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연장 '코앞'…청년실업률 '고공행진' 우려

입력 2015-05-13 10:48  

취업 연기·포기 청년 늘 듯…정부는 '고용대란' 경고

취업 준비생 이모(30)씨는 답답한 마음에 취업 컨설팅 업체를 찾았다가 2018년 입사를 노려보라는 얘기를 들었다.

내년부터 58세에서 60세로 정년 연장이 시작되면 신규 채용이 줄어들 가능성이크기 때문에 2016∼2017년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딴 뒤 취업하는 게 좋겠다는 조언이었다.

이씨가 대학원에 입학해 당분간 구직활동을 하지 않으면 고용 통계에선 '비경제활동인구'로 들어가게 된다. 청년 실업률 산정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온 정년 연장의 여파로 청년 실업자는 물론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 청년 실업률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Ɗ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10.2%로평균 실업률(3.9%)의 3배에 육박했다.

4월 실업률로만 치면 관련 통계가 정비된 2000년 이후 가장 높다.

50대(2.5%)와 60세 이상(2.3%) 실업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청년 구직자 수는 늘어나는데 취업이 그만큼 되지 않아 실업률이 높아졌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4월에는 청년 실업률이 높아짐과 동시에 고용률도 올라갔다. 15∼29세의 4월 고용률은 41.1%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포인트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의 여파로 청년 실업자와 함께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날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대학교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며 학원 수업을 듣거나 대학원 진학을 해 사회진입을 늦추는 청년이 비경제활동인구에 들어간다.

실업률은 실업자 수를 경제활동인구로 나눈 비율이기 때문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나면, 실업자 수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청년실업률이 높아질 수 있다.

4월 비경제활동인구를 보면 학원·직업훈련기관 수강 등 취업준비자가 2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9만3천명)보다 3만7천명 증가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년 연장이 내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들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앞으로 구직 단념자나 취업 무관심 청년, 노동시장 진입을 미루는 청년이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내년을 기점으로 3년 동안 청년 고용 대란과 고용절벽이 나타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올해 이미 '청년 고용 절벽'이 나타나고 있다"며 "후년까지 3년 동안 청년 고용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국내 30대 그룹의 신규 채용 인원은 2013년 14만4천500명에서 2014년 13만명, 올해 12만1천800명으로 줄어들고 있다.

정년 연장과 청년 실업은 밀접하게 연결돼 보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별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생산직이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숙련된 고령 근로자를 청년 근로자로 대체하기에한계가 있고,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연금 등 사회보장비용이 증가하는 상황에서정년 연장은 젊은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KB국민은행이 5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한 것도 정년 연장에 따른 인사 적체를 풀고 젊은 사원을 채용하려는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정년연장에 따른 노동시장의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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