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美금리인상 부담에 '고육지책' 결정현 경기상황 심각하다는 판단…한은, 내달 성장률 전망치 낮출 듯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받는 소비심리를 추스리려는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며칠 새 메르스에 따른 소비활동 둔화가 급격히 확산함에따라 한은의 인하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금리 인하를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메르스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경기회복세 둔화를 금통위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한은이 내달 경제전망을 새로 내놓을 때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하로 먼저 긴급 예방주사 카드를 내놓은 만큼 재정당국도 내달초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을 이유로 추가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국내외 경기 여건 변화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전문가 동결 전망 우세 속 인하 단행 금통위의 결정은 예상을 벗어난 '깜짝' 행보 수준은 아니었다.
메르스 공포로 소비심리 위축과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사스(SARS) 때도 한은은 당시 콜금리를 4.25%에서 4%로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금통위 회의일 직전까지만 해도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 보유·운용관련 종사자 117명을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7명꼴로 동결을 예상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메르스 충격을 금리인하로 대응할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작년 하반기 이후 3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주택거래 활성화 여파로 4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치인 10조1천억원이나 늘었고, 5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만 한 달 새 7조3천억원 늘어나는 등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승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수출부진으로 정부의 경기판단이 하향되면서 (통화·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와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은 부담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 '돌발악재' 메르스 선제대응한 듯…수출감소도 심각 이처럼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놓고 격론 끝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통위원들은 본회의 하루 전인 10일 주요 임원이 배석한 가운데 동향보고회의를 열어 최근 집계된 주요 경제지표를 공유하고 경기 상황을 점검했다.
금통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경기 상황을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인하의 여러 부작용에도 인하 결정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과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암시한다.
메르스 공포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 여부는 시장에서도 분석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메르스가 2003년 발생한 사스보다 경제에 더 악역향을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가 한 달간 지속하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0.15%포인트, 3개월간 지속하면 0.8%포인트 각각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스 여파를 제외하고서도 최근 국내 경기는 수출 부진을 비롯해 경제에 다시'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5월 수출액이 10.9% 감소하는 등 올 들어 수출 감소폭이 커졌고, 산업생산은 3월(-0.5%)과 4월(-0.3%) 등 두 달 연속 줄었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끊고 경제 활력을 찾으려면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총리대행은 1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불안 심리 확산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필요하면 추가 경기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등 정부 역시 재정 측면에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1일 오전 뉴질랜드가 정책금리를 4년 만에 처음으로 3.2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추는 등 주변국의 완화적 통화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 경제전망 2%대로 낮출수도…추가인하 가능성은 낮아 경제 회복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한은이 내달 경제전망을 새로 내놓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수출 부진이 올해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당시 경기상황에 대해 "4월 전망 때내놨듯이 내수는 완만하지만 개선 조짐을 보이고 수출은 부진하다"며 "우리가 본 성장경로상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보고 5월 들어서도 수출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메르스가 돌발 악재로 작용하면서 내달 발표할 성장률 수정전망에 반영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불확실하고 정부가 대규모 추경 편성을할 여지도 있지만 새로 입수되는 지표에 따라 2%대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시장에서는 당분간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 인식이 많다.
미국이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지는 가운데 7월 이후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차이 축소로 자본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여건 변화에 따라 추가 인하를 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것은 아니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대단히 완만하게 이뤄질 전망이고, 일본과 유로존은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반드시자본유출이 일어난다는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예측가능한 재료로 미뤄보면 현재로선 앞으로 동결 또는 인상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앞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여건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마지막인지를단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지더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한국은행이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전격적으로 인하한 것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타격을 받는 소비심리를 추스리려는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애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이 가계부채 급증을 우려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했으나 며칠 새 메르스에 따른 소비활동 둔화가 급격히 확산함에따라 한은의 인하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에도 금리 인하를 강행했다는 것은 그만큼 메르스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과 경기회복세 둔화를 금통위원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에 따라 한은이 내달 경제전망을 새로 내놓을 때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은이 금리인하로 먼저 긴급 예방주사 카드를 내놓은 만큼 재정당국도 내달초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졌다.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미국의 연내 금리인상 전망을 이유로 추가인하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국내외 경기 여건 변화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 전문가 동결 전망 우세 속 인하 단행 금통위의 결정은 예상을 벗어난 '깜짝' 행보 수준은 아니었다.
메르스 공포로 소비심리 위축과 경제성장률 둔화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금리 인하와 추경 편성 등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2003년 5월 사스(SARS) 때도 한은은 당시 콜금리를 4.25%에서 4%로 내린 바 있다.
그러나 전문가 사이에서는 금통위 회의일 직전까지만 해도 동결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채권 보유·운용관련 종사자 117명을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10명 중 7명꼴로 동결을 예상한다는 답변이 나왔다.
메르스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기는 하지만 기준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거나, 메르스 충격을 금리인하로 대응할 것은 아니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특히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와 작년 하반기 이후 3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늘고 있어 기준금리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 주택거래 활성화 여파로 4월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이 역대 최대치인 10조1천억원이나 늘었고, 5월에도 은행권 가계대출만 한 달 새 7조3천억원 늘어나는 등가계부채는 올해 들어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올해 안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여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점도 한은으로서는 금리 인하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강승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수출부진으로 정부의 경기판단이 하향되면서 (통화·재정)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가계대출의 빠른 증가와 최근 글로벌 금리 상승은 부담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 '돌발악재' 메르스 선제대응한 듯…수출감소도 심각 이처럼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에 대한 부담감이 큰 상황에서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놓고 격론 끝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통위원들은 본회의 하루 전인 10일 주요 임원이 배석한 가운데 동향보고회의를 열어 최근 집계된 주요 경제지표를 공유하고 경기 상황을 점검했다.
금통위원들은 이 회의에서 경기 상황을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리 인하의 여러 부작용에도 인하 결정을 단행한 것은 그만큼 현 경제상황과전망이 긍정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음을 암시한다.
메르스 공포가 경제에 미치는 충격 여부는 시장에서도 분석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메르스가 2003년 발생한 사스보다 경제에 더 악역향을줄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았다.
모건스탠리는 메르스가 한 달간 지속하면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0.15%포인트, 3개월간 지속하면 0.8%포인트 각각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메르스 여파를 제외하고서도 최근 국내 경기는 수출 부진을 비롯해 경제에 다시'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5월 수출액이 10.9% 감소하는 등 올 들어 수출 감소폭이 커졌고, 산업생산은 3월(-0.5%)과 4월(-0.3%) 등 두 달 연속 줄었다.
청년 실업률은 10%를 넘어 1999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째 0%대에 머물고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메르스 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선 추가금리 인하를 검토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평가했고, 현대경제연구원은 "저성장, 저물가 기조를 끊고 경제 활력을 찾으려면 확장적 경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경환 총리대행은 10일 경제장관회의에서 "불안 심리 확산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필요하면 추가 경기 보완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는등 정부 역시 재정 측면에서 총력 대응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11일 오전 뉴질랜드가 정책금리를 4년 만에 처음으로 3.25%로 기존보다 0.25%포인트 낮추는 등 주변국의 완화적 통화 기조가 이어지는 것도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 경제전망 2%대로 낮출수도…추가인하 가능성은 낮아 경제 회복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지표가 속속 발표되면서 한은이 내달 경제전망을 새로 내놓을 때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수출 부진이 올해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경제동향간담회에서 당시 경기상황에 대해 "4월 전망 때내놨듯이 내수는 완만하지만 개선 조짐을 보이고 수출은 부진하다"며 "우리가 본 성장경로상에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보고 5월 들어서도 수출지표가 급격히 악화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메르스가 돌발 악재로 작용하면서 내달 발표할 성장률 수정전망에 반영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직 메르스가 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는 불확실하고 정부가 대규모 추경 편성을할 여지도 있지만 새로 입수되는 지표에 따라 2%대로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 한은이 추가 금리인하를 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일단 시장에서는 당분간 추가 인하가 어려울 것이라 인식이 많다.
미국이 9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갈수록 우세해지는 가운데 7월 이후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미국과의 금리차이 축소로 자본유출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외 경기여건 변화에 따라 추가 인하를 할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것은 아니다.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의 금리인상 속도가 대단히 완만하게 이뤄질 전망이고, 일본과 유로존은 양적완화를 지속하고 있어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반드시자본유출이 일어난다는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예측가능한 재료로 미뤄보면 현재로선 앞으로 동결 또는 인상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앞으로 경기 상황에 따라 여건이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인하가 마지막인지를단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주열 총재도 지난달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당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지더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