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김모(32)씨는 얼마 전 농협은행에신규 자유입출금 계좌와 체크카드를 개설하러 갔다가 기분만 상했다.
직원이 최근 대포통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하면서 '집이 지점에서 멀다', '급여통장만 개설이 가능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개설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남편 용돈 계좌를 만들어 주려고 우대금리 계좌 개설이 가능한 중앙회지점을 일부러 찾아갔던 것"이라며 "예금할 돈까지 가지고 갔는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나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권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예방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영업점에서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게 고객을 대하면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우체국, 대포통장과의 전쟁 돌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포통장을 각종 금융사기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2012년부터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만들어 시행해왔다.
여권만을 소지한 외국인이나 혼자 방문한 미성년자, 단기간에 다수 계좌를 개설한 사람, 기존에 대포통장 개설이 적발된 사람 등에게는 신규 자유입출금 계좌 개설시 반드시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이다. 대포통장을 개설할 가능성이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자택·직장이 영업점에서 멀거나 거래신청서를 불성실하게 작성하는 등직원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확인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대포통장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농협은 아예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12년 적발된 대포통장 가운데 농협(단위농협 포함)이 발급한 대포통장 비중이무려 월평균 63.8%에 달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작년 3∼6월 확인서 제출 대상을 모든 거래 고객으로 확대했다.
심사를 엄격하게 시행한 결과 농협의 대포통장 발생 비중은 작년 하반기 월평균6.0%로 대폭 낮아졌다.
한편 농협의 통장 개설이 어려워지자 대포통장은 우체국으로 옮겨갔다. 우체국의 대포통장 비중은 2012년 1.2%에서 작년 상반기 17.2%로 껑충 뛰었다.
우체국도 곧이어 농협처럼 대포통장과의 전쟁에 돌입했고, 그 결과 작년 12월우체국의 대포통장 비중은 5.2%로 떨어졌다.
◇계좌개설도 '보신주의'…일단 거부하고 보기 대포통장을 강화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36)씨도 지난해 말 우체국에 계좌를 개설하러 갔다가 호된 경험을했다.
이씨는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에서 가입하려면 우체국이나 우리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우체국을 찾았던 것"이라며 "신분 확인 절차도 너무 까다롭고 가입목적도 간단히 적었더니 자세히 적으라고 계속 퇴짜를 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겨우 계좌개설을 했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와 이씨 사례처럼 대포통장 개설과 거리가 먼 데도 금융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보수적 관점에서 '일단 거부하고 보자'식으로 고객을 대한다는 것이다.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도 의심 고객으로부터 받는 게 원칙이었지만, 절차를 강화하면서 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전 거래고객에게 확약서를 요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세부 대응방안은 금융기관별로 각자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제도시행 초기이다 보니 일선 영업점에서 시행을 좀 더타이트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과 우체국에 이어 일반 시중은행들도 이르면 이달부터 의심고객에 대한 계좌개설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외국도 계좌개설 까다로워…균형점 찾아야 각종 금융사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포통장 근절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므로 어느 정도 불편은 참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포통장 근절 대책과 관련해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도있겠지만 외국 사례를 들며 심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피싱으로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주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은 공과금 납부영수증 등을 통한 실거주 확인을 거치는 등 계좌발급 절차가 훨씬 까다롭다.
그러나 일부 사기거래 의심자가 아닌 모든 계좌신청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처럼다루며 계좌개설 목적을 세세하게 캐묻는 것은 지나치며 근본 해결법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농협 사례 등을 보면 필요 이상으로 직원이 까다롭게 굴거나 절차를 복잡하게 해 사실상 통장발급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해법으로는 애꿎은 서민들만 통장을 만들기가 어려워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기관이 고객불편을 심하게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불가피한 절차라는 점을 잘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직원교육을 통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직원이 최근 대포통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설명하면서 '집이 지점에서 멀다', '급여통장만 개설이 가능하다' 등의 이유를 들어 개설을 거부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남편 용돈 계좌를 만들어 주려고 우대금리 계좌 개설이 가능한 중앙회지점을 일부러 찾아갔던 것"이라며 "예금할 돈까지 가지고 갔는데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 같아 기분이 몹시 나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권이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예방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일부 영업점에서 필요 이상으로 엄격하게 고객을 대하면서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우체국, 대포통장과의 전쟁 돌입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대포통장을 각종 금융사기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2012년부터 대포통장 근절 종합대책을 만들어 시행해왔다.
여권만을 소지한 외국인이나 혼자 방문한 미성년자, 단기간에 다수 계좌를 개설한 사람, 기존에 대포통장 개설이 적발된 사람 등에게는 신규 자유입출금 계좌 개설시 반드시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를 받도록 한 것이다. 대포통장을 개설할 가능성이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밖에 자택·직장이 영업점에서 멀거나 거래신청서를 불성실하게 작성하는 등직원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확인서를 받을 수 있게 했다.
대포통장의 온상으로 지목됐던 농협은 아예 '대포통장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12년 적발된 대포통장 가운데 농협(단위농협 포함)이 발급한 대포통장 비중이무려 월평균 63.8%에 달했기 때문이다.
농협은 작년 3∼6월 확인서 제출 대상을 모든 거래 고객으로 확대했다.
심사를 엄격하게 시행한 결과 농협의 대포통장 발생 비중은 작년 하반기 월평균6.0%로 대폭 낮아졌다.
한편 농협의 통장 개설이 어려워지자 대포통장은 우체국으로 옮겨갔다. 우체국의 대포통장 비중은 2012년 1.2%에서 작년 상반기 17.2%로 껑충 뛰었다.
우체국도 곧이어 농협처럼 대포통장과의 전쟁에 돌입했고, 그 결과 작년 12월우체국의 대포통장 비중은 5.2%로 떨어졌다.
◇계좌개설도 '보신주의'…일단 거부하고 보기 대포통장을 강화한다는 제도 도입 취지는 바람직할지 모르지만 일선 영업점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직장인 이모(36)씨도 지난해 말 우체국에 계좌를 개설하러 갔다가 호된 경험을했다.
이씨는 "온라인 펀드 슈퍼마켓에서 가입하려면 우체국이나 우리은행 계좌가 있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우체국을 찾았던 것"이라며 "신분 확인 절차도 너무 까다롭고 가입목적도 간단히 적었더니 자세히 적으라고 계속 퇴짜를 놨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겨우 계좌개설을 했지만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불쾌한 경험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와 이씨 사례처럼 대포통장 개설과 거리가 먼 데도 금융사들이 책임을 회피하고자 보수적 관점에서 '일단 거부하고 보자'식으로 고객을 대한다는 것이다.
금융거래목적 확인서도 의심 고객으로부터 받는 게 원칙이었지만, 절차를 강화하면서 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전 거래고객에게 확약서를 요구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세부 대응방안은 금융기관별로 각자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제도시행 초기이다 보니 일선 영업점에서 시행을 좀 더타이트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과 우체국에 이어 일반 시중은행들도 이르면 이달부터 의심고객에 대한 계좌개설을 제한하는 방안을 적용할 예정이어서 논란은 확대될 전망이다.
◇외국도 계좌개설 까다로워…균형점 찾아야 각종 금융사기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포통장 근절도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므로 어느 정도 불편은 참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포통장 근절 대책과 관련해 불편을 호소하는 고객도있겠지만 외국 사례를 들며 심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며 "피싱으로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그런 주장이 강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국은 공과금 납부영수증 등을 통한 실거주 확인을 거치는 등 계좌발급 절차가 훨씬 까다롭다.
그러나 일부 사기거래 의심자가 아닌 모든 계좌신청 고객을 잠재적 범죄자처럼다루며 계좌개설 목적을 세세하게 캐묻는 것은 지나치며 근본 해결법도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농협 사례 등을 보면 필요 이상으로 직원이 까다롭게 굴거나 절차를 복잡하게 해 사실상 통장발급을 억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런 해법으로는 애꿎은 서민들만 통장을 만들기가 어려워지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융기관이 고객불편을 심하게 초래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서는 불편하겠지만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불가피한 절차라는 점을 잘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어 보인다"며 "직원교육을 통해 적절한 균형점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pan@yna.co.kr, redfla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