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 우려…美 금리인상시 자본유출 우려도
1%대 기준금리는 한국이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을 정도로 미약한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해 단행한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자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 경기 반전 위한 특단의 대책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 반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금리를 더 내리면 이미 1천1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1% 내외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한은은 작년 4분기의 '성장률 충격'을 딛고 올해 1분기 경기가 반전할 것으로봤으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었다. 특히 광공업 생산 감소폭(-3.7%)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컸다. 소비도 3.1%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통관 기준)은 1월과 2월 각각 0.7%, 3.4%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했기 때문에 지금이정도로 버티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실물경기 지표가 계속해서 악화되는 상황에선금리 인하가 필요했고, 추가 인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디플레 차단…원화의 '나홀로 강세' 방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금리 인하의 배경이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3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인상분을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 물가였다.
물가 하락이 다시 경제활동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뜻하는 디플레는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이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장기 불황을 겪으며겪었던 게 바로 디플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제는 고성장·고물가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한국은행이 디플레 파이터가 돼야한다"며 "1%대 기준금리는 한은이 디플레 시대가 왔음을 인정했으며, 그만큼 경제주체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디플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통화완화에 나선 상태다.
올해 들어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중국, 인도, 캐나다,스웨덴, 스위스, 호주 등 18개국이 정책금리를 낮췄다.
주요국의 완화정책으로 유로화·엔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자한은도 금리를 낮춰 원화 강세를 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ECB의 완화 정책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 1월 대(對) EU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2월엔 감소 폭이 30.7%로 커졌다. 지난 1월에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19.5% 줄었다.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엔화 절하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더는 간과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가계부채 증가·자본유출 우려…부작용도 상당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자극해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킬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전방위로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방향성측면에서 금리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경기 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어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이 꼽힌다.
당장 지난해 단행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부채의 덫'에 빠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더욱 제한될 수 있으며,풀린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전세가격을 올리고 집값에 거품이 끼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나중에 금리가 인상됐을 때 높아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큰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려 자본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그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됐던 '인내심(patient)'이라는성명서 문구가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당장 6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풀렸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하기 시작하면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충격이 올 수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이후에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도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며 "금리를 내리기는 쉬웠지만 다시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1%대 기준금리는 한국이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기준금리 인하는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을 정도로 미약한경기를 반전시키기 위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지난해 단행한 두 차례의 금리 인하와 정부의 경기부양책에도 경기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않자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깜짝' 인하를 단행했다.
◇ 경기 반전 위한 특단의 대책 한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경기 반전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금리를 더 내리면 이미 1천1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그럼에도 한은이 금리를 인하한 것은 현재 한국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해 4분기 한국 경제는 전분기 대비 1% 내외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성장률은 0.4%에 그쳤다.
한은은 작년 4분기의 '성장률 충격'을 딛고 올해 1분기 경기가 반전할 것으로봤으나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7% 줄었다. 특히 광공업 생산 감소폭(-3.7%)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컸다. 소비도 3.1% 감소했다.
한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통관 기준)은 1월과 2월 각각 0.7%, 3.4%줄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지난해 두 차례 금리 인하를 했기 때문에 지금이정도로 버티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실물경기 지표가 계속해서 악화되는 상황에선금리 인하가 필요했고, 추가 인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 디플레 차단…원화의 '나홀로 강세' 방지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점도 금리 인하의 배경이다.
올해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3개월째 0%대에 머물렀다. 담뱃값인상분을 빼면 사상 첫 마이너스(-0.06%) 물가였다.
물가 하락이 다시 경제활동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뜻하는 디플레는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현상이다. 일본이 1990년대부터 장기 불황을 겪으며겪었던 게 바로 디플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제는 고성장·고물가 시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한국은행이 디플레 파이터가 돼야한다"며 "1%대 기준금리는 한은이 디플레 시대가 왔음을 인정했으며, 그만큼 경제주체들이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은뿐만 아니라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줄줄이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디플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통화완화에 나선 상태다.
올해 들어 유럽중앙은행(ECB)가 양적완화 결정을 전후로 중국, 인도, 캐나다,스웨덴, 스위스, 호주 등 18개국이 정책금리를 낮췄다.
주요국의 완화정책으로 유로화·엔화 등 주요국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자한은도 금리를 낮춰 원화 강세를 완화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경고등'이 켜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ECB의 완화 정책으로 유로화가 약세를 보이자 지난 1월 대(對) EU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감소했다. 2월엔 감소 폭이 30.7%로 커졌다. 지난 1월에는 일본에 대한 수출도 19.5% 줄었다.
지난달 기준금리 결정을 위한 회의에서 일부 금통위원들은 "엔화 절하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더는 간과하기 어렵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가계부채 증가·자본유출 우려…부작용도 상당 그러나 이번 금리 인하가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자극해 부진한 경기를 반전시킬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와 투자가 부진한 것은 구조적 요인 때문이지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전방위로 경기 부양에 나선다는 방향성측면에서 금리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지금은 경기 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있어 인하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높은 가운데 추가 금리 인하의 가장 큰 부작용으로는 가계부채 급증이 꼽힌다.
당장 지난해 단행된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금융 규제 완화이후 급증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층 더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부채의 덫'에 빠져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더욱 제한될 수 있으며,풀린 돈이 소비나 투자로 이어지기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전세가격을 올리고 집값에 거품이 끼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경제학)는 "금리 인하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나중에 금리가 인상됐을 때 높아진 원리금 상환 부담을 어떻게 감당하느냐가 큰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둔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내려 자본과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오는 18일 열리는 통화정책회의(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그간 제로금리를 유지하는 근거가 됐던 '인내심(patient)'이라는성명서 문구가 삭제할 것이라는 전망이 금융시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당장 6월부터 금리 인상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면서 풀렸던 유동성이 미국으로 환류하기 시작하면한국 금융시장에서도 자본이 대거 빠져나가 충격이 올 수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 이후에 미국 금리 인상이 예정돼 있는데, 이렇게 되면 한국도 인상 압박을 받게 된다"며 "금리를 내리기는 쉬웠지만 다시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