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주식거래가 7분간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 한국거래소 시스템 충돌 탓으로 드러나 대체거래소 출범 준비가 미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태가 테마 거래로 거래가 급증한 이른바 '동전주'(주가 1천원 미만 주식)가 시발점이었다는 점에서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에 부실 종목의 진입 및 퇴출 관련 제도 정비 등 밸류업 정책을 더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 18일 발생한 코스피 거래 중단 사태는 중간가호가와 자전거래방지 시스템의 충돌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간가호가는 지난 4일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도입된 신규 호가 방식이다. 최우선 매도호가(매도자 호가 중 가장 싼 가격)와 최우선 매수호가(매수자 호가 중 가장 비싼 가격)의 평균 가격으로 정해진다.
그런데 문제가 벌어진 당일 동양철관 거래에서 동일인으로부터 동일 가격의 매수, 매도 주문이 나오는 자전거래 상황이 발생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쪽 호가를 효력 정지하는 시스템과 중간가 호가의 가격 절사가 맞물려 오류가 발생해 전체 시스템 마비로 번졌다.
예외적 상황이라고 해도 이를 대비하지 못한 거래소는 관리상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게다가 이번 사태 전에도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전후로 오류와 장애가 끊이지 잇따랐다.
개장 첫날 미래에셋증권의 트레이딩시스템에서 실시간 주문 체결 조회가 1분 이상 지연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이날 키움증권에서도 실시간 시세 조회 서비스가 지연됐다.
넥스트레이드는 출범과 함께 정규 시장, 종가매매 시장, 대량·바스켓매매 시장을 동시에 열 계획이었지만, 출범 직전 대량·바스켓매매 시장 관련 미비점이 발견되어 해당 시장 개장을 연기했다.
전조가 있었음에도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은 거래소의 준비와 운영이 안일했던 것이라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이달 말 넥스트레이드 거래 종목이 800개로 확대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거래소는 사태 당일 전사점검회의를 연 결과 추가적 문제는 확인되지 않았고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 확대를 대비해 4월 말까지 매주 주말 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운영상 문제와는 별개로, 이번 사태를 일으킨 '동전주'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동양철관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의 테마주로 꼽혀 거래가 급증했다.
동양철관 거래량은 지난달 말까지 일일 100만~200만주가량이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당일인 지난 5일 2천500만주를 돌파했고 이튿날인 6일에는 2억주를 넘겼다. 사태 발생일에도 1억주 이상 거래됐다.
이례적으로 급증한 거래로 인해 자전거래가 발생했고, 1원 단위 호가의 중간가인 0.5원을 0원으로 버리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동전주로 인해 두 가지 상황이 겹쳐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
동전주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낮은 주가로 인해 가격 변동성이 높아 테마 거래에 휘둘릴 수 있고, 인위적 주가 조작에 연루될 위험성도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2022년 10월 주가 미달을 상장폐지 요건에서 삭제하는 등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따라 그해 10월말 유가증권 및 코스닥 시장에서 166개였던 동전주는 2년 뒤 224개로 약 35% 늘었다.
미국 나스닥의 경우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달러 미만일 경우 최장 36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상장을 폐지한다. 최근에는 이 유예 기간까지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종목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 부실 종목을 퇴출하고 거래 방식을 보완해 주가 변동성을 낮춰야 한다는 제안이 나온다.
위험성이 큰 종목은 기존의 실시간 체결 방식 대신 30분이나 1시간 등 정해진 시간 단위로 호가를 모으는 동시호가 방식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학계의 한 전문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변동성이 극심한 동전주가 개인 투자자들을 사실상 '도박'의 유혹에 빠지게 만들고 시장의 건전성을 해친다"며 "누구나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기업이 증시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동전주의 퇴출을 서두를 구체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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