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에 한은을 떠난다.
김 총재의 기준금리 결정, 조직 개혁, 시장과의 소통 등 지난 4년 재임 시절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임기 몇 달 전부터 그는 이런 세간의 평가에 대해 "먼 훗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그러던 그가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직후 열린 13일 기자설명회에서 비교적 길게 소회를 밝혔다.
특히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처는 모든 경제 주체가 종합적으로 할 사안이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게 그 역할에 맞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 비판 거듭돼 김 총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주(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로 활동하다가 한은 총재를 맡은 탓에 취임 초기부터 물가안정보다 성장을 지향하는 '비둘기파'로 인식돼 왔다. "한국은행도 정부다" 등 그의 발언이 이런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가 취임한 2010년은 경제 성장률이 6.3%에 달했다. 전임 이성태 총재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 불안마저 우려됐던 시기다.
퇴임 전 이 전 총재는 "금융완화 기조는 적당한 시기에 줄이는 쪽으로 금통위원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취임하고서 석 달간 기준금리는 계속 동결됐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한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고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금융시장의 혼란과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김 총재를 질타했다.
일부 의원은 환율 방어를 위해 물가 불안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 나온것이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경제 부처와 여당은 추가 경정 예산을 추진하면서 '정책조합'을 강조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대놓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은은 시간을 끌다가5월에야 내렸다.
◇ 김 총재 "치열한 4년 보냈다…그림자보다 빛이 더 클 것" 물론 김 총재의 재임 4년간 과(過)도 있고 공(功)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빛과 그림자 중 빛이 더 컸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재임 기간한은의 주요 변화로 '금융안정의 역할'을 추가한 한국은행법 개정, 직군제로 대표되는 인사개혁 등을 꼽았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은행의 위상을 높인 점도 그의 공으로평가된다.
한은에서 국제기구와 주요국 중앙은행에 파견된 직원은 2009년 말 5명(국제기구)에서 지난해 말 13명(국제기구 7명·외국 중앙은행 6명)으로 증가했다. 국내외 연구진의 공동연구도 2010년 1회에서 지난해 65회로 부쩍 늘었다.
대체로 대규모 국제회의에서는 일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발언권을 독차지하지만 김 총재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국제감각으로 한은의 존재감을 한 단계 높였다는 게 한은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직원들에게는 인기 없는 총재였다. 실제 지난 2011년에는 한은 노조가김 총재 취임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결의대회를 여는 등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한은 종사자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국민의 중앙은행이 될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인사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주열 차기 총재 후보자는 2012년 부총재 자리에서 물러나는 퇴임식에서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역시 그가 '빛'으로 꼽은 소통 노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김 총재는 금통위 개최후 의사록 공개 시기 단축(약 6주→2주), 분야별 전문가와의 간담회등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전문가 "통화정책은 나름 잘했다" VS "F학점"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잘했다"는평가에서 "F학점"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김대식 중앙대 명예교수는 "시장 소통에서는 약간의 충돌이 있지만 금리정책은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평가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필요 이상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대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해결사의 모습은 아니지만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새로운 위험 요인의 씨앗을 뿌리는 실수는 없었던 만큼 '중간 이상'은 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의 평가는 야박하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의 기본은 예측 가능성인데 김총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실히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학점을 준다면 에프(F)다"라고 단언했다.
그가 가장 비판을 받는 2010년 취임 초기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서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공조에 대한 정부 요구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의 말 대로 "먼 훗날"에나 자세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보인다.
김 총재는 퇴임후 계획과 관련, "가을 학기부터는 강의하면서 그동안 했던 일을잘 정리할까 한다"고 밝혔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김 총재의 기준금리 결정, 조직 개혁, 시장과의 소통 등 지난 4년 재임 시절 공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후하지 않다.
임기 몇 달 전부터 그는 이런 세간의 평가에 대해 "먼 훗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말을 아껴왔다.
그러던 그가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본회의 직후 열린 13일 기자설명회에서 비교적 길게 소회를 밝혔다.
특히 디플레이션에 대한 대처는 모든 경제 주체가 종합적으로 할 사안이지만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대처하는 게 그 역할에 맞다"며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매파'성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 비판 거듭돼 김 총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을 거쳐 주(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표부 대사로 활동하다가 한은 총재를 맡은 탓에 취임 초기부터 물가안정보다 성장을 지향하는 '비둘기파'로 인식돼 왔다. "한국은행도 정부다" 등 그의 발언이 이런 인식을 확산시켰다.
그가 취임한 2010년은 경제 성장률이 6.3%에 달했다. 전임 이성태 총재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물가 불안마저 우려됐던 시기다.
퇴임 전 이 전 총재는 "금융완화 기조는 적당한 시기에 줄이는 쪽으로 금통위원간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취임하고서 석 달간 기준금리는 계속 동결됐다.
당시 여야 의원들은 한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기준금리인상 신호를 여러 차례 보내고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 않아 금융시장의 혼란과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고 김 총재를 질타했다.
일부 의원은 환율 방어를 위해 물가 불안을 외면했다고 지적했다. 이 때 나온것이 "좌측 깜박이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이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비판을 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경제 부처와 여당은 추가 경정 예산을 추진하면서 '정책조합'을 강조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대놓고 요구했다. 그러나 한은은 시간을 끌다가5월에야 내렸다.
◇ 김 총재 "치열한 4년 보냈다…그림자보다 빛이 더 클 것" 물론 김 총재의 재임 4년간 과(過)도 있고 공(功)도 있다.
그는 이에 대해 "빛과 그림자 중 빛이 더 컸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재임 기간한은의 주요 변화로 '금융안정의 역할'을 추가한 한국은행법 개정, 직군제로 대표되는 인사개혁 등을 꼽았다.
활발한 대외 활동으로 국제무대에서 한국은행의 위상을 높인 점도 그의 공으로평가된다.
한은에서 국제기구와 주요국 중앙은행에 파견된 직원은 2009년 말 5명(국제기구)에서 지난해 말 13명(국제기구 7명·외국 중앙은행 6명)으로 증가했다. 국내외 연구진의 공동연구도 2010년 1회에서 지난해 65회로 부쩍 늘었다.
대체로 대규모 국제회의에서는 일부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발언권을 독차지하지만 김 총재는 유창한 영어 실력과 국제감각으로 한은의 존재감을 한 단계 높였다는 게 한은 안팎의 평가다.
그러나 직원들에게는 인기 없는 총재였다. 실제 지난 2011년에는 한은 노조가김 총재 취임이후 한은의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결의대회를 여는 등 갈등이 고조되기도 했다.
김 총재는 이에 대해 "한은 종사자의 중앙은행이 아니라 국민의 중앙은행이 될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연공서열을 파괴하는 파격적인 인사에 대한 평가는 현재 진행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둔 이주열 차기 총재 후보자는 2012년 부총재 자리에서 물러나는 퇴임식에서 "60년에 걸쳐 형성된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낀 사람이 많아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역시 그가 '빛'으로 꼽은 소통 노력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김 총재는 금통위 개최후 의사록 공개 시기 단축(약 6주→2주), 분야별 전문가와의 간담회등 시장과의 소통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 전문가 "통화정책은 나름 잘했다" VS "F학점"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잘했다"는평가에서 "F학점"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김대식 중앙대 명예교수는 "시장 소통에서는 약간의 충돌이 있지만 금리정책은나름대로 잘 해왔다"고 평가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필요 이상으로 지적을 많이 받았지만 '대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해결사의 모습은 아니지만 경제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새로운 위험 요인의 씨앗을 뿌리는 실수는 없었던 만큼 '중간 이상'은 했다는 평이다.
그러나 시장 관계자의 평가는 야박하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통화정책의 기본은 예측 가능성인데 김총재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확실히 얘기하지 않았다"면서 "학점을 준다면 에프(F)다"라고 단언했다.
그가 가장 비판을 받는 2010년 취임 초기 기준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서는 주요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 공조에 대한 정부 요구 등 불가피한 사정이 있던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의 말 대로 "먼 훗날"에나 자세한 설명이 있을 것으로보인다.
김 총재는 퇴임후 계획과 관련, "가을 학기부터는 강의하면서 그동안 했던 일을잘 정리할까 한다"고 밝혔다.
ev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