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장기적인 대응책 마련해야"
이명박(MB) 정부는 정권 초기인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비전이자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금융업권에 녹색금융상품의 보급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녹색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각 금융사는 너도나도 추진단을 구성해 경쟁적으로 녹색금융을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2009년 녹색금융 출범 당시 42개의 녹색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이 대통령재임 기간 녹색성장 관련 펀드만 총 86개가 출시됐다. 나아가 범금융권의 녹색 성장추진을 위해 은행연합회장을 필두로 하는 녹색금융협의회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대중화를 시도한 녹색금융은 정권이 바뀐 현재 흐지부지되거나 부실해졌다.
대부분의 은행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통합해 현재 녹색금융은 시장에서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녹색금융협의회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기술금융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시각이 있다.
◇정권마다 코드 상품 난무…"간판만 바꾼 실적 쌓기" 이런 현상은 녹색금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의 IT 벤처 육성책, 노무현 정부 때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등5년 정권을 주기로 금융정책과 관련 상품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25일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없다"면서 "손해가 나는 사업이라도 정부 시책이라면 금융권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국자들에게 강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이처럼 정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수요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코드 상품'을 출시하는 데 급급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을 대표하는 상품이 출시되면 주변 사람들을 총동원해 실적을 높이려고 한다"면서 "시장의 호응이 저조하고 수요가 낮은 상품은 정권이바뀌면 새로운 코드 상품에 통폐합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현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한 기술금융의 실적은 같은 해 연말 9조원에이를 정도로 증가세가 빠르지만, 상당 부분이 대출 갈아타기와 자영업자 대출로 부풀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올해 금융위가 기술금융 목표치로 설정한 20조원은 '사상누각'이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금융도 녹색금융과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의 빠른 양적 성장이 MB 정부 때의 녹색금융 대출에서 간판을 바꿔 단 효과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녹색금융과 기술금융 모두 기업금융의 일종으로, 총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기업금융의 특성상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한쪽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시작된 녹색산업 금융지원은 2012년 정점을 찍고 나서 2013년부터하락세다.
금융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은행 혁신성 평가 방안에서도 기존 평가 항목이었던 녹색금융은 슬그머니 빠졌다.
대신 금융위는 도입된 지 2개월밖에 안 된 기술금융의 은행별 실적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단기 실적 위주 아닌 '장기 질적 성장'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에 대한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적인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기술금융은 1∼2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것이 아닌데, 정부가 너무 속도전으로 나가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대출이 대부분"이라며 "국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6월말∼12월말)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은행 등 6대은행에서의 기술금융 실적은 6조원에 육박했지만, 중소기업대출(자영업자대출 제외)은 같은 기간에 8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기술신용대출 증가액(5조9천억원)의 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기술금융은 시중에 돈이 넘치는데 기술은 있고 담보는 없어 자금난에 시달리는창업 벤처기업에 자금 공급을 제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금융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정교하게 관리되지 않을 때 금융권에 큰 부담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의 대출이 담보나 보증 대출에만 의존하는 보신주의는 문제이지만, 실효성이 불투명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정책금융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은행의 속성상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IT 버블과 최근 모뉴엘 사태처럼 기술금융을 무턱대고 장려하다가는 자칫 커다란 위험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술금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줄 세우기를 하며 독려하다 보니 은행이 기존의 검증된 곳에만 대출하는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실적을 포장했다고 은행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대 교수는 "금융사들이 5년 안에 정권의 금융정책에 가시적인 성과를내려면 적당히 시늉을 하고 실적을 포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혁신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이명박(MB) 정부는 정권 초기인2009년 저탄소 녹색성장을 국가의 비전이자 발전 전략으로 내세웠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금융업권에 녹색금융상품의 보급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녹색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각 금융사는 너도나도 추진단을 구성해 경쟁적으로 녹색금융을 시작하겠다고 나섰다.
2009년 녹색금융 출범 당시 42개의 녹색금융 상품이 쏟아져 나왔고, 이 대통령재임 기간 녹색성장 관련 펀드만 총 86개가 출시됐다. 나아가 범금융권의 녹색 성장추진을 위해 은행연합회장을 필두로 하는 녹색금융협의회까지 만들어졌다.
그러나 정부가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대중화를 시도한 녹색금융은 정권이 바뀐 현재 흐지부지되거나 부실해졌다.
대부분의 은행이 관련 상품 판매를 중단·통합해 현재 녹색금융은 시장에서 찾아보기조차 어려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녹색금융협의회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기술금융이 이런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시각이 있다.
◇정권마다 코드 상품 난무…"간판만 바꾼 실적 쌓기" 이런 현상은 녹색금융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정부 때의 IT 벤처 육성책, 노무현 정부 때의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 등5년 정권을 주기로 금융정책과 관련 상품들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일이 계속 반복됐다.
25일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없다"면서 "손해가 나는 사업이라도 정부 시책이라면 금융권이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는 인식이 당국자들에게 강하게 퍼져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들은 이처럼 정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수요분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코드 상품'을 출시하는 데 급급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권을 대표하는 상품이 출시되면 주변 사람들을 총동원해 실적을 높이려고 한다"면서 "시장의 호응이 저조하고 수요가 낮은 상품은 정권이바뀌면 새로운 코드 상품에 통폐합되는 경우도 많다"고 털어놨다.
현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추진한 기술금융의 실적은 같은 해 연말 9조원에이를 정도로 증가세가 빠르지만, 상당 부분이 대출 갈아타기와 자영업자 대출로 부풀려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식이면 올해 금융위가 기술금융 목표치로 설정한 20조원은 '사상누각'이될 가능성이 있다.
기술금융도 녹색금융과 같은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술금융의 빠른 양적 성장이 MB 정부 때의 녹색금융 대출에서 간판을 바꿔 단 효과에 불과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녹색금융과 기술금융 모두 기업금융의 일종으로, 총량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기업금융의 특성상 한쪽이 증가하면 다른 한쪽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2009년부터 시작된 녹색산업 금융지원은 2012년 정점을 찍고 나서 2013년부터하락세다.
금융위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은행 혁신성 평가 방안에서도 기존 평가 항목이었던 녹색금융은 슬그머니 빠졌다.
대신 금융위는 도입된 지 2개월밖에 안 된 기술금융의 은행별 실적을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다.
◇단기 실적 위주 아닌 '장기 질적 성장' 필요 전문가들은 정부와 금융당국이 기술금융에 대한 단기 실적이 아닌 장기적인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기술금융은 1∼2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는것이 아닌데, 정부가 너무 속도전으로 나가다 보니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대출이 대부분"이라며 "국민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6월말∼12월말)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외환은행 등 6대은행에서의 기술금융 실적은 6조원에 육박했지만, 중소기업대출(자영업자대출 제외)은 같은 기간에 8천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기술신용대출 증가액(5조9천억원)의 7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기술금융은 시중에 돈이 넘치는데 기술은 있고 담보는 없어 자금난에 시달리는창업 벤처기업에 자금 공급을 제때 하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자금 지원을 필요로 하는 기업에 금융이 제 기능을 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 신용대출이 정교하게 관리되지 않을 때 금융권에 큰 부담이될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금융권의 대출이 담보나 보증 대출에만 의존하는 보신주의는 문제이지만, 실효성이 불투명하고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정책금융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은행의 속성상 꺼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말 IT 버블과 최근 모뉴엘 사태처럼 기술금융을 무턱대고 장려하다가는 자칫 커다란 위험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상빈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술금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줄 세우기를 하며 독려하다 보니 은행이 기존의 검증된 곳에만 대출하는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라며 "실적을 포장했다고 은행만을 탓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성인 홍대 교수는 "금융사들이 5년 안에 정권의 금융정책에 가시적인 성과를내려면 적당히 시늉을 하고 실적을 포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새로운 서비스와 상품을 개발하는 혁신은 자연히 뒷전으로 밀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