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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숙 끓였는데 연락두절...사장님 80% "당했다"

입력 2025-03-19 06:46   수정 2025-03-19 08:08

백숙 끓였는데 연락두절사장님 80 당했다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백숙집 사장 A씨는 손님들의 '노쇼'에 대해 하소연하며 "예약 취소를 하며 연락이 두절되는 일이 허다하다. 바쁜 와중에 일일이 확인 전화를 할 수도 없고 이제는 체념해서 항의 전화도 안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체 예약이 종종 잡히는데 한 달에 대여섯 팀은 예약을 취소한다"며 "백숙은 2시간 전부터 조리해야 하는데 갑자기 예약을 취소해버리면 만들어둔 음식을 모두 버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손님이 갑자기 예약을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예약 부도)에 가뜩이나 불황으로 손님이 줄어 힘든 식당 주인들의 시름이 더 깊어진다. 준비한 식재료를 전부 버려야 해 금전적 손해도 크다.

5년간 고깃집을 운영해 온 B씨는 최근 누군가 '네이버 예약' 플랫폼을 통해 오후 6시에 20명 예약을 걸어 놓고는 당일 오후 6시 15분께 못 가겠다고 통보하는 노쇼를 경험했다.

B씨는 "고기를 초벌로 구워 놓고 방에다 인원에 맞게 세팅을 다 해놨는데 일찍 나와 준비한 직원들만 헛수고했다"면서 "더 괘씸한 것은 네이버 예약 채팅에서 더 이상 연락을 할 수 없게 계정을 차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중에 다시 연락이 와서 보상금을 받긴 했지만 꼭 금전적 피해가 아니더라도 하루 장사를 망치는 기분이 들어 정신적으로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작년 11월 국내 외식업주 150명에게 음식점 노쇼 관련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8.3%가 '최근 1년간 노쇼를 경험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예약 보증금제를 시행하지 못하거나 피해를 봐도 보상금을 청구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예약 보증금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4%에 그쳤다.

응답자의 85.5%가 노쇼 피해 보상금을 고객에게 청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음식점 이미지 손상 우려'(23%)가 가장 많이 이유로 꼽혔고 '연락 두절'(20.3%), '동네 장사라서'(17.6%), '재방문하지 않을까 봐'(13.5%)가 뒤를 이었다.

이경미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심지어 일부 고객은 여러 음식점을 예약하고 실제론 한 곳만 방문한 뒤 나머지는 고스란히 노쇼 하는 식으로 '예약 쇼핑'을 한다"면서 "소규모 식당은 예약금을 요구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카드 결제가 보편화된 요즘 보증금을 받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연회 시설을 제외한 외식업장에서 예약 시간 1시간 전까지 취소하지 않으면 총 이용금액 10% 이내의 예약보증금을 위약금으로 내야 한다고 2018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정해져 있다.

다만 이는 합의·권고 기준일 뿐 강제성이 없다.

최근에는 군 간부를 사칭해 단체 주문을 한 뒤 노쇼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18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삼도동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해온 C씨는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녹차 크림빵 100개를 주문받아 준비했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아 경찰에 신고했다.

작년 12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군 간부를 사칭해 '노쇼' 범죄를 일으키는 사건이 전국에서 76건 확인됐다면서 광역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노쇼는 단순한 개인적 선택이 아니라, 경제적 피해를 유발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함께 상생하는 바람직한 예약 문화가 조성되어야 예약 준수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예약 시간 전에 문자, 카카오톡, AI 챗봇 등을 통해 예약을 상기해주는 시스템만으로 노쇼율이 크게 감소한 사례가 있다"면서 "예약 약속을 성실히 지킨 고객에게는 다음 방문 시 사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등 '예약 이행률'이 높은 고객에게 우대 혜택을 제공하면 예약 준수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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