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감사 자리는 최고경영자(CEO)급 의전과 대우를 받으며 경영 상황을 감시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는다.
기관의 '넘버 2' 자리이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직 경제관료나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소리소문없이 자리를 꿰차는 '낙하산 인사'의 대상이 돼왔다.
최근 들어 '관피아'(공무원 출신)가 발붙일 곳을 잃게 되자 금융기관 감사 자리에 전문성 없는 '정피아'(정치인 출신) 출신이 대거 임명되면서 내부통제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막중한 권한에 기관장급 대우…"신도 탐내는 자리" 감사는 법인의 회계 및 경영상황을 감시·감독하고 내부 비리·부조리를 적발하는 직무감찰 기능을 맡는다.
경영상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때에도 감사의 결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내외로들어오는 온갖 투서도 모두 감사에게 모인다.
중요한 결재는 반드시 감사를 거쳐야 하며 이사회의 일원으로 출석하는 등 권한도 막강하다.
기관을 통제하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어 엄중한 책임감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기관 내부 임직원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조직도상으로는 최고경영자(CEO) 보다는 조금 낮게, 임원보다는 높게 배치된다.
그만큼 대접도 특별하다. 집무실도 대개 기관장과 같은 층에 두며 운전기사와고급승용차, 개인 비서를 제공받는다.
조직 내 위상은 ƈ인자'이지만 사실상 Ƈ.5인자'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온다.
중요한 일을 맡는 만큼 연봉은 기관장 못지않다.
감사의 연봉이 공시되는 금융공기업 위주로 살펴보면 수출입은행은 2억8천500만원, 자산관리공사는 2억5천700만원, 예금보험공사는 2억5천800만원, 한국거래소는 1억4천500만원 등의 수준으로 높다. '신(神)도 탐내는 자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피아 자리 정피아가 점령…"더 큰 문제" 그러나 낙하산으로 내려온 금융기관 감사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상임감사를 모집할 때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능력과 업무·회계의 적법성 검토 능력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 임명은 이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성보다는정권에 대한 기여도가 인선 기준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감사들은 앞에 나서지 않은 채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무에 문외한인 정치인이나 '폴리페서' 출신일수록 특히 그렇다.
기본 업무도 잘 모른다. 결국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신문보기와 자리 보전을위한 주요인사 접대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금융권에서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가 점령하고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감사 자리에 정치인 또는 대선캠프에 기여한 인사들이 내려왔다.
이들 기관의 감사 자리는 전통적으로 경제관료 출신들이 차지해왔지만 관피아가논란되면서 정피아들이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IBK캐피탈, 우리은행, 대우증권[006800]등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가진 금융사들의 감사까지 정피아의 차지가 된 것으로나타났다.
◇"낙인찍고 배제하면 또다른 문제 야기…능력위주 인선 고민해야" 관피아 대신 등장한 정피아에 대한 비판이 대두된 것은 관피아 문제의 핵심을제대로 짚고 풀어나가기 보다 '관피아만 아니면 된다'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지적이 나온다.
애초 관피아가 문제된 것은 규제를 만든 관료들이 피규제 기관의 요직을 보장받고서 규제를 회피하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규제자와 피규제자가 '제2의 세월호'를 만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관피아 비판의 핵심인 셈이다.
결국 특정 집단을 '∼피아'로 규정해 배제하기 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로 낙인찍고 관료를 몰아세우다 보면 결국 엉뚱한 부류가 어부지리로 혜택을 입게 된다"며 "현재 공공기관들의 인사시스템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료나 정치인은 무조건 안 된다고 낙인찍지 말고 투명한 인사과정을 통해 적합한 인물을 선임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피아, 정피아가 아니면 내부 출신인데 그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라며 "출신 구분을 떠나 능력있는 사람을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zheng@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기관의 '넘버 2' 자리이지만 세간의 주목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직 경제관료나 정치권 출신 인사들이 소리소문없이 자리를 꿰차는 '낙하산 인사'의 대상이 돼왔다.
최근 들어 '관피아'(공무원 출신)가 발붙일 곳을 잃게 되자 금융기관 감사 자리에 전문성 없는 '정피아'(정치인 출신) 출신이 대거 임명되면서 내부통제가 부실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막중한 권한에 기관장급 대우…"신도 탐내는 자리" 감사는 법인의 회계 및 경영상황을 감시·감독하고 내부 비리·부조리를 적발하는 직무감찰 기능을 맡는다.
경영상 중요한 결정이 이뤄질 때에도 감사의 결재가 반드시 필요하다. 사내외로들어오는 온갖 투서도 모두 감사에게 모인다.
중요한 결재는 반드시 감사를 거쳐야 하며 이사회의 일원으로 출석하는 등 권한도 막강하다.
기관을 통제하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어 엄중한 책임감과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기관 내부 임직원에게는 '저승사자'처럼 무서운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조직도상으로는 최고경영자(CEO) 보다는 조금 낮게, 임원보다는 높게 배치된다.
그만큼 대접도 특별하다. 집무실도 대개 기관장과 같은 층에 두며 운전기사와고급승용차, 개인 비서를 제공받는다.
조직 내 위상은 ƈ인자'이지만 사실상 Ƈ.5인자'나 다름없다는 말도 나온다.
중요한 일을 맡는 만큼 연봉은 기관장 못지않다.
감사의 연봉이 공시되는 금융공기업 위주로 살펴보면 수출입은행은 2억8천500만원, 자산관리공사는 2억5천700만원, 예금보험공사는 2억5천800만원, 한국거래소는 1억4천500만원 등의 수준으로 높다. '신(神)도 탐내는 자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관피아 자리 정피아가 점령…"더 큰 문제" 그러나 낙하산으로 내려온 금융기관 감사들이 과연 제 역할을 다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상임감사를 모집할 때는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가적 능력과 업무·회계의 적법성 검토 능력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한다.
그러나 실제 임명은 이와 무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문성보다는정권에 대한 기여도가 인선 기준으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감사들은 앞에 나서지 않은 채 권한만 누리고 책임은 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업무에 문외한인 정치인이나 '폴리페서' 출신일수록 특히 그렇다.
기본 업무도 잘 모른다. 결국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신문보기와 자리 보전을위한 주요인사 접대 뿐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문제는 세월호 참사 이후 금융권에서 관피아가 떠난 자리를 정피아가 점령하고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출입은행, 한국거래소,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 금융공기업의 감사 자리에 정치인 또는 대선캠프에 기여한 인사들이 내려왔다.
이들 기관의 감사 자리는 전통적으로 경제관료 출신들이 차지해왔지만 관피아가논란되면서 정피아들이 자리를 대신한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IBK캐피탈, 우리은행, 대우증권[006800]등 정부나 공공기관이 지분을 가진 금융사들의 감사까지 정피아의 차지가 된 것으로나타났다.
◇"낙인찍고 배제하면 또다른 문제 야기…능력위주 인선 고민해야" 관피아 대신 등장한 정피아에 대한 비판이 대두된 것은 관피아 문제의 핵심을제대로 짚고 풀어나가기 보다 '관피아만 아니면 된다'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이라는지적이 나온다.
애초 관피아가 문제된 것은 규제를 만든 관료들이 피규제 기관의 요직을 보장받고서 규제를 회피하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비판 때문이었다.
규제자와 피규제자가 '제2의 세월호'를 만드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 관피아 비판의 핵심인 셈이다.
결국 특정 집단을 '∼피아'로 규정해 배제하기 보다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피아로 낙인찍고 관료를 몰아세우다 보면 결국 엉뚱한 부류가 어부지리로 혜택을 입게 된다"며 "현재 공공기관들의 인사시스템은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관료나 정치인은 무조건 안 된다고 낙인찍지 말고 투명한 인사과정을 통해 적합한 인물을 선임하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관피아, 정피아가 아니면 내부 출신인데 그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도 아니다"라며 "출신 구분을 떠나 능력있는 사람을뽑을 수 있는 시스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ssahn@yna.co.kr, zheng@yna.co.kr,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