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잇따른 부실을놓고 책임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채권단과 해당 기업이 서로 '네탓'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채권단 내부에선 주채권은행을 향한 비판이 나온다. 당국은 주채권은행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남의 탓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비(非) 경제적 논리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당국 "주채권은행 제 역할 했느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파문을 일으킨 STX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여신 심사 문제와 사후 관리 소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 STX그룹이 부실화하고 끝내공중분해 됐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은 금융당국이 정하는 주채무계열(금융권 여신이 많은 대기업집단)에대한 감시와 지원을 전담한다. 주로 여신이 가장 많은 곳이 주채권은행을 맡는다.
최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역시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산은이 동부제철[016380]의 인천공장·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을 고집했으나, 유일한 인수 후보자인 포스코[005490]가 등을 돌려 결국 자율협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동부제철 채권은행 관계자는 "잘 팔릴 것 같은 매물(당진발전)에 안 팔릴 것같은 매물(인천공장)을 끼워 팔겠다는 산은의 셈법이 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동부의 제조업 계열사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동부CNI[012030]에 대한 회사채 상환 지원에서도 산은이 100억원을 놓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국은 지적했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며"구조조정 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데만 몰두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이전투구에 망가지는 구조조정 대기업이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면 채권단 내에서도 잡음이 생긴다. 때로는 '내 돈'만 먼저 챙겨가겠다고 이전투구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도 보인다.
2012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중인 금호산업[002990]을 놓고 산은과 우리은행이 맞붙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의 문턱까지 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금호산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대출금 회수를 놓고 사업 대주단인우리은행과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반 년째 대립해 워크아웃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같은 해 워크아웃 중이던 풍림산업도 채권단의 대립에 지원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지난해에는 역시 워크아웃 중이던 쌍용건설이 채권단 내 의견 불일치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연말까지 시간을 끌다가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이처럼 채권단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해 제 몫만 챙기다보니 중·장기적인 지원이나 기업의 정상화가 뒷전으로 밀린다고 아우성이다.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려 기업을 살리자는 건지, 죽이자고 달려드는 건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실에 대한 반성은커녕 '국가 경제'를볼모로 삼아 채권단의 지원을 당연히 여기는 태도가 뻔뻔스럽다는 것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이 부실에 책임을 지고 대주주 사재를 출연하든지 경영권을 포기해야 채권단의 지원도 그에 맞춰 이뤄지는 것"이라고 맞섰다.
◇채권단 "'문제없다'던 당국이 문제제기" 굵직한 대기업의 부실이 불거질 때마다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금융당국도 책임을 비켜가기 어렵다고 채권단과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STX나 동부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은의 책임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도 '당국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냉소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동부는 괜찮다'는 게 당국의 일관된견해였다"며 "사태가 벌어지니 채권단 책임을 거론하는 게 온당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동양사태'를 계기로 당국은 위기설이 나돈 현대·두산·한진·동부그룹의 재무 현황을 점검, 모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기업 부실을 사전 차단하는 데 당국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올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자구계획 이행을 촉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열심히 뛰었다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당국이 애초 채권단에 무리한 지원을 일방적으로 요구했고, 이 배경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다분히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경제에 대한 부담을 우려한 당국의 압박에 채권단은 지난해 STX[011810]와쌍용건설에 수조원씩 쏟아부었다.
president21@yna.co.kr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채권단과 해당 기업이 서로 '네탓'이라며 손가락질하고, 채권단 내부에선 주채권은행을 향한 비판이 나온다. 당국은 주채권은행의 책임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남의 탓을 할 처지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비(非) 경제적 논리에 휘둘린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당국 "주채권은행 제 역할 했느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파문을 일으킨 STX그룹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업은행의 여신 심사 문제와 사후 관리 소홀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 STX그룹이 부실화하고 끝내공중분해 됐다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은 금융당국이 정하는 주채무계열(금융권 여신이 많은 대기업집단)에대한 감시와 지원을 전담한다. 주로 여신이 가장 많은 곳이 주채권은행을 맡는다.
최근 동부그룹의 구조조정과 관련해서도 역시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산은이 동부제철[016380]의 인천공장·당진발전 패키지 매각을 고집했으나, 유일한 인수 후보자인 포스코[005490]가 등을 돌려 결국 자율협약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한 동부제철 채권은행 관계자는 "잘 팔릴 것 같은 매물(당진발전)에 안 팔릴 것같은 매물(인천공장)을 끼워 팔겠다는 산은의 셈법이 통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동부의 제조업 계열사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동부CNI[012030]에 대한 회사채 상환 지원에서도 산은이 100억원을 놓고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당국은 지적했다.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산은이 기업 구조조정에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며"구조조정 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는 데만 몰두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채권단 이전투구에 망가지는 구조조정 대기업이 구조조정 수술대에 오르면 채권단 내에서도 잡음이 생긴다. 때로는 '내 돈'만 먼저 챙겨가겠다고 이전투구하는 볼썽사나운 행태도 보인다.
2012년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중인 금호산업[002990]을 놓고 산은과 우리은행이 맞붙어 법정관리(기업 회생절차)의 문턱까지 간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금호산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 대출금 회수를 놓고 사업 대주단인우리은행과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반 년째 대립해 워크아웃이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같은 해 워크아웃 중이던 풍림산업도 채권단의 대립에 지원이 지지부진하자 결국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지난해에는 역시 워크아웃 중이던 쌍용건설이 채권단 내 의견 불일치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은 채 연말까지 시간을 끌다가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은 이처럼 채권단이 각자도생(各自圖生)을 위해 제 몫만 챙기다보니 중·장기적인 지원이나 기업의 정상화가 뒷전으로 밀린다고 아우성이다.
법정관리 중인 건설사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려 기업을 살리자는 건지, 죽이자고 달려드는 건지 헷갈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부실에 대한 반성은커녕 '국가 경제'를볼모로 삼아 채권단의 지원을 당연히 여기는 태도가 뻔뻔스럽다는 것이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이 부실에 책임을 지고 대주주 사재를 출연하든지 경영권을 포기해야 채권단의 지원도 그에 맞춰 이뤄지는 것"이라고 맞섰다.
◇채권단 "'문제없다'던 당국이 문제제기" 굵직한 대기업의 부실이 불거질 때마다 '시어머니' 노릇을 하는 금융당국도 책임을 비켜가기 어렵다고 채권단과 기업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금융당국이 STX나 동부의 구조조정과 관련해 산은의 책임을 거론하는 데 대해서도 '당국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냉소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만 해도 '동부는 괜찮다'는 게 당국의 일관된견해였다"며 "사태가 벌어지니 채권단 책임을 거론하는 게 온당하느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동양사태'를 계기로 당국은 위기설이 나돈 현대·두산·한진·동부그룹의 재무 현황을 점검, 모두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기업 부실을 사전 차단하는 데 당국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올해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만나 자구계획 이행을 촉구했으나 가시적인 성과는 얻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이 열심히 뛰었다지만, 단지 그것 뿐이었다"고 평가절하했다.
당국이 애초 채권단에 무리한 지원을 일방적으로 요구했고, 이 배경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다분히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국가 경제에 대한 부담을 우려한 당국의 압박에 채권단은 지난해 STX[011810]와쌍용건설에 수조원씩 쏟아부었다.
president21@yna.co.kr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