트가수 김호중은 지난 7월 서울 강남구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중앙선을 침범해 택시를 들이받은 뒤 매니저를 대신 자수시키고, 자신은 경기 구리시의 한 모텔로 도피해 편의점에서 캔맥주를 사 마시는 등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그 결과 김씨는 사고 후 17시간이 지나서야 음주 측정을 했다. 당시 김씨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검찰은 지난 6월 김씨를 위험운전치상 등 혐의로 구속 기소하면서 결국 음주운전 혐의를 제외했다.
이처럼 법망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속칭 '김호중 방지법'으로 불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은 지난 6월 10일 교통사고 등으로 음주운전이 들통날 상황에 놓였을 때 추가 음주로 측정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같은 당 신영대 의원도 지난 6월 18일 '술타기' 행위에 대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상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대검찰청도 지난 5월 법무부에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해달라고 건의했다.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2천만원의 벌금에 처하는 내용으로, 음주측정거부죄와 형량이 동일하다.
경찰 관계자는 "술타기 관련 처벌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음주운전 혐의 입증에 대한 보완적 수단으로서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는 행위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결과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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