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일문일답>

입력 2014-03-13 14:42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3월 기준금리를 2.5% 수준에서 만장일치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 우려는 적절하지 않다면서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게 중앙은행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

--하반기 경기회복세가 강해진다고 보는 근거는.

▲소비도 개선되는 추세이고 설비투자가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하긴 했지만경기를 악화시킨다는 근거로 볼 수는 없다.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올렸으며, 중국이 7.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선 경제혁신 3개년 계획으로 경제활성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하반기에 경기가좋아지리라는 예상에는 무리가 없다.

--물가상승률이 한은 목표치 하한선에 못 미친다. 정책 실패 아닌가.

▲중앙은행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경제주체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근원 인플레이션이 1.7%인데 마치 디플레인 것처럼 말하는 건 적절치않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2.9%에 오래 머물러 있는 이유를 생각해봤으면 한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건 중앙은행만의 역할이 아니라 모든 경제주체가 종합적으로 대처해야 할 사안이다.

--4월에 경제전망을 수정한다. 1월에 견줘 대외여건상 어떤 변화가 있었나.

▲4월 중순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경제전망(WEO)을 낸다. 선진국 경제는 지금보다 조금이나마 더 좋아지지 않겠나. 신흥경제권에선 정치적으로 불안한 특정 국가의 경제가 매우 어려워 (성장률이) 낮을 것이다. 다만, (하향 폭이) 크게 낮진 않을 것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작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최대 위기로 떠오르면서 한은의 통화정책 책임론이 나온다.

▲무거운 질문이다. 사회정책은 항상 선택의 문제다. 한 나라의 부채는 정부,기업, 가계 중 누가 부담하느냐로 나뉜다. 지난 4년간 미국 등 선진국에선 정부부채가 늘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기업부채가 증가했다. 한 나라를 경제위기로 몰아갈 가능성이 큰 것은 첫째가 정부부채, 그다음이 기업부채, 가계부채다.

만약 가계부채가 없었다면 대한민국이 어땠을지 분석해봐야 한다. 일방적으로 (가계부채가 많다고) 주장하면 우리가 지나온 길이 적절치 않아 보이는데, 전 이런 걸 바꿔야 한국이 선진화한다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은 거시정책과 통화정책을 하기 때문에 어디에도 영향을 미치므로 모든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건 적절치 않다.

--가계부채 해결방안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하나.

▲가계부채 자체가 금융 안정을 해하고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고 하지만 금융기관 입장에서 보면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거시건전성 규제가 있기 때문에 금융제도의 불완전성을 유발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계부채를 해결할 방법은 네 가지다. 경제 성장속도가 부채 증가 속도를 뛰어넘는 것, 인플레이션을 일으켜 빚을 줄이는 것, 빚이있는 사람이 조여서 갚도록 하는 것, 정부가 대신 빚을 탕감해주는 것 등이다. 성장을 통해 푸는 것이 경제에 주름살을 주지 않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기준금리결정은 모든 통화정책을 고려해서 하는 것이지 가계부채만을 생각해 조절하는 건 옳지 않다.

--중국의 태양광 패널 기업이 2년째 적자를 보이며 연쇄부도 우려가 나온다. 그림자 금융도 심각해졌는데 통화정책 방향에 이에 대한 우려가 보이지 않는다.

▲주요 20개국(G20) 회의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글로벌 금융규제 개혁을 마무리하면서도 2014년 이후 과제로 남겨둔 게 그림자 금융이다. 미국에선 규제 차익을 얻지 못하도록 하는 데 그림자금융 정책의 핵심이 있다면, 중국은 상황이 다르다. 금융시스템이 그만큼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취약층이 그림자금융에 많이 접근한다. 중국이 워낙 중요한 나라다 보니 누구나 중요하게 봐야겠지만,우려한다는 건 적절치 않다.

--한은이 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가계부채 구조개선안을 지원하고자 공개시장조작(RP매매) 대상 증권에 주택금융공사 주택저당증권(MBS)을 추가하면서 발권력을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발권력을 동원해 MBS를 사는 게 아니다. 금통위가 판단해 적절하게 결정하지않을까 한다.

--지난 4년 임기 동안 아쉬웠던 점은.

▲글로벌 금융위기는 100년 만에 처음 온 커다란 위기였다. 그야말로 격변과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국내에만 있으면 그런 걸 잘 못 느끼지만 사실 글로벌 금융시장은 급박하게 변했다. 그렇다 보니 단 한 번도 마음에 여유를 갖지 못했다.

--임기 중 한은의 가장 큰 변화는 뭐였나.

▲한은법이 개정됐고, 내부적으로는 인재개발원을 만들고 글로벌 BOK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직원들이 고품질 보고서도 엄청나게 많이 냈다.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하고자 노력했던 것도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 여러분 제가 오기 전에 언제 국내총생산(GDP)갭(실제 성장과 잠재 성장의 차이)이란 걸 입 밖에 내보셨겠나. 금통위 의사록 공개 시점을 6주 뒤에서 2주 뒤로 앞당긴 것도 큰 변화였다.

--한은 조직문화를 바꾸면서 후유증이 컸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은이 당연히 경험해야 할 개혁과제였다. 한은은 국민의 중앙은행이지 종사자들의 중앙은행은 아니다. 저는 한은이 사회와 유리·괴리돼 있던 벽을 줄이고자노력했다. 어떨 땐 장점보다 어두운 면이 보였을 수 있다는 걸 부정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 중 빛이 더 크지 않았나 하고, 국가와 한은 구성원 발전에 결과적으로 도움이 됐다고 확신한다.

--이주열 차기 총재 후보자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풍문이 있다. 퇴임하기 전에 만나실 의향이 있나.

▲금통위 관련 브리핑에서 답할 얘기가 아니다.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

--퇴임 후 계획은.

▲가을학기부터 시간제로 후학을 가르치고, 그동안 했던 일들을 잘 정리하려고한다.

clap@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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