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6차 명단 4명…무슨 의혹받나>(종합)

입력 2013-06-13 21:41  

<<방송내용 추가>>중견기업도 조세피난처 통해 상속·증여·횡령 시도 의혹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13일 발표한 조세회피 의혹 명단에는 오정현 SSCP 전 대표이사, 김성권 씨에스윈드 회장,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 박효상 갑을오토텍·동국실업 대표 등 중견 기업인들이 이름을올렸다.

이들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등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유령회사를통해 상속이나 증여, 횡령 등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는 차명 주주를 내세워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감추는 수법도 썼다.

◇ 건실한 기업을 부도까지…SSCP 오정현 대표이사 뉴스타파가 이날 밝힌 가장 눈에 띄는 사례는 코스닥 상장기업 SSCP의 오정현대표이사다. SSCP는 전자제품 코팅소재·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에 매출 수천억원을 기록하던 건실한 기업이다.

창업주인 아버지 오주언 전 회장으로부터 2002년 대표직을 물려받은 그는 회사를 2005년 10월 코스닥에 상장했다. 상장 당시 주당 9천원이던 주식은 3개월 후인 2006년 1월 1만9천원, 2007년 10월엔 3만5천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회사는 전성기를 맞았다. 아버지 오 회장의 보유주식 가치도 1천억원을 웃돌며한 때 코스닥 주식 부자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SSCP는 작년 9월 급작스레 부도가 났다. 고작 11억원의 어음을 막지 못해서였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오 대표는 2005년7월 버진아일랜드에 '오리엔탈 스타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란 회사를 만들었다. 회사를 상장하기 불과 석달 전이다. 주가가오르던 2006년 7월에도 '달라스 커머셜', '탈렌트 벤쳐 캐피탈' 등 2개를 더 세웠다.

그러나 SSCP는 이후 무리한 신규사업 추진 등으로 경영이 악화됐다. 2011년에는주력사업인 코팅사업부를 비롯해 총 1천400억원의 자산을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 전 대표는 이 자금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부도 후법원의 회계감사 결과 이중 410억원은 오 전 대표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배임·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지만 수사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권오천 변호사는 "1천400억원이면 웬만한 대기업도 살릴 수 있는 돈"이라며 "빼먹지 않고, (회사가 망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만큼 이 돈이 다른 외국 페이퍼컴퍼니로 가지 않았을까 추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도 당시 소액주주들이 보유한 SSCP의 주식 지분은 전체의 약 50%였다. 이는하루아침에 휴짓조각이 됐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소액주주 2천여명의 보유주식은당시 시가로 250억원에 달했다. 취득가와 견주면 손실액은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추산된다.

코스닥 최고 부자였던 창업주 오 전 회장은 현재 월세 원룸에 살고 있다. 부자관계도 끊겼다. 그는 뉴스타파에 "제가 잘못 키운 죄로 피해를 끼쳐 미안하다"며 "저도 그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골드만삭스 통해 상속 시도 의혹…씨에스윈드 김성권 회장 명단에 이름을 올린 또 다른 중견기업인은 씨에스윈드의 김성권 회장이다. 씨에스윈드는 세계 풍력타워 시장 점유율 1위에 작년 매출은 3천억원에 달한 강소 기업이다.

김 회장은 2008년 2월 버진아일랜드에 '에보니골드 매니지먼트'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골드만삭스가 만든 사모펀드로부터 472억원의 지분 투자를 유치한지 한 달만이었다.

그는 자신과 장남 김창헌 씨를 이 회사 주주로 등재했다. 그리고 자신이 사망하면 장남에게 회사의 모든 권리를 승계할 수 있도록 해놨다. 사실상 세금을 피해 증여나 상속을 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회장은 뉴스타파에 "해외사업을 하다 보니 그런 것이 필요한 것 같아 만들었지만, 거래나 그런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아들이 주주로 등록된 점 역시 알지못했다고 했다.

김 회장과 관련한 의혹은 또 있다. 그가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 때 이용한 중개회사가 이 회사에 한 달 전 거액을 투자유치한 골드만삭스(싱가포르 지점)라는 점이다.

특히 유령회사 설립을 도운 직원의 이름은 뉴스타파가 지난번 밝힌 DSDL 조욱래회장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직원과 동일하다. 골드만삭스 싱가포르 지점이 한국인을 대상으로 역외 탈세를 중개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이유영 조세정의네트워크 동북아 담당은 "골드만삭스는 일반 자산관리뿐 아니라역외투자, 적극적인 절세 자문도 해준다"며 "골드만삭스가 중개 역할을 했다는 것은관련 서비스를 받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골드만삭스의 사모펀드는 씨에스윈드의 지분을 30% 보유하고 있다. 이 사모펀드 역시 조세회피지역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누가 어떤돈을 얼마만큼 출자했는지도 불분명하다. 이 사모펀드는 내년 씨에스윈드가 상장되면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 신분 감춘 김기홍 노브랜드 회장·박효상 갑을오토텍·동국실업 대표 노브랜드는 DKNY, GAP, ZARA 등 유명 패션 상표에 의류를 납품하는 국내 중견기업이다. 작년 한 해 매출만 3천억원에 달했다.

이 회사의 김기홍 회장은 2003년부터 2008년까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총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이름은 설립 서류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차명 등기이사를 내세우는 등 본인의 신분을 꼭꼭 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확보한 자료를 보면 2007년 10월 만들어진 '원 하베스트 컨설턴츠'와 2008년4월 만들어진 '아크랩 플래닝'의 이면 결의서에 회사 UBS 홍콩지점의 계좌 인출권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인출권을 바로 김 회장과 그의 아내 이선희 씨가 독점적으로 보유한다는 내용이다. 이들이 회사의 실소유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브랜드 관계자는 "홍콩쪽으로 거래할 일이 있어 만들었지만, 사용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견기업인 '갑을그룹'의 주력업체인 갑을 오토텍과 그룹 지주회사 격인 '동국실업'의 대표 박효상씨도 페이퍼컴퍼니를 만들며 신분을 은닉했다.

그는 지난 2007년 11월 UBS홍콩지점의 소개로 버진아일랜드에 '아트 그레이스트레이딩'이라는 유령회사를 만들었다. 역시 가짜 회사들을 등기이사·주주로 올리고 자신은 모든 혜택을 받는 실소유주(Beneficial Owner)로 등록해 놨다.

이 가공의 법인 이사·주주를 사용하는 데만 연 1천100달러를 썼다. 업체 측은"20년 전에 한두 개 만든 것이며 사용하지 않고 폐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설립 시점은 2007년으로 약 5년 전이다.

뉴스파타는 "주인을 숨기고자 가짜 이름을 내세우는 것은 뭔가 감출 것이 많다는 의도"라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뉴스타파의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redflag@yna.co.kr bangh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