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입력 2014-11-13 14:0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기준금리 동결 결정 직후 연 기자간담회에서 "두 차례에 걸친 금리 인하의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돼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금리 동결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환율 흐름에 대해서는 "원화와 엔화 환율이 100% 동조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본 기업과의 가격 경쟁력은 약해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지난 10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했다. 가계 대출 증가 폭이 한은이 예상한 경로에서 움직이고 있나.

▲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데 영향을 받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많이 늘어난 게 사실이다. 앞으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 경기 상황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수급과 인구구조 등 변화를 고려하면 주택 가격 상승 기대가 크게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따라 은행권의 가계대출 급증세도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대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정부 당국과도 상황을 함께 지켜보면서 논의하고 있다.

-- 가계대출 급증이나 전세난이 저금리의 폐해라는 지적이 있다.

▲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 가계대출 증가를 예상하지 못했던 게 아니다. 가계대출 증가에 따른 리스크와 경기 리스크를 같이 놓고 봤을 때, 당시는 경기 회복 모멘텀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 금리를 내렸던 것이다.

--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여력이 있다고 판단하나.

▲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는 성장,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리스크를균형 있게 고려한다. (금리) 방향을 예단할 수는 없다. 가계부채가 많이 늘고 내외금리차가 축소됐으니 금융안정 리스크에 유의하겠다.

--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한 데 따른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금리정책의 파급 경로가 약화됐다는 지적도 있다.

▲ 금리 정책의 파급 경로 중 가장 손쉽게 관측할 수 있고 빨리 나타나는 게 은행 여수신금리 변화다. 이 경로는 비교적 원활하게 작동하고 있다. 금리 정책의 파급 효과를 제약하는 구조적 변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대해서는 개선 노력을병행해야 정책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다. 제약 요인을 예로 들면 세계 경기 둔화, 노동시장의 경직성, 규제 등을 꼽을 수 있다.

-- 설비투자에 대한 금리 인하 효과는.

▲ 금리를 낮추면 투자에 플러스 효과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를 결정하는 데에는 금리보다 경기 전망이 더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 경상수지가 '내수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이 있다. 수출 구조 변화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어떻게 판단하나.

▲ 올해 들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로 3% 정도 늘었다. 나라별로 차이가 크다.

일본·유럽에 대한 수출은 부진하다. 반면 대 미국 수출은 1∼10월 중 12% 증가하는호조를 보였다. 대 중국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하는데, 70%는중간재와 자본재다. 중국산 수출품의 최종 수요는 상당 부분 미국에 있기 때문에 미국 경기가 (국내 수출에) 여전히 중요하다. 전반적으로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지금의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엔·달러 환율에 원·달러 환율이 동조화해 움직이는데, 우리 수출에 어떤영향을 줄 수 있나.

▲ 엔·달러 환율이 8월 들어서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주시해왔다. 특히 10월에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를 하면서 엔화 약세가 급속히 진행됐다. 원화 환율이 100% 엔화 환율과 동조화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본과의 수출 가격 경쟁력만 따져보면, 여기선 한국산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일본과 경합이 큰 자동차·기계·철강업종의 경쟁력이 다소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달러화에 대해서는 원화가 상당한 약세를 보여 다른 나라와의 가격 경쟁력은 불리해지지 않았다고본다.

-- 원화 약세를 어디까지 용인할 수 있나.

▲ 기본적으로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변수다. 엔화와 원화의 움직임이동조화된 데에도 시장의 자율적 조정 효과가 작용했다. 엔화 약세가 심화되면 한국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인식에서 원·달러 환율이 움직인 측면이 강하다.

원화 약세를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다는 식의 선을 설정하고 있지는 않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금리 외에도 대단히 많다. 주요국의 경기 상황, 국제 자금흐름 등이 더 큰 영향을 준다. 금리로 환율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굳이 따지면 환율 수준이 아니고, 환율 급변이 가져올 경기 영향을 보고 금리를 결정하는 것이지 환율 수준을 타게팅(targeting)하고 있지 않다.

-- 엔저가 장기간 지속돼 일본 기업들이 사업 전략을 바꾸면 타격이 커질텐데.

▲ 지금까지는 수출이 전체적으로 양호한 모습이지만 엔화 약세가 가속화하면 분명히 우려할만한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엔화 약세로 일본 기업의 수익성이 대단히개선됐다. 아직 뚜렷이 감지되지는 않았지만, 개선된 수익성을 바탕으로 단가 인하등을 하면 일본과 경합도가 큰 업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엔저가 심화되면 일본기업들의 마케팅·영업전략 등에 굉장히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런 변화가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

--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국이 곧바로 따라서 올려야 하나.

▲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예측 가능하고 점진적인 방식으로올리겠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이렇게 이뤄진다면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시작할 때 곧바로 따라가야 하는지는 미리 예단할 수가 없다. 그때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다.

-- 한은의 물가목표치(연 2.5∼3.5%)가 달성 가능하다고 보나.

▲ 물가목표치를 설정한 당시에 판단한 적정 인플레이션이 낮아졌을 가능성을부인하지 않겠다. 당시 감지하지 못했던 성장 잠재력 저하, 글로벌 경기의 하강, 성장과 물가 간의 연계성 약화 등이 적정 인플레이션을 낮췄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물가목표치가 지켜지지 않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영국 중앙은행은 2%대로정한 물가목표치를 앞으로 3년 내에 달성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적정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인지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데,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이 작업이 간단치 않다. 구조적 변화를 고려하고 중장기 물가 경로를 심도있게 분석해 2016년도에 새로 정할 물가목표치에 반영하겠다.

-- 기준금리 조정 폭을 0.25%포인트에서 변경할 계획은 없나.

▲ 0.25%포인트는 금리 인하의 효과를 계측할 수 있으면서 시장에 충격을 주지않는 수준이다. 현 상황에서도 0.25%포인트 조정이 적정하다고 본다. 조정폭을 변경하면 시장에 또 하나의 불확실성을 주는 것이다. 0.25%포인트씩 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 경제 주체들의 심리 부진을 어떻게 판단하나.

▲ 대외 여건으로 심리가 부진해진 측면이 있다. 독일 경제마저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유럽 경제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인식이 퍼졌고, 엔화 약세도 영향을줬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엔저 등 부정적 영향이 실상 이상으로 크게 부각됐다는 생각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노력이 필요하다.

-- 지난번에 연 2.0%의 기준금리가 경기 회복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말했다. 같은 입장인가.

▲ 지금도 그런 견해를 바꾸지 않고 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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