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시행시기 늦춰…연 25조원 '비거치·분할상환' 전환 예상
빚 갚을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고 처음부터 나눠갚기를 유도하기 위한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진통 끝에 확정됐다.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이 제시한큰 틀을 구체화한 것이다.
적용 예외를 뒀지만 돈 빌리기가 까다로워지고 대출액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내년 1월로 잡았던 시행시기는 2월(수도권)과 5월(비수도권)로 늦춰졌다.
◇ 수도권 2월, 비수도권 5월로 연기…진통 끝 시행시기 늦춰 가이드라인은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지난 7월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준비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경기 회복세가 확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도 관망세 속에 주춤해진 것이다.
11월 한 달 주택거래량은 9만7천813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는 7.4% 많았지만 10월보다는 8.0%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거래량은 6만4천841건으로 작년보다 0.2% 증가에 그치며 제자리걸음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도 1년 만에 떨어지는 등 하락세로 전환한 곳이 늘었다. 일부에서는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늘었지만 거래동향은 예전같지 않은 징후가나타났다.
정부 내에서도 7월과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시장이 꺾일 조짐인 가운데 내년 1월부터 대출심사가 강화되면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수 있고, 간신히 불씨를 살려가고 있는 내수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때문에 대책 시행이 전면 보류되거나 대책 내용이 축소될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키울 수는 없었다. 9월 말 가계부채는 1천166조원까지 불어났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3년 21조4천억원에서 작년 36조7천억원에 이어 올해는 11월까지 64조원으로 급증했다.
아울러 미국이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신호탄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시행 시기를 수도권은 2월로 1개월, 비수도권은 5월로 4개월을 각각 늦추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꽤 힘든 과정을 거쳤다"며 "연기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시행시기가 대폭 연기된 것은 그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전산, 교육, 홍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럼에도 총선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비수도권마저 총선 전에 시행하면 부정적 민심을 촉발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연 25조 분할상환 전환 전망…"LTV·DTI 규제 환원(강화) 계획 없다" 가이드라인의 기본방향은 여신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일시상환·변동금리에서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로 각각 전환하는 것이다.
직접적, 양적 관리보다는 간접적, 질적 관리 성격이 강해지고 은행의 자율성이강조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상환능력 심사 내실화, 고부담 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유도,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TI 적용,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을 사후관리에 활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만 다양한 예외를 뒀다.
원칙적으로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고부담 대출, 담보물건이 3건 이상인 대출등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거치기간 1년 내)을 적용한다.
하지만 ▲ 집단대출 ▲ 상속·채권 보전과 관련한 불가피한 채무 인수 ▲ 자금수요가 단기이고 상환계획이 명확한 대출 ▲ 불가피한 생활자금(의료비·학자금) ▲은행이 별도로 정하는 경우는 적용 예외로 뒀다.
<표>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중 가이드라인 적용예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는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해스트레스DTI를 산출한다. 12월 현재 스트레스 금리는 2.7%포인트다. 현재 대출금리가 2.8%라고 치면 여기에 2.7%포인트를 더한 5.6%를 적용해 상환부담을 산출한다.
DSR는 돈 빌리는 사람의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DSR는 대출심사에 반영하지 않고 은행 자체의 사후관리에만 쓰기로 했다. 사후관리란 소득 대비 총부채 원리금상환액이 은행이 판단하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부실화 예방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애초 7월 발표에서는 1월부터 사후관리용으로 쓰고 하반기부터는 대출심사에 단계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던 계획에서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은행 자율적으로 대출심사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과거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식의 직접적인규제보다는 빚은 상환능력 범위에서 처음부터 나눠갚는다는 일관된 원칙 아래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이번 대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질적 개선 노력과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DTI 규제를 환원(강화)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이번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는 규모(중복 및 예외인정 부분 제외)를 연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인 126조원의 20% 수준인 25조원으로 추정했다.
또 스트레스 금리(2.7%포인트)를 적용했을 때 스트레스DTI 80%를 초과하는 대출은 신규 취급액의 약 2.8%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빚 갚을 능력을 제대로 심사하고 처음부터 나눠갚기를 유도하기 위한 '여신심사 선진화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진통 끝에 확정됐다.
가이드라인은 지난 7월 22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관리방안이 제시한큰 틀을 구체화한 것이다.
적용 예외를 뒀지만 돈 빌리기가 까다로워지고 대출액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애초 내년 1월로 잡았던 시행시기는 2월(수도권)과 5월(비수도권)로 늦춰졌다.
◇ 수도권 2월, 비수도권 5월로 연기…진통 끝 시행시기 늦춰 가이드라인은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게 됐다.
지난 7월 가계부채 종합 관리방안에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년 1월부터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준비과정에서 복병을 만났다.
경기 회복세가 확연하지 않은 상황에서 부동산시장도 관망세 속에 주춤해진 것이다.
11월 한 달 주택거래량은 9만7천813건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는 7.4% 많았지만 10월보다는 8.0% 감소했다. 특히 아파트 거래량은 6만4천841건으로 작년보다 0.2% 증가에 그치며 제자리걸음했다.
서울 강남구 아파트 가격도 1년 만에 떨어지는 등 하락세로 전환한 곳이 늘었다. 일부에서는 호가가 떨어지고 매물이 늘었지만 거래동향은 예전같지 않은 징후가나타났다.
정부 내에서도 7월과는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주택시장이 꺾일 조짐인 가운데 내년 1월부터 대출심사가 강화되면 부동산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낼 수 있고, 간신히 불씨를 살려가고 있는 내수 경기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이 때문에 대책 시행이 전면 보류되거나 대책 내용이 축소될 상황에 직면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시한폭탄을 키울 수는 없었다. 9월 말 가계부채는 1천166조원까지 불어났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013년 21조4천억원에서 작년 36조7천억원에 이어 올해는 11월까지 64조원으로 급증했다.
아울러 미국이 이달부터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을 신호탄으로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예상은 가계부채 관리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시행 시기를 수도권은 2월로 1개월, 비수도권은 5월로 4개월을 각각 늦추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꽤 힘든 과정을 거쳤다"며 "연기기간을 최대한 단축하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비수도권 시행시기가 대폭 연기된 것은 그간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점을 고려해 전산, 교육, 홍보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럼에도 총선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비수도권마저 총선 전에 시행하면 부정적 민심을 촉발할 것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연 25조 분할상환 전환 전망…"LTV·DTI 규제 환원(강화) 계획 없다" 가이드라인의 기본방향은 여신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일시상환·변동금리에서 분할상환·고정금리 대출로 각각 전환하는 것이다.
직접적, 양적 관리보다는 간접적, 질적 관리 성격이 강해지고 은행의 자율성이강조되는 방식으로 평가된다.
상환능력 심사 내실화, 고부담 대출에 대한 분할상환 유도, 변동금리대출에 대한 스트레스 DTI 적용, 모든 부채의 원리금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Debt Service Ratio)을 사후관리에 활용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만 다양한 예외를 뒀다.
원칙적으로 신규 주택구입용 대출, 고부담 대출, 담보물건이 3건 이상인 대출등에는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거치기간 1년 내)을 적용한다.
하지만 ▲ 집단대출 ▲ 상속·채권 보전과 관련한 불가피한 채무 인수 ▲ 자금수요가 단기이고 상환계획이 명확한 대출 ▲ 불가피한 생활자금(의료비·학자금) ▲은행이 별도로 정하는 경우는 적용 예외로 뒀다.
<표> 신규 취급 주택담보대출 중 가이드라인 적용예외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에는 금리상승 가능성을 고려한 스트레스금리를 적용해스트레스DTI를 산출한다. 12월 현재 스트레스 금리는 2.7%포인트다. 현재 대출금리가 2.8%라고 치면 여기에 2.7%포인트를 더한 5.6%를 적용해 상환부담을 산출한다.
DSR는 돈 빌리는 사람의 금융부채 상환부담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DSR는 대출심사에 반영하지 않고 은행 자체의 사후관리에만 쓰기로 했다. 사후관리란 소득 대비 총부채 원리금상환액이 은행이 판단하는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부실화 예방을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의미다.
애초 7월 발표에서는 1월부터 사후관리용으로 쓰고 하반기부터는 대출심사에 단계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던 계획에서 후퇴한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은행 자율적으로 대출심사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금융위 손병두 금융정책국장은 "과거처럼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식의 직접적인규제보다는 빚은 상환능력 범위에서 처음부터 나눠갚는다는 일관된 원칙 아래 가계부채의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이번 대책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질적 개선 노력과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현재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DTI 규제를 환원(강화)할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이번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비거치식·분할상환 대출로 전환되는 규모(중복 및 예외인정 부분 제외)를 연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인 126조원의 20% 수준인 25조원으로 추정했다.
또 스트레스 금리(2.7%포인트)를 적용했을 때 스트레스DTI 80%를 초과하는 대출은 신규 취급액의 약 2.8% 수준이 될 것으로 봤다.
princ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