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은행 "STX·쌍용건설, 밑빠진 독에 물붓기"
금융감독당국이 28일 '원칙'대로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은행들은 부실기업을 청산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정치권과 지역민 등이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는 추가적인 은행들의 자금지원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채권은행들은 문제기업들을 정리하겠다는 당국의 원칙이 어느 정도 지켜질지에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동안 당국의 이런 원칙 천명은 있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는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밑 빠진 기업에 돈 붓는 은행, 건전성 추락 올해 초 채권은행들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잇따른파열음을 냈다.
채권은행의 의견은 밑 빠진 독에 더는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쪽으로 일찌감치 모아졌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달랐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과거와 같이 칼 들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리더십은 (발휘)안 하겠다"고 말했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조율하는 것"이라고 당국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결국 워크아웃 신청 108일이 지난 6월이 돼서야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했다.
채권은행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기업에 수조원의 돈을 쏟아부을 만큼 여유가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하나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천5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3.6%감소했다.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로 발생한 일회성 이익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STX 주요계열사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으로 1천233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도 5천7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3% 급감했다.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우리금융과 신한지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힘의 논리'에 떠밀린 은행들은 기업 살리기를 지속했다.
워크아웃 졸업 8년 만에 워크아웃에 다시 들어간 쌍용건설, 채권단 반대에도 수조원이 투입된 STX그룹이 그 예다.
쌍용건설은 올해 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들은 서로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지 못하다 상장폐지 유예 만료 시한을 불과 2주 남긴 6월 중순에야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했다.
채권은행들은 워크아웃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적지 않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워크아웃이 안됐을 경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 '전략적 선택'을 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신규자금 4천450억원, 출자전환 1천70억원,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보증 2천400억원 지원 방안에 동의했다.
STX그룹 역시 전체 계열사 24개 중 STX조선, ㈜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 등 5곳은 채권은행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강제협약'이라는 해석이적지 않았다. STX가 무너지면 산업계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채권은행들이 굴복했다는 것이다.
STX건설과 STX팬오션[028670] 등 2곳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STX에너지와 해외계열사인 STX프랑스, STX핀란드, STX다롄조선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들은 올해 4월 STX조선해양에 6천억원을 지원했고, 5월 ㈜STX에 3천억원, STX엔진·STX중공업에 1천9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도 쌍용건설과 STX그룹에 각각 1조원과 3조원가량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 강조…업계는 "현실화 미지수"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기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건전성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강조하고 나섰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이제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살릴 기업은 살리고 가망이 업는 기업은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위험 세부평가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을 '연례행사'처럼 인식하지 않고 상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기업 부실 확대 대응방안'을 마련해 선제적인 신용위험 평가와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기적인 신용위험 평가 기간이 아니더라도수시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지체없이 기업 구조조정을 해달라고 채권은행에 당부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주채권은행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채권은행들이 협조해기업 계열사 간 거래나 인수·합병(M&A) 등 사업확장 계획, 지배구조 관련 변동사항등의 정보를 주채권은행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채권은행의 권한도 강화할계획이다.
다만 지금껏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금융당국에 등을 떠밀렸던채권은행 관계자들은 당국이 원칙대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표면적인 원칙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기업들을 살리는 쪽으로 은행들을 압박하는경우가 그동안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은 금융당국이 채권금융기관을 앞세워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지금껏 경제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로 진행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은행이 떠안은 부담이 상당히 크다"면서 "정부의입김을 막을만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cindy@yna.co.kr charge(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금융감독당국이 28일 '원칙'대로기업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한 것은 은행의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채권은행들은 부실기업을 청산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정치권과 지역민 등이 기업을 살리는 쪽으로 압박했기 때문이다. 이는 추가적인 은행들의 자금지원으로 이어져 수익성 악화를 초래했다.
채권은행들은 문제기업들을 정리하겠다는 당국의 원칙이 어느 정도 지켜질지에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그동안 당국의 이런 원칙 천명은 있었으나 구체적 사안에서는 다르게 적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밑 빠진 기업에 돈 붓는 은행, 건전성 추락 올해 초 채권은행들은 쌍용건설의 워크아웃 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잇따른파열음을 냈다.
채권은행의 의견은 밑 빠진 독에 더는 돈을 쏟아부을 수 없다는 쪽으로 일찌감치 모아졌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달랐기 때문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과거와 같이 칼 들고 존재감을 나타내는 리더십은 (발휘)안 하겠다"고 말했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당국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조율하는 것"이라고 당국의 역할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은 결국 워크아웃 신청 108일이 지난 6월이 돼서야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했다.
채권은행들의 속을 들여다보면 부실기업에 수조원의 돈을 쏟아부을 만큼 여유가있지 않다는 점이 드러난다.
올해 하나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천56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3.6%감소했다.
지난해 외환은행 인수로 발생한 일회성 이익이 사라진 탓도 있지만, STX 주요계열사의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으로 1천233억원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것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KB금융의 상반기 순이익도 5천75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0.3% 급감했다.
상반기 실적 발표를 앞둔 우리금융과 신한지주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힘의 논리'에 떠밀린 은행들은 기업 살리기를 지속했다.
워크아웃 졸업 8년 만에 워크아웃에 다시 들어간 쌍용건설, 채권단 반대에도 수조원이 투입된 STX그룹이 그 예다.
쌍용건설은 올해 2월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그러나 채권금융기관들은 서로의견이 달라 결론을 내지 못하다 상장폐지 유예 만료 시한을 불과 2주 남긴 6월 중순에야 워크아웃 개시에 동의했다.
채권은행들은 워크아웃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적지 않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워크아웃이 안됐을 경우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론을 의식해 '전략적 선택'을 하기로 했다. 최종적으로 신규자금 4천450억원, 출자전환 1천70억원,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 보증 2천400억원 지원 방안에 동의했다.
STX그룹 역시 전체 계열사 24개 중 STX조선, ㈜STX, STX엔진, STX중공업, 포스텍 등 5곳은 채권은행들과 '자율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강제협약'이라는 해석이적지 않았다. STX가 무너지면 산업계와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정부와 정치권의 압박에 채권은행들이 굴복했다는 것이다.
STX건설과 STX팬오션[028670] 등 2곳은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STX에너지와 해외계열사인 STX프랑스, STX핀란드, STX다롄조선은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은행들은 올해 4월 STX조선해양에 6천억원을 지원했고, 5월 ㈜STX에 3천억원, STX엔진·STX중공업에 1천90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금융권에서는 앞으로도 쌍용건설과 STX그룹에 각각 1조원과 3조원가량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 강조…업계는 "현실화 미지수" 경제에 미칠 파장을 고려해 기업을 살리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의 건전성이 타격을 받게 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강조하고 나섰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은행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라 이제는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치 논리를 배제하고 원칙에 따라 살릴 기업은 살리고 가망이 업는 기업은 정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위험 세부평가에 따른 기업 구조조정을 '연례행사'처럼 인식하지 않고 상시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밝혔던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기업 부실 확대 대응방안'을 마련해 선제적인 신용위험 평가와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기적인 신용위험 평가 기간이 아니더라도수시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지체없이 기업 구조조정을 해달라고 채권은행에 당부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주채권은행 업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채권은행들이 협조해기업 계열사 간 거래나 인수·합병(M&A) 등 사업확장 계획, 지배구조 관련 변동사항등의 정보를 주채권은행에 집중시킬 수 있도록 하는 등 채권은행의 권한도 강화할계획이다.
다만 지금껏 부실기업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금융당국에 등을 떠밀렸던채권은행 관계자들은 당국이 원칙대로 기업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
표면적인 원칙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기업들을 살리는 쪽으로 은행들을 압박하는경우가 그동안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 연장은 금융당국이 채권금융기관을 앞세워 기업 구조조정 과정을 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채권은행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지금껏 경제 논리가 아닌 힘의 논리로 진행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은행이 떠안은 부담이 상당히 크다"면서 "정부의입김을 막을만한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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