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⑧노동시장 개혁 노사정 '동상이몽'…험로 예고

입력 2014-12-21 07:02  

고용·임금체계 등 쟁점 즐비…"사회안전망 강화·대타협 필요"

새해엔 노사정 간의 긴장이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이라는 민감한 뇌관을 탑재한 메가톤급 시한폭탄이 언제 터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정규직 과(過)보호를 언급하며정규직 해고 요건 완화 등을 포함한 노동시장 구조개편 논의에 불을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 없는 마지막 해인 내년은 구조 개혁을 추진할 적기"라며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했다.

노동계는 사회안전망이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을 하향평준화시키려는 의도라며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들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 고용 유연화 등 쟁점 수두룩…'경고등' 켜진 노사관계 = 내년도 노사 관계를둘러싼 환경은 낙관적이지 않다.

고용 유연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임금피크제 확산, 통상임금, 근로시간단축 등 노동시장의 근간이 되는 쟁점을 놓고 노사정간에 양보 없는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정규직 일반 해고 요건 완화로 요약되는 고용 유연화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국내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방안 중 하나로 재계를 중심으로 줄기차게 나온 얘기지만 최 부총리의 발언 이후 '뜨거운 감자'로 다시 떠올랐다.

노동계는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는 개악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해법 도출이 좀처럼 쉽지 않아 보인다.

2016년 정년연장 시행을 앞둔 가운데 정규직-비정규직 간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임금피크제 확산, 연공서열형 임금구조의 성과·직무 중심 개편 방안 등을 놓고도노사정간에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정부와 재계는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반면 노동계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노동자를쥐어짜 경제 회생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라며 맞서고 있다.

올해 노사관계 이슈 중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관련해 일부 법원이 대법원과 다른 판결을내놓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어 현재 약 250건에 달하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

통상임금과 함께 올해 노사관계의 화두였던 근로시간 단축도 내년에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 여야가 각각 발의한 법안의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 현행 주 68시간까지 가능한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본격화하기로 함에 따라 이를둘러싼 노정 간 갈등 역시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은 "조합원 직선제로 당선된 민주노총위원장이 재도약을 위해 대기업 협력사 등을 겨냥해 강력한 조직화 사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공적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여당과 정부가 공무원 노조와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사회적 합의까진 '산 넘어 산'…"사회안전망 강화·대타협 필요" = 산적한노동 현안을 둘러싼 사회적 대화나 국회 법안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 사업장 단위에서 노사 갈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안을 다룰 사회적 대화의 장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있지만, 대표성문제 등 구조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노총이 불참한 가운데 한국노총만 노사정위에 참여하는 데다 한국노총이 조합원들과 이익이 상충하는 문제에 대해 비정규직과 청년 실업자 등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전체 노동자 1천798만여 명의 4.6%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재계를 온전히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운 경총 등이 노사정위에서 내놓는 합의의 구속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참여주체와 논의대상을 확대하는 노사정위 개편 법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제출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그럼에도, 양보와 상생에 기반을 둔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해법은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질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는 데 있다"며 "노사정 대타협으로 해법을 모색하는 게 필요하고, 이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익보다는 양보를통해 서로가 뭘 얻을지를 먼저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제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구심력을 찾아야 한다"며 "정부가 던져놓고 따르라는 식보다는 전문가,노조와 객관적인 상황을 공유하면서 해법을 찾아야 지속가능하고 의미 있는 결론을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penpia21@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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