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물러나게 한 '이심전심'은>(종합)

입력 2013-05-15 21:08  

<<신동규 회장의 인터뷰 내용 반영해 재작성.>>신 회장 "프로들끼리 '척'하면 알아들어야"…사퇴압박 시사법·제도 미비에 중앙회장과 개인적 불화도 겹친 듯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15일 돌연사의를 밝힌 배경으로 '이심전심(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된다는 뜻)'을 거론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사퇴 압박 여부에 대한 답이다.

신 회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프로들은 '척'하면 알아들어야 한다"며중앙회 쪽에서 그의 사퇴를 종용하는 모종의 신호를 보냈음을 시사했다. 사퇴 종용의 배경에는 최원병 중앙회장이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그는 취임 이후 경영과 관련해 인사, 조직, 예산 등을 놓고 사사건건 최 회장과부딪혔다고 털어놨다. 법·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혼선이 빚어졌다는설명이지만, 이면에는 둘 사이의 개인적 불화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신 회장 "법·제도 미비 문제" 신 회장은 사퇴에 이르게 된 직접적인 원인으로 법과 제도의 미비점을 꼽았다.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해 금융지주사 체제를 갖췄지만, 이를 금융지주회사법과 농협법이 동시에 규제함으로써 갈등 소지를 잉태했다는 것이다.

그는 금융지주사법에 따라 금융지주 회장으로서 자회사 경영을 진두지휘해 1년내 1조원 넘는 순이익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실제로 농협금융이 거둔 순이익은 절반에도 못 미쳐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 회장은 "농협법에 따라 중앙회가 자회사와 손자회사까지 지도·감독하게 돼있어 '지도·감독'의 범위를 놓고 충돌이 일어났다"며 "저쪽(최 회장)에선 법에 따라 지주사는 물론 은행과 보험사까지 지도·감독한다는데, 나로선 경영간섭에 준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수장인 최 회장과 사사건건 부딪히다 보니 제대로 조직을 꾸리거나 인력과 예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조선·해운·건설 경기 침체가 겹쳐 실적이 나빠졌다고 신 회장은 항변했다.

그는 "한쪽(농협금융)은 금융위원회, 다른 한쪽(중앙회)은 농림부가 규제하니법 개정도 쉬운 게 아니었다"며 감독기관의 이해관계도 경영에 큰 장애물이었음을지적했다.

◇"사퇴압박은 프로들끼리 '이심전심'" 신 회장이 물러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박근혜 정부의 출범과 해킹에 따른 전산사고였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광'을 업은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이런그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전 정권의 수혜자는 물러나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신 회장 등을 압박했다는 관측도 금융가에서 흘러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신 회장 등 중앙회 고위 임원들로부터 사표를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러자 신 회장이 먼저 사표를 던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달 발생한 전산장애 사고는 최 회장이 신 회장을 밀어내는 좋은 구실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신 회장도 이런 정황을 일부 내비쳤다. 그는 "일련의 사태(전산사고, 실적악화등)를 보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했다. 전산사고의 경우 내게 법률적 책임은 없지만,누군가 희생해야 할 필요가 있었고, 상징성 큰 사람이 나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측의 사퇴 압박과 관련해 "이심전심이라고 보면 되지 않겠나.

프로들끼리는 '척' 하면 알아들어야 한다. '그랬으면(사퇴하면) 좋겠다'는 이심전심이 들어왔다"고 묘한 여운을 남겼다.

◇금융지주 회장 줄사퇴…차기 인선 본격화 이날 신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이명박 정부 때 임명된 금융지주 회장들은 모두물러나게 됐다.

Ɗ대 천왕'의 한 명인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월 사퇴했고, 현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신인 홍기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내년 3월까지가 임기인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중순 이미 사의를표명했고,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오는 7월 임기 만료 후 연임하지 않기로 공언했다.

앞서 하나금융지주[086790] 김승유 회장은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하고 지난해초 사퇴했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맨'으로 불리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두 물러나면서 차기 회장 선임 작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금융[053000]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후보 신청자 12명 중 이순우우리은행장, 이종휘 신용회복위원장, 김준호 우리금융 부사장 등 3명을 최종 후보로선정했다. 세간에선 이 행장과 이 위원장의 2파전 양상으로 압축됐다는 관측이 많다.

KB금융[105560] 회추위도 `경영진 승계 프로그램'과 외부 헤드헌팅 업체 추천등으로 이달 중 후보군을 확정, 내달 중순까지 차기 회장을 내정하기로 했다.

농협금융도 신 회장의 사의 표명으로 조만간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다.

금융공기업 수장들도 '좌불안석'이다. 새 정부가 '기강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공기업 기관장에 대한 물갈이에 착수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금융권에선 당장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교체 대상에 올랐다. 신보는 오는 22일 정기 이사회에서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 본격적인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sahn@yna.co.kr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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