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 5번째 도전 성공할까(종합)

입력 2015-07-21 15:52  

<<박상용 공자위원장의 코멘트와 우리은행의 반응을 추가합니다.>>경영권 매각 사실상 포기…매각 과정은 장기화할 듯

정부가 21일 5번째로 우리은행[000030]민영화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그동안 시도해 온 경영권 매각 방식에 4∼10%씩 지분을 나눠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을 병행키로 한 것이 이번 매각안의 골자다.

이는 매각 과정의 신축성을 높이려는 시도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시장 수요가 충분치 않아 성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게다가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와 빠른 민영화라는 정부의기본 원칙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에 매각 작업이 계속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는분석이 나온다.

◇ Ɗ전 4패'…번번이 무산된 매각 작업 우리은행은 외환위기와 카드사태가 금융업계에 남긴 상처를 한몸에 간직한 곳이다.

1990년대 은행권을 주름잡던 5대 시중은행 중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쳐 우리금융지주가 만들어졌고, 이후 평화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이 편입됐다.

정부는 이들 부실 금융회사를 모아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예금보험공사 채권을발행, 우리금융에 공적자금 12조8천억원을 투입해 지분 100%를 갖게 됐다.

공모와 블록세일(지분 대량 분산매각) 등을 통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으로정부 지분은 꾸준히 줄어들었다.

현재 예보의 우리은행 지분은 51.04%다.

그러나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네 차례 시도한 민영화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2010년 첫 시도에서는 무려 23곳의 인수 후보가 등장했으나 대부분이 자격을 갖추지 못했고,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던 '우리금융 컨소시엄'은 불참을 선언해 매각작업이 중단됐다.

2011년과 2012년에는 일괄 매각 방식으로 연달아 민영화를 추진했다.

2011년에는 산은금융지주가, 2012년에는 KB금융[105560]지주가 각각 유력 후보로 거론됐지만 '관치 금융 논란' 등이 불거지면서 연달아 무산됐다.

3단계에 걸쳐 계열사들을 분리 매각한 후인 지난해에는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을 따로 매각하는 '투트랙' 방식으로 네 번째 도전에 나섰다.

소수 지분은 일부 매각했지만, 경영권 지분 경쟁입찰에서 중국의 안방(安邦)보험 한 곳만 응찰한 탓에 유효경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또 무산됐다.

◇ '분산매각' 과점주주 방식 추가…"경영 자율권 보장" 예상대로 금융위원회는 다섯 번째 시도에서 예보 지분 30∼40%를 쪼개 여러 곳에 분산매각하는 과점(寡占) 주주 방식을 추가했다.

박상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단일 지배주주에게 경영권 지분 매각 방안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지금은 그런 투자자가 없고 있더라도 복수여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과점주주 방식이 핵심임을 밝혔다.

따라서 민영화 성패의 관건은 새로 도입한 과점주주 분산매각 방식이 투자자들의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현행법상 최대 10%(의결권은 4%로 제한)까지 은행지분을 매입할수 있는 대기업 등 산업자본의 참여 여부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이라면 국내 4대 시중은행 중의 한 곳인 우리은행 지분 4∼5%를 사들일 투자자는 많다"고 논평했다.

공자위에서 그동안 접촉해 온 국내외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참여한다면 우리은행 민영화의 중요한 단추를 꿰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대주주인 예보가 우리은행을 관리감독하는 근거인 '경영정상화 이행 약정(MOU)'이 완화되거나 해지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그동안 MOU가 족쇄로 작용해 다른 은행들처럼 적극적인 마케팅에 나서지도 못하고, 장기적인 안목에 따라 영업하지도 못한 채 1년 내내 감사를 받는 데힘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약정상 예보의 지분율이 50% 아래로 떨어지면 MOU를 완화할 수 있고, 1대 주주아래로 떨어지면 해지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매각이 잘 된다면 이번 기회에 예보 지분이 30% 아래로 떨어지는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이에 따라 MOU 제약이 유연해질 수 있고, 리스타트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위 역시 매각이 이뤄지기 전이라도 MOU 관리방식을 대폭 개선해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고 우리은행이 직접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이번에 발표된 새로운 매각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선호하던 방식인 과점주주 매각이 공식적으로 발표됐다는점에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인정됐다고 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아까운 시간을허비하지 않도록 어서 구체적 일정이 나오고 수요도 파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이날 임원회의에서 "과점주주 매각 방식이 발표된 것은 긍정적인 일"이라며 "더 열심히 하자"고 독려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여전한 험로…"정치적 결단 필요" 목소리도 과거 네 차례보다는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번에도 여전히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이뤄지기까지는 험로를 넘어야 한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는 우리은행 매각 원칙으로 ▲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빠른 민영화 ▲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이 명시돼 있다.

새롭게 검토되고 있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앞의 두 원칙과 서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우선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져 우리은행 매각 원칙의 중요한 틀인 '공적자금회수 극대화'는 어려워진다.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려면 주당 1만3천500원 수준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21일 마감 기준으로 우리은행 주가는 9천40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예보 지분의 30∼40%를 우선 매각하고, 콜옵션 행사 대비분(2.97%)을 제외한최대 18.07%의 잔여지분을 다음에 매각하겠다는 금융위 발표에는 이런 시장 상황이 반영돼 있다.

우리은행의 기업 가치가 민영화를 통해 올라가면 나머지 지분을 팔아 최대한 많은 공적자금을 회수하겠다는 뜻이다.

과점주주 매각이 기대처럼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느냐에도 의문의 여지는 있다.

금융위는 "수요점검 결과 경영권지분 매각은 쉽지 않다는 것이 확인됐고, 과점주주가 되고자 하는 수요는 일부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과점주주 수요의 규모에 따라서는 '빠른 민영화'가 이뤄지기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직 투자 수요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 지금부터 구체적인 계획을 짜서 다리품을 팔면서 수요자들을 상대로 의향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실제로 이날 박상용 위원장은 "과점주주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발표해서 논의가 활발해지도록 여건을 조성하고자 한다"며 구체적인 향후 일정을 제시하지 못했다.

더 적극적으로 민영화에 나설 수 있도록 정치권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된다.

김상조 교수는 "결국 금융위나 공자위, 예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3원칙에 대한 정치적 결정의 문제"라며 "만약 정권교체 후에 매각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청문회와 문책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면 관료들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우리은행이 더 망가지기 전에, 사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먼저 나와야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ncwoo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