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29일,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만나던 에마뉘엘 트란은 막내딸 메일린에게 소시지를 건네주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었다. 아이는 소파로 간후 갑자기 말없이 발을 동동거렸다. 아이는 숨을 못 쉬고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쓰러졌다.
에마뉘엘은 의식이 없는 딸을 상대로 인공호흡을 했고,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로 갔다. 심정지가 몇 번이나 반복됐다. 뇌는 정지된 상태고 경련도 왔다. 폐에도 물이 찼다.
온갖 처치를 해도 아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뇌 무산소증 등으로 아이의 기저핵이 손상됐다고 했다. 뇌가 손상을 입어 혼수상태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사고 10일째가 지나자 의료진이 영양공급 중단을 제안했다. 결국 사망하고 말 것이었다. 의료진은 영양공급을 중단하지 않더라도 몇 주, 혹은 몇 달 안에 죽을 것이라고 했다.
에마뉘엘과 가족들은 버티기로 결심했다. 주변에서도 도움을 줬다. 첫째 딸 루안이 다니는 학교는 메일린을 위한 9일간의 특별 기도회를 열었다. 메일린을 위한 기도회가 이곳저곳에서 열렸다.
가족이 이사를 하면서 메일린은 프랑스 리옹에서 니스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에마뉘엘 부부는 이후 메일린에게서 어떤 변화를 느꼈다. 부모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작은 변화에 불과했다.
"꼼짝않고 누운 모습은 전날 리옹에서 본 그대로였지만, 우리는 뭔가를 감지했다. 아이는 달라졌다. 눈동자는 빛났다. 메일린의 몸에 다시 생명이 깃들었다."
아이는 조금씩 회복하기 시작했다. 누운 상태에서 뒤집을 수 있고, 자극에도 반응했으며 말을 건네면 '네'라며 답도 하려고 했다. 누워있으면서도 6주간 메일린은 13㎝나 자라났다. 아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침대 난간을 붙잡고 일어서고, 음식을 먹게 됐다. 사고 넉 달이 지나서는 혼자서 일어날 수 있게 됐으며 8개월이 지나서는 걸어 다녔다. 의사들도 본 적이 없는 '기적'이었다.
"이런 회복은 본 적이 없어요. 일률적으로 쪼그라들었던 뇌가 거의 완전히 제자리를 되찾았어요. 두개골과 뇌 사이의 공간이 완전히 정상이에요."
최근 출간된 '메일린의 기적'(마음산책)은 심각한 뇌 손상을 극복한 한 아이의 '기적'을 다룬 에세이다. 메일린의 아빠 에마뉘엘 트란이 썼다. 책에는 아이를 되살리기 위한 부모의 각오와 의지가 담겼다. 메일린의 사례는 바티칸의 심사를 거쳐 2020년 5월 26일 '기적'으로 공인됐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너무나 당연해 체감하지 못하지만, 평범한 일상이 안겨주는 소중함이다. 진짜 기적은 작은 일상 속에 있다.
메일린의 아빠는 책에 "이 일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생명의 취약성도, 눈 깜짝할 새에 이별이 일어날 가능성도, 우리가 이뤄낸 성취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질 가능성도, 일상이 흔들리며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생겨나고 최악의 순간과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겪게 될 가능성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두 번째 기회를 갖게 된 우리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깨달았다"고 썼다.
(사진=마음산책)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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