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4곳, 광주 7곳 격돌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두 은행의 주인이 누가 될지 금융권과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23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11곳이 제안서를 제출해 '흥행'에 성공했다.
인수·합병(M&A)의 승패는 자금력에 달려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몸값이각각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수대금을 마련하고 인수 후 '승자의 저주'를 겪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
다만 두 은행은 지역 경제에서 갖는 영향력과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 여론도 어떤 형태로든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 앞세운 기업銀·신한금융 경남·광주은행의 인수 후보 가운데 자금력 측면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기업은행[024110]이 우위에 있다.
경남은행 예비입찰제안서(LOI)를 낸 기업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경남은행에 중소기업 고객이 많고, 미래에 대비한 수신기반 확충에도 요긴하다"며 "M&A 경험을 쌓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지분 65.3%를 갖고 있는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경남은행은 여전히 '정부은행'으로 남게된다는 약점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인수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경남은행보다 광주은행 쪽이 신한은행과의 중복점포가 적고수도권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며 "실사를 통해 광주은행 인수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전했다.
다만 신한금융도 이미 제주은행[006220]을 갖고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무릅쓰고지방은행을 또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재일동포 주주들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필사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지방 금융지주사와 달리 두 금융사 모두 경제적 이익이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어서 실사 결과가최종적인 인수 의향을 결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S·DGB·JB지주, 지방금융사 맞대결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지방 금융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경남·광주은행 인수전에서 격돌하게 됐다.
부산·대구·전북 등 3개 지방은행에 기반을 두고 최근 잇따라 만들어진 이들지방 금융지주사는 시·도 단위에 국한된 영업 구역의 한계를 넘어 외연을 넓히려면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BS금융 측은 "현재 상태로는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렵다"며경남은행 또는 광주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자산 46조원의 BS금융과 37조원의 DGB금융이 31조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자산규모가 단숨에 60조~70조원에 이른다. 4대 금융지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험업계 2위를 다투는 교보·한화생명에 견줄만한 규모가 된다.
자산 14조원의 JB금융이 19조원인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BS금융, DGB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덩치를 키울 수 있다. BS금융이나 DGB금융이 광주은행을 가져가면 영·호남에 두루 영업 기반을 둔 광역화가 이뤄진다.
그러나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 동원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인수에 성공해 BIS 비율이 급락하면 이를 다시 높이는 데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BS금융과 DGB금융 모두 인수 여력은 충분할것 같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얼마로 적용해서 사느냐에 따라 유상증자 부담이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JB금융은 BIS 비율과 기본자본(Tier1)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자신보다 덩치가큰 광주은행을 가져가려면 역시 상당한 규모의 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치권·재계 "지역 환원" 한목소리…'부실 반복' 우려도 매각 대상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측은 독자생존을 바라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에 넘어갈 경우 인력·점포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기존의 정체성이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가 '지역 정서'를 내세워 자사의 경남은행 인수당위성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남권이라고 전부 지역 정서가 같지는 않다"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 정서를 진짜 고려한다면 독자 생존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은행 노조도 우리사주조합 명의로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은행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나 지역 상공인,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언론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 내년에 지방선거가 실시된다는 점 등은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과거 우리금융[053000] 민영화를 시도할 때 이런 지역 정서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통영을 방문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남은행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으면 지역정서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최근 간부들에게 "지역 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상의해 전남도의 인수지분 참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런 지역 여론에는 휘둘리지 않고 '최고가 매각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고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지역 사회 기여도, 지역에서의 비중, 자금조달 능력 등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공인이 중심이 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와 광주·전남상공인연합이줄곧 두 은행의 '지역 환원'을 요구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들이 사실상 은행 돈을 쌈짓돈처럼 쓰다가 부실을 가져온 과거 전례가 반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감정에 기댄 지역 환원의 당위성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자칫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이 정치적 논리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zheng@yna.co.kr cindy@yna.co.kr wook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인수전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두 은행의 주인이 누가 될지 금융권과 지역 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23일 마감된 예비입찰에는 11곳이 제안서를 제출해 '흥행'에 성공했다.
인수·합병(M&A)의 승패는 자금력에 달려 있다.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의 몸값이각각 1조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인수대금을 마련하고 인수 후 '승자의 저주'를 겪지 않을 만큼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갖춰야 한다.
다만 두 은행은 지역 경제에서 갖는 영향력과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 여론도 어떤 형태로든 매각 과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금력 앞세운 기업銀·신한금융 경남·광주은행의 인수 후보 가운데 자금력 측면에서는 신한금융지주와 기업은행[024110]이 우위에 있다.
경남은행 예비입찰제안서(LOI)를 낸 기업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경남은행에 중소기업 고객이 많고, 미래에 대비한 수신기반 확충에도 요긴하다"며 "M&A 경험을 쌓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가 지분 65.3%를 갖고 있는 기업은행이 경남은행을 인수하면 경남은행은 여전히 '정부은행'으로 남게된다는 약점이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경제적인 관점에서 인수에 따른 이해득실을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경남은행보다 광주은행 쪽이 신한은행과의 중복점포가 적고수도권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며 "실사를 통해 광주은행 인수가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지 꼼꼼하게 들여다볼 것"이라고전했다.
다만 신한금융도 이미 제주은행[006220]을 갖고 있는데 굳이 리스크를 무릅쓰고지방은행을 또 인수할 필요가 있느냐는 재일동포 주주들의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또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필사적으로 인수전에 뛰어든 지방 금융지주사와 달리 두 금융사 모두 경제적 이익이 우선적인 고려 대상이어서 실사 결과가최종적인 인수 의향을 결정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BS·DGB·JB지주, 지방금융사 맞대결 BS금융지주와,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는 '지방 금융권의 맹주' 자리를 놓고경남·광주은행 인수전에서 격돌하게 됐다.
부산·대구·전북 등 3개 지방은행에 기반을 두고 최근 잇따라 만들어진 이들지방 금융지주사는 시·도 단위에 국한된 영업 구역의 한계를 넘어 외연을 넓히려면이번 인수전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BS금융 측은 "현재 상태로는 규모가 작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가 어렵다"며경남은행 또는 광주은행을 인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총자산 46조원의 BS금융과 37조원의 DGB금융이 31조원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자산규모가 단숨에 60조~70조원에 이른다. 4대 금융지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보험업계 2위를 다투는 교보·한화생명에 견줄만한 규모가 된다.
자산 14조원의 JB금융이 19조원인 광주은행을 인수하면 BS금융, DGB금융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덩치를 키울 수 있다. BS금융이나 DGB금융이 광주은행을 가져가면 영·호남에 두루 영업 기반을 둔 광역화가 이뤄진다.
그러나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금 동원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인수에 성공해 BIS 비율이 급락하면 이를 다시 높이는 데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하다.
최진석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BS금융과 DGB금융 모두 인수 여력은 충분할것 같지만,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얼마로 적용해서 사느냐에 따라 유상증자 부담이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JB금융은 BIS 비율과 기본자본(Tier1)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아 자신보다 덩치가큰 광주은행을 가져가려면 역시 상당한 규모의 증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정치권·재계 "지역 환원" 한목소리…'부실 반복' 우려도 매각 대상인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측은 독자생존을 바라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에 넘어갈 경우 인력·점포 구조조정이 뒤따르고 기존의 정체성이사라질 수 있다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일부 금융사가 '지역 정서'를 내세워 자사의 경남은행 인수당위성을 거론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남권이라고 전부 지역 정서가 같지는 않다"며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 정서를 진짜 고려한다면 독자 생존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광주은행 노조도 우리사주조합 명의로 예비입찰제안서를 접수했다.
업계에서는 이들 은행의 독자 생존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노조나 지역 상공인,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언론 등을 통해 여론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 내년에 지방선거가 실시된다는 점 등은 정치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부가 과거 우리금융[053000] 민영화를 시도할 때 이런 지역 정서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기도 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통영을 방문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경남은행이 지역에 환원되지 않으면 지역정서가 폭발할 것'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최근 간부들에게 "지역 상공회의소 등과 함께 상의해 전남도의 인수지분 참여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런 지역 여론에는 휘둘리지 않고 '최고가 매각 원칙'을 고수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고가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며 "지역 사회 기여도, 지역에서의 비중, 자금조달 능력 등도 함께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상공인이 중심이 된 경남은행 인수추진위원회와 광주·전남상공인연합이줄곧 두 은행의 '지역 환원'을 요구하지만, 금융권에선 이들이 사실상 은행 돈을 쌈짓돈처럼 쓰다가 부실을 가져온 과거 전례가 반복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지역감정에 기댄 지역 환원의 당위성과 근거가 부족하다"며 "자칫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매각이 정치적 논리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수도 있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zheng@yna.co.kr cindy@yna.co.kr wooki@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