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재정개혁 필요…신규 SOC 투자 줄여야"

입력 2014-06-05 16:00  

국가재정운용계획 토론회서 전문가들 "재정여건 어렵다"

복지 관련 지출이 늘고 세금은 적게 걷히면서 정부 재정이 어려운 여건에 놓이게 됐으며, 이에 따라 강력한 재정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규모 투자비용이 드는 신규 사회기반시설(SOC) 사업을 줄이는 등 지출을 구조조정하는 한편 부가가치세 면세 범위 축소 등을 통해 세입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것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공동으로 개최한 񟭎∼2018년 국가재정운용계획 수립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분야별 전문가와 관계부처 공무원들은 이런 내용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출 구조조정과 '페이고(PAY-GO)' 원칙 의무화, 공공기관부채 구조조정과 예비타당성 조사 강화 등 강력한 재정개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각종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와 부가가치세 면세범위 및 소득세 경비 인정 범위축소 등을 통해 세입기반 약화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나왔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경기에 대응하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경기활성화를위해선 정부 지출보다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확대되도록 하는 정책방안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18년부터 고령사회에 진입하면 세입은 늘어나기 어려운데 비해 쓸 곳은 증가해 재정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며 "그전에 세율 증가와 지출 구조조정 등의 준비를 마치지 않으면 남유럽 국가처럼 재정위기를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송언석 기재부 예산총괄심의관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초에도 저성장으로 세수창출력이 약화된 반면, 국정과제 등 핵심과제에 대한 지출 수요가 본격화해 세출 증대 압박은 상당히 심하다"고 어려운 재정 여건을 설명했다.

송 심의관은 이어 "정부가 경기 대응을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과 국가채무의 안정적인 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며 "세수 증대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유사·중복 사업을 강력히 통폐합하고 경제위기 기간에 투자가 상당히많았던 농림·산업·SOC 분야는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SOC 분야에서 그간 지속적으로 투자가 확대된 만큼, 투자 규모를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하고 대규모 투자비가 소요되는 신규 사업을 줄여야 한다고 봤다.

양적으로 재정 투입을 확대한 데 비해 질적 개선을 통한 운영 효율화는 미흡했기 때문에 신규 투자 대신 이미 구축된 시설의 운영 효율화와 노후 시설물에 대한유지보수 투자 등 보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건 분야에서는 건강보험 지출 소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을 고려해 건강보험 기금화 등을 통해 재정의 투명성·책무성을 높이고, 의료비 지출 상한 설정과수가 및 보험료 결정 과정 공개 등을 통한 각종 통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복지 분야는 '방과 후 돌봄 서비스' 등 사업에 대한 부처 간 통합관리체계를 마련해 중복수혜를 감시하고 사각지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 분야에서는 최근 급격히 증가한 주택 구입·전세자금 등의 융자사업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축소하는 것이 좋다는 지적이 나왔다.

저금리 시대에 국민주택기금의 안정적 운용이 어려워진데다 청약저축보다 융자사업의 규모가 빨리 증가해 앞으로 여유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개발(R&D) 분야에선 내년 5천억원 수준으로 책정된 재난·안전 관련 투자를 대폭 확대해 선제적으로 재난을 관리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자들은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재난·재해 예측과 관측 시스템을 구축하고 먹을거리 안전, 신종 전염병 대응 등 생활 안전 관련 R&D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대형시설에만 R&D 투자가 집중돼 개인 기초연구자들이위축되는 일이 없도록 투자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교육 분야의 화두는 고교 졸업자 수의 감소에 따른 대학구조 개혁이었다.

토론자들은 대학구조 개혁이 생존을 위한 필수 사항이라는 점에 대부분 공감했으나, 정원 감축을 시장 기능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과 평가기준이 낮은 대학일수록정원을 많이 감축하는 '강제 구조조정'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가 팽팽히 맞섰다.

이밖에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현재의 자금 지원 위주 정책이 민간의 창업·투자의욕을 근본적으로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정부가 정책 목표를 '창업률'에서 '창업성공률'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문화 분야에서는 지방의 문화예술 관련 시설 등 '하드웨어' 확충보다는 공연 수준을 높이는 등 '소프트웨어'를 발전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chopark@yna.co.kr, charg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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