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택 회장 취임…産銀 핵심사업 바뀐다>

입력 2013-04-09 17:55  

민영화 백지화·소매금융 축소 확실시테크노뱅킹 중심 정책금융 강화 전망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하면서 전 정부 아래서 추진됐던 산은의 핵심 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관심이 쏠린다.

9일 홍 회장의 취임사와 그간 발언 내용을 종합해보면 산은은 이명박 정부 이전의 정책금융기관으로 되돌아갈 것이 확실시된다.

우선 산은 민영화는 정부가 올해 안에 산은지주 지분을 매각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사실상 백지화된 상태다.

산업은행법에 따르면 산은은 내년 5월까지 IPO(기업공개)를 거쳐 한 주라도 민간에 팔도록 돼있다.

홍 회장도 지난 7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IPO가 됐건 장외로 넘기건 (매각을)하지 않겠다"며 "연내 (정책금융기관 개편의) 큰 그림이 그려지면 (산은법 개정) 법안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민영화 백지화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은 당장 산은을 예전의 정책금융기관으로 되돌리기 위한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 민영화를 전제로 분리된 정책금융공사를 포함해 수출입은행, 신용·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등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위한 논의도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위원으로 활동하며 새 정부의 금융정책 수립에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홍 회장은 이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9일 취임사에서 "정책금융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든 산은금융의 정책금융기관 맏형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재편 논의가 산은 중심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새 정부의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산은은 `지식재산권(IP) 펀드'로 대표되는테크노뱅킹 사업을 중심으로 정책금융의 역할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산은은 지난 1월 1천억원 규모로 첫 IP 펀드를 설립해 중소기업 투자를 점차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3차원 음향 시스템 특허를 가진 기업과 철도차량 출입문 시스템을 개발하는 기업에 각각 20억원, 50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산은 고위 관계자는 "홍 회장이 취임 전부터 테크노뱅킹을 강조해 투자 기업 선별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면서 "추가로 IP펀드를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취임사에서 "산은은 IP 금융을 국내 최초로 도입한 테크노뱅킹의 선도자"라며 "창조경제의 주력인 중소·중견기업 지원에 산은금융이 앞장서야 한다"고강조했다.

반대로 민영화 이후 상업투자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는 차원에서강만수 전 회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던 다이렉트뱅킹 등 소매금융 사업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다만 원화 자금조달에서 예수금 비중이 46.9%에 달할 정도로 산은 업무가 `시장' 쪽으로 너무 많이 나간 상태여서 소매금융 사업 축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현재 다이렉트 뱅킹 예수금은 10조원에 육박한다.

산은 관계자는 "이미 받은 예수금을 다시 가져가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일단은 금리를 점차 내려 신규 고객을 줄여나가는 쪽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이렉트 뱅킹 전담 직원으로 선발한 고졸직원 98명의 입지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도 홍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ah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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