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끌어내린 원화가치…수출에 도움줄까>

입력 2014-11-12 10:37  

원·달러 환율이 12일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100원 선을 장중 상향 돌파함에 따라 환율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지 주목된다.

최근의 환율 상승(원화가치 약세)은 상당 부분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 한국의대내적인 요인이라기보다는 일본 엔화가치의 약세, 즉 엔저(円低) 현상이 원화가치를 함께 끌어내린 것이다.

지난달 말 일본 중앙은행의 양적완화 확대 조치에 이어 이날 일본 정부의 소비세율 인상 연기 전망이 겹치면서 엔화가치는 가파른 미끄럼을 탔다.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16엔대까지 치솟았다.

엔화 약세는 강(强) 달러 현상을 부추겼다. 지난달 양적완화를 종료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타는데 엔화 약세가 '불에 기름을 끼얹은 격'이다.

'엔화 약세→달러 강세→원화 약세'의 시장 메커니즘에 따라 한때 900원대로 내려갈 것 같던 원·달러 환율이 급반등, 이날 결국 1,100원대로 올라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동조화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도 오르고 있다"며 "엔·달러 환율의 움직임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외환당국 관계자도 "엔·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원·달러 환율도 따라 올라가는 측면이 있다"며 "아직 여기에 대해 언급할 상황이 아니며, 지켜보려 한다"고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일단 저항선을 돌파한 만큼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크다. 게다가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공식적으로 '원·엔 동조화'를 언급한 만큼 엔저 현상이 지속하는 한 원화 약세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많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시장의 투자자들은 엔화의 점진적인 약세 유지에 베팅하고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엔화 약세라는 대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역대 최저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 있다는 관측이 환율 상승의 또 다른 배경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경로는 뚜렷하지 않지만, 금리 인하는환율 상승의 요인이라는 일반적인 인식 때문이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환율 상승은 일차적으로 엔화 약세 때문이지만, 최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언으로 추가 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된 것도 원화 약세를 이끄는 요인인 것 같다"고 추정했다.

환율 상승은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시장에서 달러화로 환산해 수출품을 팔 때 가격경쟁력이 좋아지고, 수출 대금을 원화로 바꿀 때기업의 채산성도 좋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엔저 현상의 가속화로 원·엔 재정환율(달러화 대비 가치로 간접 비교한환율)이 하락, 일본과의 수출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를 어느 정도 잠재울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당국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과 함께 오르면서 엔저에 따른악영향을 완화하는 측면이 있다"며 "수출업체에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다만, 급격한 환율 상승에 따른 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당국 관계자는 "엔·달러 환율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시장에 쇼크(shock·충격)를 주는 상황이지만, 한국 시장이 충분히 이를 품어내고 있다고 본다"며 "필요할 때는 변동성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zhe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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