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장 19명 前정권·정부출신…'인사태풍' 불까

입력 2013-03-11 18:54  

감사는 청와대·감사원 출신 '낙하산' 관료가 16곳 독점임기 중 거취결정 주목…"낙하산 색깔만 바뀔 뿐" 경계도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금융기관 26곳가운데 19곳은 전(前) 정권이나 정부 출신 인사가 기관장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는 16곳에 청와대와 감사원 출신이 포진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기관장인선 원칙을 의식한 이들의 거취에 따라 금융권에 '인사태풍'이 불어닥칠 가능성도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 산하 13개 공공기관과 5개 금융지주사, 6개 협회 등 26곳 가운데 19곳은 '이명박 정부'의 영향력이나 경제·금융관료 출신이 기관장을 맡고 있다.

공공기관장은 우주하 코스콤 사장, 이희수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이사, 장영철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 윤영대 조폐공사 사장 등 기재부(옛 재무부 등 포함) 출신이 5명으로 가장 많다.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금융위 출신으로 분류된다.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국토해양부 출신이다.

지난해 인사 잡음으로 1년 연임한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은 각각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과 청와대 비서관을 지냈다. 전정권의 영향력에 힘입은 인사로 분류할 수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협회장은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 최규연 저축은행중앙회장이 모두 기재부·금융위 고위 관료로 퇴직했다.

민간 금융회사 가운데 공공성이 큰 금융지주회사에도 유사한 인사가 여러 명 있다. 대표 인물은 'MB(이명박)맨'으로 불리는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다.

기재부 관료 출신인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전 정권에서 은행연합회장을맡았다가 지난해 농협금융지주로 자리를 옮겼다.

문제는 이들 가운데 안 이사장이나 어 회장, 문 회장 등 6명을 제외하면 임기가아직 최소 1년 안팎 남았다는 점이다.

그런데도 금융권에서는 11일 박근혜 대통령 발언 때문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 산하기관과 공공기관에 대해 앞으로인사가 많을 텐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듣기에 따라선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 가운데 능력과 무관하게 정치권이나관료조직의 영향력을 등에 업은 '낙하산' 인사는 임기가 남았어도 스스로 거취를 정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금융권에서 새 정부와 협력해 '국민행복'이나 '경제부흥' 같은 핵심 국정과제를제대로 구현하려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감사 자리도 같은 맥락에서 정권출범 초기의 '물갈이 인사'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 '감사는 청와대·감사원, 임원은 기재부·금융위'라는 공식이 불문율처럼 통한다. 과거에는 금융감독원 출신이 많았지만 '저축은행 사태'로 금감원의감사추천제도가 폐지되자 이 자리를 청와대와 감사원 출신이 차지했다.

현재 금융권 공공기관에선 예보·코스콤·기업데이터·수은·주택금융공사·조폐공사는 청와대 출신이, 캠코·정책금융공사는 감사원 출신이 감사를 맡고 있다.

기보(부산시의원 출신 감사)와 거래소(기재부 출신 감사)까지 고려하면 '관(官)' 색채가 없는 감사는 예결원이 유일하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발언을 두고 "당선인 시절의 낙하산발언과 연계해 보면 임기만료 전 대대적인 물갈이를 할지는 의문"이라며 "자칫 '파란 낙하산'(전 정권 낙하산)을 밀어내고 '빨간 낙하산'(새 정부 낙하산)을 내려 보내는 식으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계했다.

zheng@yna.co.kr eu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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