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부장 아버지가 유출한 답안을 보고 고등학교 내신 시험을 치른 쌍둥이 자매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24일 숙명여자고등학교 전 교무부장 현모씨의 두 쌍둥이 딸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검사와 피고인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심의 판단에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 자매는 숙명여고 1학년이던 2017년 1학기 기말고사부터 이듬해 1학기 기말고사까지 다섯 차례 아버지가 빼돌린 답안을 보고 시험을 치러 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기소됐다.
쌍둥이 측은 1심부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했지만,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심은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해 이들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240시간의 사회봉사 명령을 선고했다.
2심은 자매가 서로의 범행에 공범으로 가담했다고 인정한 1심 판단에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형을 다소 감경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상고심에서 쌍둥이 측은 수사기관이 증거로 확보한 휴대전화 압수수색 절차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상고심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이어서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서는 양형 부당을 이유로 주장할 수 없고, 법리 오해를 다툴 수 있다. 이처럼 2심의 사실인정 자체에 관해서는 다투지 못하기 때문에 쌍둥이 측은 채증법칙 위반이라는 법리상 문제점을 주장하고 나왔다.
상고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휴대전화를 현실적으로 관리하고 있었으므로 경찰이 휴대전화를 압수할 때 아버지 현씨가 영장을 제시받았다 하더라도 피고인들에게 영장을 제시했어야 한다"면서도 "나머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들만으로도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해 "미성년자가 압수수색 처분을 받는 경우 의사능력이 있는 한 영장 제시 및 참여권 보장이 돼야 하고, 친권자에 대한 영장 제시로 이를 갈음할 수 없음을 최초로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자매는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한 직후인 2018년 10월 퇴학 처분을 받았다. 두 딸보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아버지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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